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강하제 SGLT-2 억제제, 국내 당뇨병 개에 적용하자 혈당관리 도움

대웅펫이 28일(일) ‘소화기계 질환과 당뇨의 최신 연구 및 치료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수의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첫 번째 강의는 강원대학교 안주현 교수가 ‘개 당뇨 관리-최신논문을 통한 리뷰’를 주제로 진행했다. 안 교수는 당뇨병의 종류, 진단, 인슐린의 종류와 작용시간, 혈당곡선 그리기 등 당뇨병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한 뒤, 지난 5월 발표된 논문을 소개해 관심을 받았다.

혈당강하제인 SGLT-2 inhibitor를 당뇨병 개에게 적용하자 혈당관리에 도움이 됐다는 논문이었다(Effect of the sodium‐glucose cotransporter‐2 inhibitor, DWP16001, as an add‐on therapy to insulin for diabetic dogs: A pilot study).

당뇨병 치료에 인슐린 외에 적용해 볼 수 있는 혈당강하제

사람에서 많이 활용되고, 고양이용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약도 있어

혈당강하제(Hypoglycemic agents)는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이외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제제다. 췌장의 β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Sulfonylureas, 간에서 당신생을 줄이는 Biguanides, 상부 위장관에서 다당류 흡수를 억제하는 A-glucosidase inhibitors, 포도당 의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식후 글루카곤 분비를 감소시키는 Incretins,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하는 SGLT-2 inhibitors 등이 있다.

그중 SGLT-2i(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는 세뇨관에서의 포도당 재흡수를 막는다. 사구체에서 여과된 포도당은 세뇨관의 SGLT를 통해 재흡수된다. SGLT-1과 SGLT-2가 있는데, SGLT-2에서 90%의 포도당이 재흡수된다. SGLT-2 억제제(SGLT-2i)는 이러한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해 고혈당을 개선해 준다.

동물용의약품으로는 Bexagliflozin 성분의 제품이 지난 2022년 고양이 당뇨병치료제로 승인받은 바 있고(엘랑코 Bexacat™), 인체용의약품으로는 국산 36호 신약인 대웅제약의 엔블로정(성분 : enavogliflozin)이 대표적이다.

안주현 교수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은 인슐린(NPH)을 투여 중이지만 혈당관리가 잘되지 않는 1형 당뇨병(IDDM) 반려견 환자 19마리를 대상으로 enavogliflozin(엔블로)을 인슐린과 병용투약했다.

연구진은 19마리의 환자 중 9마리는 8주간 하루에 한 번 엔블로를 투약했고, 10마리 환자에게는 8주간 3일에 한 번 엔블로를 투약했다. 또한, 보호자가 장기 임상시험에 동의한 10마리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 5마리는 하루에 한 번, 5마리는 3일에 한 번 엔블로를 투약했다.

연구진은 체중, 인슐린 요구량, 프럭토사민(Fructosamine), 공복혈당 수치를 기록하며 엔블로의 효과를 평가했는데, 8주간 시험에서는 혈당수치와 인슐린 투여량이 엔블로 투여 전보다 감소했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1년간 진행된 시험에서는 두 그룹(1일 1회 투약, 3일에 1회 투약) 모두 공복혈당 수치, 프럭토사민 수치, 인슐린 투여량이 엔블로를 투여받기 전보다 감소했다.

임상시험 동안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고양이 환자 대상 임상시험과 인슐린으로 혈당이 잘 관리되는 개 환자 대상의 연구는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를 진행한 안주현 교수는 “개 당뇨병 환자를 인슐린으로 관리 중인데 혈당 관리가 잘 안될 때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을 보조제로 투여하면 환자의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의 1형 당뇨병에 해당하는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반려견에게 1년간 SGLT-2 억제제인 엔블로를 투약하였을 때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결과”라며 “사람과 달리 경구용 당뇨치료제가 없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SGLT-2 억제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역시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을 앓는 반려견의 경우 현재는 인슐린 주사제 외 마땅한 경구용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엔블로가 동물용의약품으로 정식 출시되면 반려동물 당뇨 환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임상 3상 시험을 마친 대웅펫은 이나보글리플로진 성분의 동물용의약품 ‘엔블로펫’을 내년에 신약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동향 및 반려견 마이크로바이옴(브이원바이오 김일환 대표) ▲반려동물 간담이 서늘할 때(SKY동물메디컬센터 인천점 박설기 과장) ▲노령성 만성질환 환자에서 췌장염 관리(VIP반려동물암센터 임윤지 원장) 강의가 이어졌다.

브이원바이오의 비글견 유래 특허균(VA102)은 반려동물용 유산균제제 알파넥스(ALPHANEX)에 함유되어 있다.

박설기 과장은 간기능장애가 있는 반려견 환자에게 UDCA(우르소데옥시콜산)를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를 보인 논문과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 환자에게 보존적 치료로 UDCA를 투여했을 때 8개월 뒤 담석이 용해된 논문 등을 소개하며 UDCA의 간질환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사람에서는 이미 UDCA의 담석 용해 효과가 많이 보고되어 있다.

UDCA 성분의 동물용의약품은 대웅펫의 UDCA정(유디씨에이정)이 대표적이다.

임윤지 원장은 “15년간 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많은 노령동물이 암뿐만 아니라 췌장염, 혹은 췌장염에 의한 패혈증,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하는 걸 자주 봤다”며 노령동물에게 췌장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의 췌장염은 현재 대증치료를 한다. 지난해 FDA 승인을 받은 세바의 반려동물 췌장염 치료제 PANOQUELL®-CA1(fuzapladib)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반려동물의 췌장염 관리 시 췌장소화효소제도 큰 도움이 되는데, 지난해 대웅펫이 출시한 세계 최초 속방형 반려동물 췌장효소보조제 ‘에피클(EPICLE)’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대웅펫의 이효준 대표는 “대웅펫은 앞으로도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해서 품목허가 받은 동물용의약품 신약을 통해 동물병원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제품을 사용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