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전 고슴도치에 이미 MRSA 항생제 내성 있었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보다 100년 앞서.. 英케임브리지대 연구진 네이처 발표
인류가 감염병 치료에 항생제를 사용하기 전부터 항생제 내성은 자연에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웰컴생어연구소 연구진은 200년 전 고슴도치의 몸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Emergence of methicillin resistance predates the clinical use of antibiotics)는 5일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항생물질도 자연 유래, 내성도 자연 유래?
항생제 오남용이 내성 문제 심화는 분명..신중 사용 강조
연구진은 유럽 10개국과 뉴질랜드의 야생동물구조센터 18곳에서 고슴도치 276마리를 대상으로 코, 피부, 발 샘플 828건을 분리했다.
이중 잉글랜드, 웨일즈, 체코, 덴마크, 포르투갈, 뉴질랜드에서 조사된 고슴도치 172마리 중 101마리가 mecC-MRSA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슴도치가 보유한 피부사상균(Trichophyton erinacei)이 베타락탐계 항생물질을 자체 생산하는 환경이 내성 획득을 위한 진화적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웰컴생어연구소·케임브리지대학의 이완 해리슨 박사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mecC-MRSA에 항생제 내성을 부여한 유전자를 추적한 결과, 19세기에 출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MRSA의 출현이 페니실린의 사용 때문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선 1928년이다.
해리슨 박사는 “MRSA가 고슴도치 피부에서의 생존경쟁을 통해 진화했고, 가축과 사람으로 전파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자연에서 유래된 성분인 만큼, 항생제 내성 또한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내성 출현이 가속화된 것은 분명하다. 사람과 가축에서 항생제 오·남용이 심화되고 내성 출현이 가속화되면서 세계적인 보건 위협으로 부상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슴도치 피부에서 MRSA가 출현한 환경이나, 항생제를 다량 사용하는 사람·가축의 환경이나 마찬가지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수의과대학 마크 홈즈 교수는 “야생에는 항생제 내성균이 살아남을 수 있는 큰 병원소(reservoir)가 있다. 가축과 사람으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며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을 강조했다. 홈즈 교수는 2011년 사람과 젖소에서의 mecC-MRSA를 처음으로 규명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로 고슴도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200년 넘게 mecC-MRSA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사람으로 감염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항생제 내성을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 원헬스 접근법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홈즈 교수는 “내성균을 가진 것은 고슴도치만이 아니다. 모든 야생동물과 가축,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면서 “전체 시스템을 봐야만 항생제 내성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