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로 간 수의사, HIV 치료 원숭이 모델 연구로 사이언스지 논문
이진아 박사, 붉은털원숭이 모델 면역요법 연구 공동 제1저자로 Science 논문 발표
국내 수의과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자가 HIV 관련 연구 제1저자로 국제학술지 Science에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주인공은 이진아 박사다. 2011년 전남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수의전염병학교실(지도교수 이봉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진아 박사는 2016년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박사후연구원 펠로우로 합류했다.
이후 2018년부터 하버드 의대 바이러스·백신연구센터 제임스 휘트니(James B. Whitney) 교수팀의 박사후연구원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HIV에 감염되면 면역세포인 CD4+ T림프구가 파괴되면서 면역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AIDS를 완치시키려면 HIV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면역세포에 숨어 있는 HIV의 특성 때문이다.
HIV가 감염된 세포는 HIV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멸한다. 하지만 이들 중 극소수가 세포 내에 HIV가 잠복된 상태로 살아남는다. 이들은 체내 면역계에 의한 자연적인 제거도 불가능하고, 항바이러스제제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때문에 HIV 환자가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ART)을 중단할 경우 잠복세포 내에서 비활성상태로 남아 있던 HIV가 다시 증식하면서 질병이 악화된다. HIV 감염환자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이진아 박사가 참여한 휘트니 교수팀은 붉은털원숭이 모델을 활용해 ART를 중단한 이후에도 HIV 완화기(remission)를 지속시킬 수 있는 면역요법을 연구했다.
HIV 연구는 통상 붉은털원숭이에 SIV (Simian Immunodeficiency Virus) 또는 SHIV (Simian-Human immunodeficiency virus)를 감염시킨 모델로 연구한다. 사람을 직접 실험에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에 SHIV를 감염시킨 후 항바이러스제를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투여해 만성 HIV 감염자의 임상증상과 면역반응을 재현할 수 있는 동물모델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ART를 중단한 후에도 체내 HIV 감염증 발현을 억제하기 위해 IL-15 슈퍼아고니스트인 N-803(제품명 Anktiva)과 광범위 중화항체(bNAb)를 함께 투여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N-803은 CD8+ T림프구와 NK세포의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이다.
실험결과 ART를 중단한 원숭이 모델동물 모두에서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했지만, N-803과 광범위 중화항체를 투약한 모델동물의 70%가량에서는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HIV가 잠복감염된 세포를 완벽히 박멸하지 못하더라도, ART를 중단한 환자에서 HIV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광범위 중화항체가 면역세포표면에 달라붙어 일종의 면역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면역반응을 효율적으로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N-803 단독투여보다는 N-803과 광범위 중화항체 병용투여 시에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을 더 효율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이번 연구는 3월 발간된 Science지 383호에 실렸다(Induction of durable remission by dual immunotherapy in SHIV-infected ART-suppressed macaques).
이진아 박사(사진)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마친 후 연구그룹을 이끌던 휘트니 교수와 함께 보스턴 칼리지로 옮겨 연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후속 연구로 N-803 및 광범위 중화항체를 mRNA백신 플랫폼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