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재 교수팀, 석류 유래 유로리틴A 당뇨성 치매 치료효과 기전 규명
신경세포 퇴행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 칼슘 제어에 효과..당뇨성 치매 신약 후보
석류와 딸기에 풍부한 엘라그탄닌의 대사산물인 유로리틴A가 당뇨성 치매를 억제하는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서울대 수의대 한호재 교수팀은 유로리틴A가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칼슘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당뇨 환자의 치매 합병증을 예방할 신약 개발 전략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당뇨 환자의 고혈당 환경에 노출된 신경세포는 퇴행성 변화를 일으킨다. 고혈당으로 인해 신경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과량의 활성산소종이 축적되면서다.
미토콘드리아에 많아진 활성산소종은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 신경세포의 자가사멸 등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변화로 이어진다. 당뇨환자가 치매 합병증을 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토콘드리아 내의 칼슘 수치와 연관된다. 고혈당 환경에서 증가하는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소포체 연접은 미토콘드리아 내 칼슘 수치를 증가시킨다. 축적된 칼슘은 활성산소종 증가로 이어져 신경퇴행성 변화를 일으킨다.
즉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내 칼슘을 억제할 수 있다면, 당뇨성 치매의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유로리틴A’에 주목했다. 유로리틴A는 석류와 딸기에 풍부한 엘라그탄닌이 장내미생물에 의해 대사되면서 생기는 산물 중 하나다.
엘라그탄닌의 다른 대사산물에 비해 잘 흡수되고 뇌혈관장벽 투과율도 높아 신경세포에 잘 작용할 수 있다.
한호재 교수팀은 “유전자조절기술, 초고해상도 이미징 분석, 유전자 변이질환 모델 세포 등 다양한 실험기법을 활용해 유로리틴A의 미토콘드리아 칼슘 제어 기전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유로리틴A가 미토콘드리아-소포체 연접을 조절하는 ‘TMG2’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칼슘의 증가를 차단한다는 기전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이 당뇨병 모델 마우스에 장기간 유로리틴A를 투여한 결과, 투여군에서 인지장애 회복, 뇌조직 내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 억제 효과 등이 확인됐다.
한호재 교수팀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처리한 신경세포에서도 유로리틴 A가 활성산소종 축적을 억제해 신경퇴행성 변화와 신경세포의 자멸사를 억제했다”며 “이는 당뇨성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한 환자에서 유로리틴A가 치료제로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유로리틴A를 활용한 당뇨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거나, 유로리틴A를 증가시킬 수 있는 장내미생물을 활용한 프리바이오틱스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이현직 충북대 수의대 교수와 정영현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주저자를, 한호재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아 국제학술지 ‘Cell Death & Differentiation’ 온라인판에 7월 발표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 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특허 출원하거나 등록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