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공격할 때` 원헬스 관점에서의 시각
[기고] 김혜련 수의사 · 메디컬라이팅 대표
개의 교상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는 예는 종종 보도되어 왔었는데, 최근 한 프렌치불독이 일으킨 불행한 사건은 반려견의 보호자가 대중예술인이었던 탓에 더욱 많은 관심과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보자면, “사람을 죽인 개는 당장 안락사를 해야 한다”, “견주 가족도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라는 극단적인 반응에서부터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펫티켓(pet+etiquette)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에까지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일차적으로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교육부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본인의 반려동물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한 문제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기사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한때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며 이러한 교상에 수도 없이 노출되었던, 그리고 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항혈청과 백신을 받은 경험도 있는 수의사이기도 하지만 현재는 인체의약품 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들을 원헬스(One Health)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동물 교상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어떤 형태로든 배포되어야 한다.
즉, 공격한 개의 백신접종 이력 입수(특히 광견병), 상처 부위에 대한 사진 기록, 가정에서의 응급 처치 방법, 병원 방문 지침, 희생자의 파상풍 백신 접종 이력,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의학적 기왕력 또는 병발질환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는 의사들의 임무일 수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반려견과 가장 접촉을 많이 하게 되는 수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전파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즉, 이런 부분들이 원헬스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들이라고 생각하며, 수의사 그룹이 의사 그룹과 함께 논의하여 적절한 교육 컨텐츠를 함께 준비하여 대중에게 배포해야 한다. 전문가들에게는 당연하고 논할 내용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대중들은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에 연루된 개가 대형견일 경우, 대부분 상처의 중증도도 심한 편이고 사람들도 사건의 중요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서 일찍 대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소형견에 의한 상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상처가 생긴 직후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고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상의 특성 상 각종 병원균이 조직 깊숙이 주입되고 일차적으로 씻어내기가 쉽지 않으므로,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무시하지 말고 즉시 적절한 세척과 소독을 한 후, 즉시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한 상처 부위 발열 또는 종창, 감기 유사 증세,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또는 비장절제술을 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자 등의 경우에는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초기에 세균배양 등의 조치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 국소적인 처치 만으로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회복되지만, 상처의 범위와 개개인의 의학적 상태에 따라 예방적 전신 항생제를 비롯한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보고된 개에 의한 교상 중 15-20%가 감염으로 이어진다고 한다[1]. 국내에서도 소형견종에 의한 미약한 상처가 골수염으로 이어진 증례가 보고된 적이 있으며[2], 드문 경우 조직 괴사, 수막염, 패혈증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의 교상에 의한 감염원인균으로는 β-hemolytic streptococci, Pasteurella spp., Staphylococcus spp., Eikenella corrodens, Actinomyces, Fusobacterium, Prevotella, Porphyromonas 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이 중 패혈증이 일어난 증례에서 확인되는 원인균은 Capnocytophaga canimorsus 로, 1976년에 Bobo와 Newton에 의해 최초로 보고된 이후[3] 해외에서는 지속적으로 유사 증례들이 보고되고 있다[4-7].
일반적으로 개의 공격에 의한 희생자는 대부분 개를 기르던 보호자들이거나 이웃인 경우가 많으며,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자주 그 희생양이 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내셔널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450만명(전체 인구의 1.5%~1.8%)이 개의 공격을 받았으며(전체 동물의 공격 예 중 80%에 해당), 이 중 약 80만명이 병원을 찾는 것으로 조사되었다[8, 9].
그러나 국내에서는 개의 교상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자료는 알려져 있지 않는데, 이는 개에 물린 직후 바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중요성이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이 한 원인일 것으로 유추된다.
국내의 한 병원에서 실시한 후향적 차트검토 결과, 2003년에서 2012년 사이에 포유류 동물 교상으로 성형외과로 의뢰된 환자는 총 68명으로 그 중 58명(85%)이 개의 공격을 받았으며, 얼굴(40명)과 손(16명)에 상처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10].
이 제한된 통계치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개와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어서 개와 사람 모두에게 불행한 경험을 안기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손이나 팔을 포함한 상체를 공격당했다는 것은 대부분 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다가 당한 사고를 암시하는데, 개보다 통상 키가 큰 사람의 경우 갑작스럽게 몸을 숙이거나 팔을 내뻗는 행위는 개에게 위협적인 행위로 해석되어 본능적 방어기제로 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게 된다.
특히 운동신경이 완벽하지 않은 어린 아이의 행동은 개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로 어른의 감독 없이 아이를 개와 남겨 두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에 추가하여 흔히 마주치는 반려동물들의 행동 중 어떤 모습들이 공격성을 나타내는 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물론 이미 인터넷에 수 많은 자료들이 넘치지만, 내용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없으며 컨텐츠의 노출도 주로 동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에 의한 교상을 방지하기 위한 전반적인 정보를 담은 매뉴얼을 대한수의사회와 같은 공식적인 기관에서 일선 동물병원에 배포하고 일반 대중을 위해서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내용들을 공유한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파할 수 있고, 자료에 대한 신뢰도도 보증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반려동물의 조기교육이나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매너교육과는 별개로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첨언하고 싶은 것은 동물과 사람의 마찰로 인한 사안들을 미디어가 다룰 때 사람의 생명권이 동물의 생명권에 우선한다는 전제 하에 마녀사냥 식의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를 전문가 그룹들이 방관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동물을 죽인다고 해서 유사한 사건이 없어지지는 않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이성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이슈화될 때 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가진 볼품없는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수의사로서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다.
그러나 기르던 개를 먹기도 하는 문화가 있었던(그리고 여전히 지속 중인) 나라에서 반려동물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 많은 애로 사항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수의사들은 동물과 관련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누구보다 더 고민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의 삶은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은 다양한 동물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살고 있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줄 의무를 지닌 우리가 아닌 지 묻고 싶다.
1. Lawrence C. Madoff, Florencia Pereyra: 167e Infectious Complications of Bites. In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19th edition Dennis L. Kasper, Anthony S. Fauci, Stephen L. Hauser, Dan L. Longo, J. Larry Jameson, Joseph Loscalzo, Eds. New York, USA, McGraw Hill Education, 2016
2. Lim JS, Byun JH, Min KH, Lee HK, Choi YS. Osteomyelitis following Domestic Animal Bites to the Hand: Two Case Reports and Practical Guidelines. Arch Plast Surg 2016;43:590-594.
3. Bobo RA, Newton EJ. A previously undescribed gram-negative bacillus causing septicemia and meningitis. Am J Clin Pathol 1976;65:564-569.
4. Dobosz P, Martyna D, Stefaniuk E, Szczypa K, Hryniewicz W. [Severe sepsis after dog bite caused by Capnocytophaga canimorsus]. Pol Merkur Lekarski 2015;39:219-222.
5. Eefting M, Paardenkooper T. Capnocytophaga canimorsus sepsis. Blood 2010;116:1396.
6. Ling E, Howell S, Vang M, Aronowitz P. Man’s best friend, fatal in the end. Cleve Clin J Med 2017;84:146-150.
7. van Samkar A, Brouwer MC, Schultsz C, van der Ende A, van de Beek D. Capnocytophaga canimorsus Meningitis: Three Cases and a Review of the Literature. Zoonoses Public Health 2016;63:442-448.
8. Sacks JJ, Kresnow M, Houston B. Dog bites: how big a problem? Inj Prev 1996;2:52-54.
9. Gilchrist J, Sacks JJ, White D, Kresnow MJ. Dog bites: still a problem? Inj Prev 2008;14:296-301.
10. Lee YG, Jeong SH, Kim WK. An Analytical Study of Mammalian Bite Wounds Requiring Inpatient Management. Arch Plast Surg 2013;40:705-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