우여곡절 끝에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자가처치 범위 사례집이 확정됐다. 동물소유자의 피하주사행위를 전면 허용하겠다던 내부방침안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의사 앞에는 크게 3가지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모든 반려동물용 주사제를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해 일반인 소유자의 손에 무분별하게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자가접종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자가처치 허용범위를 확정할 사법부의 판례도 동물생명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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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과 주사는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의 기본이다. 그 자체로 침습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보호자에 의한 자가 주사처치는 인슐린 등 수의사 처방을 거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수의사처방제를 손봐야 한다. 반려동물용 주사제가 수의사 처방 없이는 일반인 보호자의 손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반려견용 4종 종합백신(DHPP)가 수의사처방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나마 최근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반려동물용 생독백신들도 2018년 11월이 되어서야 효력을 발휘한다. 소화제 등 백신을 제외한 반려동물용 주사제 일부도 처방제 밖에 머물러 있다.
적어도 2018년 11월 전에 수의사처방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반려동물용 주사제는 모두 처방대상으로 지정해, 기존 지정된 생독백신이 발효되는 2018년 11월에 함께 효력을 발휘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동물병원의 일선 회원들도 자가처치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농식품부의 사례집이 아닌, 동물병원의 자가처치 부작용 사례집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백신 등 주사제는 물론이고 심장사상충예방약, 피부연고 등 자가처치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모조리 모아야 한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수의사처방제 확대, 사법부 판례 확보에도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자가진료 부작용은 많다”고 주장하는 수의사들은 많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발생했는지 자료를 내미는 곳은 하나도 없다.
몇 백, 몇 천 건의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가 자료화되어 있었다면, 지난 한 달 간 이렇게 큰 논란이 벌어지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때문에 일선 병원에서도 평소 자가처치 부작용 케이스를 만나면 자료로 남겨야 한다.
보호자가 투약한 약품과 경위, 증상, 병변, 동물병원 치료경과 등을 사진자료와 함께 제보해 주길 당부한다. (데일리벳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 공유센터 신고하기)
반려동물 소유자의 자가처치 허용범위는 사법부 판례에 의해 확정된다.
의료법에서 무면허의료행위의 처벌여부를 가릴 때에는 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행위자의 동기·목적·방법·횟수, 행위자의 지식수준, 시술행위로 인한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상규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수의사법 상 무면허진료행위를 판단하는 기준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보다 위험하고, 일반인이 보기에도 잘못이며, 행위자의 동기나 목적이 바람직하지 않고, 방법이 잘못됐고, 횟수가 반복적이며, 시술행위로 인해 위험발생 가능성이 큰 사례를 무면허진료행위로 고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바꿔 말해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고발해봤자, 설령 불법이라 하더라도 불기소나 기소유예, 심지어 무죄 판결 등이 나올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판례를 이끌어내는데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선 동물병원에서 불법 자가진료 사례를 알게 된다면, 무작정 고발하기보단 대한수의사회 불법동물진료신고센터(바로가기, 1899-4872)에 제보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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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예전처럼 일선 회원과 집행부 사이에 선을 긋고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며 뒷짐 지고 지켜볼 일이 아니다.
위의 과제들 모두 수의사회원이 합심해 풀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