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다친 앵무새, 알 못 낳는 도마뱀’ 특수동물 임상 수요 증가에 발맞춘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 글로벌 컨퍼런스와 함께 창립총회..수의사 교육 확대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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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특수동물의학회(회장 연성찬)가 12일 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홀에서 컨퍼런스를 겸한 창립총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학회는 국내 특수동물 임상 저변 확대를 위한 수의사 교육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날 컨퍼런스는 해외 특수동물의학 전문가들의 온라인 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니콜라 지롤라모 미국 코넬대 교수와 토마스 툴리·마크 미첼·하비에르 네바레즈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가 연자로 참여했다.

해외 연자들은 토끼의 수술적 접근을 시작으로 조류의 바이러스질병, 특수동물의 인수공통전염병, 뱀의 마취와 거북이의 수술 등을 폭넓게 소개했다.

국내 수의사들의 증례발표도 이어졌다.

서울대 동물병원 야생동물·특수동물과 이도나 전임수의사는 체중 500g인 2개월령 삵에서의 MRI 촬영, CT로 진단해 수술한 토끼의 맹장천공 증례, 뱀에서의 내시경 증례 등을 소개했다.

서울대 야생동물의학과 한장희 수의사는 조류 환자에서의 마취를, 에코특수동물병원 김현아 수의사는 파충류 환자의 알막힘증(egg binding) 증례를 다뤘다.

에코특수동물병원 김미혜 원장과 울산 리틀쥬동물병원 김종일 원장은 앵무새에서의 정형외과 수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앵무새 무릎재건술 증례를 소개하는 김미혜 원장

조류·파충류 등 특수동물 임상 수요 늘어나

수의사 교육, 증례 공유에 초점

반려동물의 절대 다수는 개·고양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의 종류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개가 74%, 고양이가 32%를 차지했다.

하지만 개·고양이가 아닌 동물도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당 조사에서는 어류(8.3%), 조류(2.9%), 햄스터(1.9%), 파충류(1.4%), 토끼(0.8%), 고슴도치(0.4%), 양서류(0.3%), 기니피그(0.1%), 페럿(0.1%)이 이름을 올렸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반려동물은 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로 국한되어 있지만, 실제 반려동물은 이보다 훨씬 다양한 셈이다.

이날 학회에 참가한 수의사들은 국내에서도 특수동물 임상 수요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반려동물 임상시장이 개에서 고양이로, 다시 특수동물로 확대되는 해외 사례가 국내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수동물 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한 서울의 한 동물병원장은 “도마뱀, 거북이, 고슴도치,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이 내원한다”면서 “사양관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지만, 보호자 만족도가 높으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찾아오는 보호자들이 많아진다. 병원 경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는 이미 특수동물 진료시장이 크다. 국내도 개, 고양이에 이어 특수동물이 주목받을 차례”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또다른 원장은 특수동물 분야가 번식판매업체를 중심으로 불법진료·자가진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조류판매업소가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면서 “그간 수의사들도 특수동물임상을 배우기 쉽지 않았지만, 학회 출범으로 이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 창립 준비는 3월부터 본격화됐다. 창립 경과를 소개한 김미혜 원장은 “4월 학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글로벌 컨퍼런스와 정관 등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 연성찬 회장

이날 학회는 연성찬 서울대 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연성찬 회장은 “초대회장 초대를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학회 발전의 토대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특수동물은 중요한 임상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적인 학술교류로 수의사분들이 특수동물 임상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창립총회를 찾은 한태호 대한수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자칫 소외될 수 있는 특수동물 분야의 임상발전을 위해 연구 교류 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리 다친 앵무새, 알 못 낳는 도마뱀’ 특수동물 임상 수요 증가에 발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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