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로 동물병원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 가능
KAHA 추계컨퍼런스에서 세무사 특강 진행
2023 한국임상수의사 학술대회(2023 KAHA 추계컨퍼런스)에서 세무사 특강이 진행됐다.
‘진료비 면세확대 세무전략-개정세법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의한 곽노국 세무사에 따르면, 동물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로 동물병원의 현금 흐름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수의사에게 손해가 될 수 있었다.
10월 1일부터 동물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예방 목적의 진료’에서 ‘예방 및 치료목적의 진료’로 대폭 확대됐다. 102개 항목이 면세 대상 항목으로 지정되면서, 상당수의 동물진료비가 면세됐다.
동물병원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약 90%의 진료가 면세에 해당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동물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사실상 부가세 폐지)를 앞두고 수의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보호자가 부담하던 부가세가 폐지되는 만큼, 수의사는 손해 없이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만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부가세 면세 확대 이후 동물진료가 늘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동물병원의 현금흐름(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불공제매입세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진료는 면세가 됐지만, 동물병원은 여전히 의약품, 물품 등을 부가세를 내고 매입한다.
진료비에 부가세를 받을 때는 매출세액(진료비 부가세)에 매입세액(의약품, 물품 등 구입 부가세)을 제외하고 부가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진료비 부가세가 없어지면,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매입세액이 고스란히 매출원가에 잡히고 매출총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10월 1일 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 이후, 동물병원이 납부하는 부가세와 소득세는 줄어든다. 그런데, 세금 감소분보다 전체 매출감소가 더 크면 동물병원의 현금흐름(순이익)은 악화된다.
곽노국 세무사는 수의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물진료비가 100% 과세일 때와 100% 면세일 때를 비교해서 현금흐름을 분석했다. 인건비, 월세 등 기타 비용은 동일하고, 진료횟수도 똑같다고 가정했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기존 진료 매출이 1100만원(1000만원+부가세 100만원)이었다면, 부가세 면세 이후 매출은 1000만원으로 100만원 감소한다.
의약품·물품 매입액을 550만원(500만원+부가세 50만원)으로 가정하면, 이 금액은 진료비 부가세 면제 이후에도 550만원으로 동일하다.
기존에는 진료비 부가세 100만원에서 의약품·물품 매입 부가세 50만원을 제외한 50만원을 부가세로 납부했다. 이때 의약품·물품 매입 부가세 50만원(매입세액)이 공제됐다.
하지만, 진료비 부가세 면제 이후에는 수의사가 납부할 부가세도 없어지지만, 의약품·물품 매입 부가세(매입세액) 50만원도 공제받지 못한다(불공제매입세액).
이에 따라 매출원가가 50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늘어나고, 매출총이익이 5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감소한다.
진료비 부가세 면세 이후, 기존에 납부하던 부가세 50만원을 납부하지 않게 되고, 매출총이익이 줄어든 만큼 소득세도 감소하지만(세율 40% 가정 시 20만원 감소), 이러한 세금 감소분(총 70만원)보다 줄어든 매출(100만원)이 더 크므로, 실제 동물병원의 현금흐름은 30만원이 감소한다.
물론, 이 가정은 100% 과세 상황과 100% 면세 상황을 극단적으로 비교한 상황이고, 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가 미치는 영향은 동물병원마다 다르다. 과세:면세 비율 변화도 동물병원의 규모·주요 진료 항목에 따라 차이가 크고, 의약품·물품 매입액도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동물병원은 100% 면세사업장이 아니라 과세사업과 면세사업 등을 겸영하는 경우이므로, 공통매입세액의 안분계산을 통해 불공제매입세액을 회계처리한다.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 감소로 인한 진료 횟수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보호자가 동물병원을 더 자주 찾아 진료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비 부가세 면세를 앞두고 환영 입장을 밝히기 전에 구체적인 계산·분석이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노국 세무사는 “불공제매입세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이 기존과 똑같다면 오히려 현금흐름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보호자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현금흐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진료횟수를 늘리고 매출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