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랑이 게놈지도 작성···세계 최초 성과
고양이와 98.8% 동일, "멸종위기종 보전에 귀중한 자료 될 것"
한국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호랑이 게놈 컨소시엄'이 한국 호랑이(아무르 호랑이)와 사자, 표범의 게놈지도를 작성해 공개했다. 세계 최초의 성과다.
국제 호랑이 게놈 컨소시엄은 한국의 조윤성 게놈연구재단 연구원을 비롯, 미국, 인도, 러시아, 몽골 등 다양한 국적의 연구진이 호랑이 게놈지도를 분석하기 위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한국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아무르 호랑이의 혈액에서 채취한 DNA 샘플로 게놈지도 초안을 완성했다.
아무르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로도 불리며, 한국 호랑이와 같은 핏줄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호랑이 게놈지도를 고양이 게놈지도와 비교해보니 유전자의 98.8%가 동일하며, 6개의 게놈 구조가 서로 달랐다. 또한 단백질 소화 관련 유전자, 근육·에너지 관련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진은 "이번 호랑이 게놈지도를 인간, 개, 고양이, 쥐 등의 게놈과 비교한 결과, 호랑이는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비교해 단백질 소화 관련 유전자가 많이 발달했다" 며 "이는 호랑이의 절대적인 육식습관이 진화적으로 결정된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호랑이의 유전자 중 근육과 에너지 관련 유전자 또한 많이 발달했다" 며 "선택적으로 발달한 근육 관련 유전자 때문에 먹이 사냥에 필요한 속도 및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호랑이 외에 사자, 표범 게놈 서열까지 해독
한편, 국제 호랑이 게놈 컨소시엄은 고양잇과 최상위 포식자들의 유전적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백호랑이, 사자, 백사자, 설표범의 게놈 서열까지 추가로 해독했다.
주로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는 설표범의 경우, 저산소증 관련 유전자에서 특이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백사자는 멜라닌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에 특이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설표범이 중앙아시아 고산지대에 적응할 수 있었고, 백사자가 하얀 색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7천~7만년 전에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큰 개체수 감소를 겪은 것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방대한 게놈 기반 유전 정보를 통해 눈에 띄는 특성과 연관된 유전적 변이, 환경 적응성, 종 다양성 등을 확인했다" 며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게놈 데이터는 멸종위기종의 보존과 인구학적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