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차지수입니다. 올해 국제수의응급의학심포지움(International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Symposium, 이하 IVECCS)을 다녀온 후기를 조금이나마 남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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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의학과는 다른 진료과에 비해 응급의학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수의마취통증학회(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Anesthesia and Analgesia, 이하 ACVAA) 프로그램이 IVECCS에도 포함되어 있다.
ACVAA는 미국 수의학 마취 및 통증관리의 발전을 위해 1975년 창립됐다. 1978년 설립된 수의응급의학회(VECCS,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Society)는 1983년에 ACVAA와 합병됐다. 1984년 수의응급의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들이 이 협회에 가입하면서 현재의 VECCS로 이름을 바뀌었다.
1985년 대략 200명이었던 회원수는 현재 25개 4,000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지속적인 세미나와 수의응급의학회지(JVECC) 발간 등을 통한 교육·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ACVECC), Academy of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Technicians (AVECCT),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Anesthesia and Analgesia (ACVAA), the Academy of Veterinary Technician Anesthesia and Analgesia (AVTAA)와 협력하여 연례행사인 IVECCS를 열고 있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 IVECCS 2018은 지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즈의 하야트 리젠시에서 열렸다. 수의사, 테크니션, 학생 등 4,300여명의 참가자들이 운집했다.
이론강의와 실습, 연구초록 발표, 케이스 스터디 등 다양한 파트로 학회를 즐길 수 있었다.
1. 강의
통증 관리, 외상 수술 응급 상황에 대한 사례 연구, 업무 현장에서 숙련도와 리더십 능력 개발, 테크니션 파트, 집중처치, 외상, 독성, 응급약물, MDR(Multidisciplinary review) 등 여러 주제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들 주제를 보며 시간대별로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강의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듣고 싶은 강의가 너무 많아 놓친 것들이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새로운 것도 많이 배우고, 알았던 것도 다시 정리할 수 있도록 쉽고 깊은 강의가 이어져서 좋았다.
2. 연구 초록발표
함께 학회를 방문한 마취통증의학과 선배 두 분이 구두발표에 나섰다. 선배분들의 발표와 함께 이어진 다른 수의사들의 발표도 들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수의사들과 교수진이 모여 커피로 아침을 시작했다.
보통의 학회와 달리 세분화된 내용에 집중하는 수의사들의 모임이라 그런지, 연구내용도 흥미로워 집중할 수 있었다. 발표를 들으며 내가 진행할 연구의 방향도 다시 세워보고, 수정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애정을 가지고 연구한 목적, 과정, 결과를 학회지에 내는 글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사람들을 마주하며 발표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멋있었다. 내가 하는 연구도 결실을 맺는 그 날이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3. 케이스발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는 각 과별로 혹은 여러 과가 함께 매주 1회씩 공부할 점이 있는 증례를 선별해 토론하고 있다.
IVECCS에서 진행하는 케이스발표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차이점이 있다면 사람이 훨씬 더 많고 영어로 진행되며 더 많은 고찰을 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특이한 케이스도 많았고, 깊이 생각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4. 실습
학회에서는 인원수가 제한된 실습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했다. 몇 개 세션을 따로 신청했는데, 인기가 많은 세션은 금방 마감돼 신청하지 못하기도 했다.
인상깊었던 세션 중 하나가 ‘Advanced Anesthesia Monitoring Dry Lab’이었다. 개인적으로 기대한만큼 심화된(advanced)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학원생이나 학부생 교육 등 다른 사람에게 마취통증의학분야를 교육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될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워싱턴 대학의 로버트 키건 조교수 주도하에 진행된 실습에는 총 25명이 참가했다. 4팀으로 나누어 진행된 실습은 환자 정보(signalment)와 상황을 먼저 준 후, 차례가 된 팀은 반대편 가짜수술방으로 이동하여 모형인형 수술 중 마취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니터에는 모형인형의 vital이 표시되었으며 반대편에서는 그 상황과 모니터를 볼 수 있었다. 마취가 끝난 팀은 다시 다같이 모인 곳으로 돌아와 그 상황에 대한 의문과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30분정도 토론했다.
또한 이번 학회에서는 예전부터 듣고 싶었던 RECOVER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RECOVER(Reassessment Campaign On Veterinary Resuscitation)는 심폐소생술과 관련해 수의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련 교육과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실습 프로그램에서는 코넬대학교 응급의학과 다니엘 플레처 교수에게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었다. 평소 몰랐던 사실이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IVECCS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CPR Battle을 진행하였다. 팀 대항전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는 맥박, 심장, 폐음에 대한 최첨단 시뮬레이터를 활용하여 실제 심폐소생술 상황을 모방했다.
경기는 RECOVER에서 인증한 평가단이 각 팀이 RECOVER CPR 알고리즘을 얼마나 밀접하게 준수하는 지와 팀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등을 평가해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다른 팀의 심폐소생술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이 어느 정도로 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다른 수업과 시간이 겹쳐 참가하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학회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팀을 꾸려 참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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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가 열린 뉴올리언즈는 재즈의 고향입니다. 걷기만 해도 재즈를 들을 수 있었고, 훌륭한 재즈바에서 행복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IVECCS 2018은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환자를 1마리라도 더 건강하게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내가 수의사로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5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