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전공자도 인공지능 공부해야˝ 수의학 분야 인공지능 개발 동향은?
대한수의학회 춘계, 병리·영상진단 수의학 분야 인공지능 적용 사례 공유
조직·분변 슬라이드에서 병변이나 기생충을 찾아내고, 방사선 사진에서 심비대를 확인한다. 인의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수의학 분야의 인공지능(AI)도 가능성을 보였다.
대한수의학회가 27일 충남대 정심화국제회관에서 개최한 2021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 수의학 분야의 인공지능 개발현황과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조직 슬라이드에서 병변 개수 세고, 방사선 사진에서 심비대 찾고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김영보 가천대 신경외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수, 언어, 신뢰도를 장악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의 발전과 의학에의 적용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가천대 길병원이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조재우 박사와 충남대 손화영 교수는 병리학과 영상진단의학에서 인공지능 학습모델을 적용해본 사례를 발표했다.
조재우 박사는 폐섬유화증을 유발한 마우스의 폐 조직 슬라이드를 디지털 스캔한 후 섬유화병변, 대식구, 정상 세포 등을 레이블링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셋을 자체 제작했다.
여기에 각종 딥러닝 알고리즘을 대입해 97% 정확도로 폐병변을 찾아내는 모델을 찾아냈다.
손화영 교수는 고양이비대성심근증(HCM)을 찾아내는 이미지 분석 AI 개발을 시도했다.
손 교수팀은 고양이 HCM 환자 154마리와 정상 반려묘 98마리의 흉부 방사선 사진을 기반으로 데이터셋을 구성한 후 딥러닝을 적용했다. 방사선 사진상 심비대를 찾아내는 기능을 90~95% 정확도로 구현했다.
두 연구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된 딥러닝 모델을 활용했다.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제로 한 심화연구라기 보단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작 단계에 가깝다.
반면 사람에서는 이미 AI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되고 있다. 국내 1호 AI 의료기기를 개발했던 뷰노(vuno)는 이미 10개 이상의 의료 AI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뷰노의 이홍석 수의사는 “CT촬영, 치과·안과 진단 등 인의에서 AI 솔루션은 이미 널리 상용화되고 있다. 동네 소아과의 일상에도 진출해 있다”며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형태이지만 AI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면 환자·보호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의사의 단독판단보다 ‘의사+AI’의 판단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임상현장 밖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된다. 제시한다. 이날 학회에서는 비임상 CRO 등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병리학이 주목받았다.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된 조직병리 슬라이드에 AI를 적용하면,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조직·세포레벨의 정량적 분석이 가능해지고 기존에 없던 예후인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부위에서 이상이 감지되는지 AI가 먼저 제시해주면, 병리학자가 진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도 있다.
소규모 데이터·간단한 AI부터 개발해야..데이터 리터러시 강조
손화영 교수는 “아직까지 수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연구는 부족하지만, 해외에서 UC DAVIS가 99% 정확도의 에디슨병 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움직임이 있다”면서 “모든 심장질환을 AI로 진단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질병의 진단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수의학 분야의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 조건이 데이터셋 구축인만큼, 수의사가 데이터를 읽고 쓰는 능력(Data Literacy)를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구 ㈜라크 대표는 “데이터셋를 잘 구축하느냐가 인공지능 학습에서 가장 중요하다”면서 “의료데이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획일적으로 합의하기도 어려워 (데이터셋 구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소규모 데이터셋이라도 만들어, 쉬운 판독부터 개발해야 한다. 어려운 것부터 시도했다 실패해서 포기하면 발전의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고 당부했다.
조재우 박사도 “개발자들과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얘기를 하는 줄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의학 전공자도 (인공지능을)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