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AI 고양이 집단폐사는 한국이 2번째, 호흡기·신경증상 동반 환자 검사필요”
대수 원헬스특별위원회, 반려동물 인플루엔자 감염증 특별 웨비나 개최
대한수의사회 원헬스특별위원회(위원장 김소현)가 23일(월) 원헬스 특별 웨비나를 개최했다.
연자로 나선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바이러스학 교수는 질병X, 스필오버, 역인수공통감염병 개념을 강조하면서 “동물과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질병 X)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수의사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서울 용산구와 관악구 고양이 보호시설에서 H5N1형 고병원성AI 감염으로 고양이가 폐사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큰 논란이 됐다. 대수 원헬스위원회는 “고병원성AI 고양이 감염사례를 계기로 반려동물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이번 웨비나를 기획했다.
송대섭 교수에 따르면, 질병 X(Disease X, Unexpected infectious disease)는 예측하기 어려운 신종감염병을 뜻한다. 코로나19처럼 완전히 새로운 감염병도 있지만, 과거부터 있었던 감염병이 재유행(Re-emerging)하는 경우도 있다.
급격한 도시화, 공장식축산, 세계인구 및 해외여행 폭발적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동물과 사람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중에도 엠폭스(원숭이두창), 마버그열, 랑야(Langya Henipavirus) 등의 감염병이 발생했었다.
송대섭 교수는 “이제 바이러스 영역에서는 경계가 없다. 최근에는 거의 80%의 감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이기 때문에 원헬스 개념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스필오버(Spillover, 종간전파)가 가능한 감염병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스필오버 감염이 많이 생기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조류인플루엔자 고양이 감염, 계속 관심 가져야”
“개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주의 필요”
“코로나19처럼 사람→동물로 전파되는 역인수공통감염병에도 주목해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유력한 후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다른 동물 감염사례는 과거부터 많이 존재했다. 사람의 첫 감염사례도 26년 전(1997년)에 발생했다. 그런데 2년 여전부터 조류인플루엔자의 스필오버 감염이 대대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송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유럽, 북미, 아프리카, 아시아 할 것 없이 세계 각 지역에서 43종 이상의 포유류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정도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친화적인 바이러스로 변이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폴란드에서 29마리의 고양이가 H5N1형 고병원성AI에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큰 충격을 줬다. 최초의 고병원성AI에 의한 고양이 집단 감염·폐사 사건이었다.
공교롭게 전 세계 두 번째 ‘고병원성AI 고양이 집단폐사’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지난 6월 고병원성AI 고양이 감염이 발생한 서울 용산구 고양이 보호시설에서 40마리 중 38마리가 폐사한 것이다. 38마리 중 35마리는 화장 처리됐지만, 냉동보관하고 있던 3마리는 검역본부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았고, 고병원성AI H5 유전자가 확인됐다.
국내 고양이 고병원성AI 감염의심 시료를 전달받아 H5N1형을 확인하고 검역본부에 처음 신고한 팀은 송대섭 교수팀(서울대 수의바이러스학교실)이었다.
송대섭 교수는 “고병원성AI에 감염된 고양이는 호흡기와 신경증상을 같이 보인 경우가 많았다”며 “동물병원에서 호흡기증상과 신경증상을 같이 보이는 고양이 환자가 있다면 가금류 생식 여부를 물어보고, AI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6월 폴란드 고양이 감염사례에서도 신경증상과 호흡기증상이 특징적으로 지목됐었다. 또한, 대한수의사회·한국고양이수의사회도 호흡기 증상(마른기침, 복식호흡, 호흡곤란 등), 황달(안구, 발바닥, 잇몸 등 관찰, 간수치 상승 등), 신경증상을 ‘고병원성AI 감염 고양이’의 주요 증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 고양이 고병원성AI 감염사례의 바이러스 strain을 분석 중인 송대섭 교수팀은 해당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얼마나 잘 감염되고, 사람에게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지 연구 중이다. 이 연구 결과는 곧 공개될 예정이다.
고병원성AI에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에게 고병원성AI를 전파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사람의 고병원성AI 감염·사망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송대섭 교수의 설명이었다. WHO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 세계 23개국 878명이 H5N1형 고병원성AI에 감염됐고 그중 458명이 사망(치사율 52%)했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지난 2006년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 유래 H3N2형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밝혀낸 송대섭 교수팀은 2016년 서울 시내 임상수의사 36명을 검사해 그중 3명이 H3N2형 개 인플루엔자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송대섭 교수는 “(개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사람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반려동물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사람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송대섭 교수는 마지막으로 역인수공통감염병(Reverse Zoonosis)을 강조했다. 흔히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주목하지만, 사람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역인수공통감염병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반려동물 감염사례는 1건(태국 수의사 감염)을 제외하고 모두 사람에서 동물로 전파된 경우였다.
송대섭 교수는 WHO의 ‘From emergency response to long-term COVID-19 disease management: sustaining gains made during the COVID-19 pandemic(2023년 5월 발간)’ 내용을 인용하면서, 원헬스 개념을 바탕으로 응급대응을 위한 협력 및 감시체계 구축, 빠른 진단과 효과적인 예방백신, 정확한 치료를 신종 감염병 대응전략으로 꼽았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류를 새롭게 위협하는 질병 대부분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며 “최근 고양이 고병원성AI 감염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동물과 동물, 사람과 동물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수의사는 원헬스 관점에서 사람의 건강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