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중에 한 명도 없나요?˝ 법의학자가 놀란 이유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개최...서울대 유성호 교수 특강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가 21일(토) ZOOM을 통한 온라인학회로 진행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특별히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유 교수는 물론, 강연에 참가한 수의대 교수들도 ‘국내 수의법의학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죽은이를 위한 의학, 법의학…의료계에서도 아직 소수 학문”
유성호 서울대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 활약 중인 법의학자다.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다. 지난해에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자신이 법의학자가 된 이유부터, 법의학의 정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법의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법의학은 흔히 부검을 통해서만 사망의 원인과 사망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학문으로 알려졌지만, 시신이 없거나 의료기록이 없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여러 드라마·영화에서 법의학자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그것이 알고싶다>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법의학자가 등장하며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법의학은 의료계에서도 아직 소수 학문으로 평가받는다.
유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법의학자로 활동 중인 의사는 46명뿐인데, 의사 면허자 수가 12만 명이 넘고 실제 활동하는 의사가 10만명 이상인 걸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법의학자는 대부분 병리학을 전공한 뒤 법의병리학을 공부하는데, 의과대학에 병리전공자 자체가 적고, 법의병리학을 공부하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수의병리학 등 기초학문에 관한 관심이 적고 대학원 진학자도 드문 국내 수의계와 상황이 비슷한 것이다.
법의학 이외에도 법치의학, 법의인류학, 법의곤충학 등의 학문도 있는데, 각각 현재 국내에서 활약 중인 전문가가 7명, 2명, 1명뿐이라고 한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최근 법의학, 예방의학, 의료관리학 등 ‘사회의학’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예방의학 전공자다.
“수의과대학에도 수의법의학자 한 명은 있을 줄…동물 인식 달라지며 수의법의학자 필요해”
유 교수는 “당연히 수의과대학에도 수의법의학(법수의학)을 담당하는 분이 한 분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며 “앞으로는 (수의법의학자가) 국내 수의학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지난 서울대 수의대 강의에서도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동물도 병사이거나 외인사일 수 있는데 명확하게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게 필요하지 않나”고 말한 바 있다.
“동물학대 사건에서 수의법의학 역할 점차 증대…우리나라에는 수의법의학만 다루는 전문가 아직 없어”
현재 국내 수의과대학에는 수의병리학 교실에서 동물의 부검을 담당하고 사망 원인을 밝히고 있지만, 별도의 ‘수의법의학(Veterinary Forensic Medicine, 법수의학)’교실은 없다.
하지만, 수의계 외부에서부터 법수의학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동물학대 사건의 수법이 점차 다양해지는 현실에서 법수의학자가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권행동 카라가 5일 공동 개최한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동물 부검을 통한 과학수사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검역본부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수의병리전문의인 서울대 수의대 김용백 교수는 “미국에서는 동물학대 사건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법수의학 쪽이 발달하고 있고 병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접근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법의학 부문의 전문가가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좌장을 맡은 김근형 충북대 교수도 “수의학에서도 머지않아 (동물학대 사건 등에서) 동물의 사인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는 비인기 분야이지만 앞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