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보호소의 동물 생존율 향상을 위한 과학적 노력/조윤주
HSUS 주최 Animal Care Expo 2018를 다녀와서/서정대학교 조윤주 교수
Animal Care Expo는 The 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HSUS)가 주최로 다양한 단체의 후원과 200여개의 부스에 2,2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미국 최대 동물보호 행사 중 하나다.
지난 5월 14일 올해로 27번째 개최된 이번 박람회에서는 65개의 전문가 워크샵을 통해 shelter medicine을 포함한 동물보호소 운영,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 방안, 동물복지 전반에 걸친 교육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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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교육에는 사전신청을 접수한 소수인원이 참가했다. 컨설팅을 통해 동물보호소의 효율을 증대시키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보호소(Great Plains SPCA, Kansas City, MO) 투어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자신을 동물복지전략가(Animal Welfare Strategist, Team Shelter USA)라고 소개한 강연자(Dr. Sara Pizano, DVM)는 “동물보호소에서 생존율을 늘리고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업무에 무기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가지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호조치기간의 단축,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교육과 홍보, 저소득층의 반려동물 중성화수술 지원, 행동문제교육 지원, 임시보호자 및 자원봉사자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특히 강조한 점은 동물보호소의 운영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함에 앞서 동물보호소 직원-자원봉사자-동물보호 담당공무원-언론매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잭슨빌동물보호단체(Jacksonville Humane Society)가 운영하는 First Coast No More Homeless Pets Spay/Neuter Clinic (Jacksonville, Florida)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미국 최초로 2002년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대대적인 중성화수술을 실시한 결과, 10년 후 동물보호소 입소수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30%였던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역사회와 동물보호소 간 협업의 롤모델이다. 현재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실시할 수 있는 비영리동물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TNR(Trap-Neuter-Release)을 산발적으로 실시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은 국내에서도 알려진 사실이다.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과 관련된 세션(Saving cats track)에서는 TNR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양이 군집단위에서 주변지역으로 단계를 넓혀 나가며 집중적으로 행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정해진 예산으로 TNR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집중적으로 많은 수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할 수 있는 장소와 운송시스템이 필요하며, 그 결과를 검증하여 지역사회에 TNR을 잘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을 제시(Bryan Kortis, Neighborhood Cats)했다.
동물보호소의 고양이 중 건강하지만 야생성을 가지고 있어 입양이 불가능한 개체에 대한 대책도 소개됐다(Creating a successful ‘working cat’ program).
SNR(Shelter-Neuter-Release, 보호소에 입소한 개체를 중성화하여 다시 제자리 방사)은 이미 많은 보호소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Working Cat Program은 Barn Cat Program으로도 불리며, 집안에서 키우는 것이 아닌 농장 또는 공장, 식당 등과 같이 고양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이에 대한 성공 사례도 발표(Monica Frenden, Austin Pets Alive)됐다.
그 밖에도 동물보호소 간 동물이동프로그램, 동물보호소 설계, 입양자 선정기준의 완화, 자원봉사자 교육, 임시보호시스템의 활성화 등 우리나라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도전 방법과 성공 사례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동물보호소의 모든 데이터를 지금보다는 항목을 세분화하여 관리해야 하고 이것에 기반한 운영 프로토콜이 개발되어야 한다.
경험, 직관, 동정심에 의존하여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통계자료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해당 동물보호소의 관리능력(Capacity for Care)을 파악할 수 있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소의 운영방식에 있어서 아직 시도하지 않은 많은 과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수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동물보호소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작은 것부터 시도하고 변화시킨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 UC DAVIS 수의과대학에서 Shelter Medicine이라는 교육과정이 시작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이다. 우리말로 ‘보호동물의학’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해본다.
Shelter medicine은 보호소 내 입소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관리와 입소동물을 줄이기 위한 대책, 보호소 내 동물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수의학 분야이다.
1970년에서 2001년 사이 미국 내에서 ‘animal shelter’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논문은 고작 150건이다. 그 만큼 미국 역시 동물보호소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정해진 프로토콜보다는 수직적인 업무지시와 경험, 동정심에 의존하여 왔다.
UC Davis의 Dr. Niels Pedersen은 동물보호소 내 동물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이후 Shelter medicine이 미국 수의과대학의 교육과정으로 편성되고 수의과대학 학생뿐만 아니라 동물보호소의 수의사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을 이수하였다.
그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동물보호소 내 입소동물의 감소, 안락사율의 감소, 입양률 향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후 수의과대학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 PetSmart Charities, Maddie’s Institute 등) 역시 동물보호소의 운영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및 교육을 주최하게 되었다.
2014년 American Board of Veterinary Practitioners (ABVP)로부터 veterinary specialty를 인정받았으며, 2015년 11월 처음으로 Shelter Medicine Practice의 전문수의사가 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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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동물보호소 운영방식의 결정에 있어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해 질 것이다.
이를 위해 수의과대학 또는 관련 기관은 수의사를 대상으로 보호소 내 동물의 집단관리, 전염병 통제, 한정된 자원 안에서의 수의학적 관리효율의 극대화, 행동학적 관리, 수의법의학 등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자원봉사단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조·보호동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수의사가 있다.
당면한 보호소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동물보호소의 운영과 유실·유기동물 감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Animal Care Expo를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