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면에 빠지지 말고 병원 악플은 그냥 웃어넘기세요”

싱가포르 벳쇼 동물병원 경영 세션 연자, Kenneth Tong 수의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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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VET SHOW(벳쇼)가 10월 25~26일 이틀간 Suntec Singapore에서 개최됩니다. VET SHOW는 2009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된 글로벌 수의학 전문 학술전시대회인데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매년 가을 싱가포르에서 VET SHOW가 열립니다.

서울특별시수의사회(SVMA),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등이 싱가포르 벳쇼와 협약을 맺을 정도로 국내 수의계도 벳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싱가포르 벳쇼는 경영 전문 세션(Business Theatre)을 마련해 눈길을 끕니다. 리더십, 직원 복지, 원격진료, 수의사의 공감피로와 회복력 등 흥미로운 주제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동물병원 사업 시작하기-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Setting up a Veterinary Business – Navigating Tough Times and Key Learning Points)’ 강의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강의에 연자로 나서는 Kenneth Tong(케니스 통) 수의사(AAVC 설립자, 전 싱가포르수의사회장)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어릴 때 저먼셰퍼드 반려견을 키웠었는데, 제가 5살 때 구덩이를 파고 토하는 걸 봤습니다. 그때는 토했다고 생각했었지만, 피를 토하는 거였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곁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가 19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저는 제 나라(싱가포르)에서 동물에 대한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더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반려동물 보호자를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80년대)에는 수의사 직업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습니다. 반려동물 치료는 차지하고, 공중보건, 식품위생, 농장동물, 경마 등에서 수의사의 전문성이 중요했음에도, 수의사(Veterinarian) 단어를 발음하는 게 잰말놀이(tongue twister)였던 시절이었거든요.

앵무새, 닥스훈트, 포메라니안, 실키테리어 등 다양한 동물을 키우면서 그들이 새끼를 낳고, 진드기열이나 신부전 등 다양한 원인으로 죽는 것까지 경험하면서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야망이 굳건해졌습니다. 많은 좌절이 있었지만, 수의사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수의사가 될 수 있었죠(부모님의 격려와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컸고,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그 당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물론 잠시 공무원 수의사(government-public service veterinarian)가 되는 걸 고민한 적도 있긴 합니다. 잠시 공직을 경험할 일이 있었는데, 이전에는 잘 몰랐던 수의사의 중요성과 역할을 깨닫게 됐었거든요).

저는 병원에서 일하다가 마음이 맞는 동료 수의사들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개원을 준비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에 거의 1년이 걸렸습니다. 저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병원’이라는 비전이 있었고, 저의 스타일에 맞는 임상을 하고 싶었으며, 비즈니스 경제학을 병원 운영에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개원하려다 보니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너무 운이 좋게도(또한, 부모님이 한 번 더 지원해 주셔서) 신뢰할 수 있는 동료 2명과 함께 동물병원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비교적 새로운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이라니..매우 신나는 도전이었습니다. 개원한 지 몇 주 만에 3번째 동료가 합류했습니다. 그렇게 2008년 AAVC(Animal&Avian Veterinary Clinic)는 1명의 수의사와 1명의 테크니션, 그리고 2명의 스텝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모두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보람부터 얘기해 보겠습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상황과 임대 시장에 맞는 개원 입지를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건물의 위치나 지역이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가를 찾아야 하죠. 주머니 사정을 포함해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개원할 장소를 찾은 뒤에는 인테리어 계약을 하고, 리모델링하면서 모든 게 잘 되길 기도하죠.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찾고 채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병원을 발전시킬 동료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자차트, 수술 및 마취 장비, 입원실, 약물, 진단장비 등을 놓고 ‘꼭 필요한 것’, ‘있어야 할 것’, ‘있으면 좋을 것’ 등을 구분하고 구매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 뒤 마지막으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인허가를 받습니다. 처음부터 개원일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는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중요한 경험입니다. 큰 보람이 있죠.

힘든 점은 개원 첫날부터 시작됩니다.

동물병원도 비즈니스입니다. 비즈니스는 수익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 저는 물론 직원들도 보상할 수 있죠. 그러나, 수가를 책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비싼 수가인지, 적절한 수가인지, 혹은 저렴한 수가인지는 매우 미묘한 경계를 가진 회색영역입니다.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내가 투자한 시간, 전문성, 시설, 물품 등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할인 경쟁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스스로 생각합니다. “어두운 면에 빠지지 말자”고요.

어두운 면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수의사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것부터, 다른 스텝과 병원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은 점진적으로 힘들어집니다. 경영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수의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 나빠질 수 있습니다.

좋은 스텝을 채용하는 것도 힘든 점입니다. 역할에 적합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을 적절한 보상과 함께 잘 채용한 뒤, 직원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 않습니다.

행정적인 부담도 있죠. 정부의 규제와 규칙을 잘 따라야 합니다(동물병원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수의사에 대한 의무도 있죠). 병원이 바쁘고 여유 시간이 부족한데, 기록을 남기고 제출해야 하는 행정적인 업무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자동화가 이런 부담을 줄일 수도 있지만, 자동화는 실수가 발생하거나 기술적인 결함이 생기면 오히려 걱정거리를 더합니다. 몇 달(운이 좋으면 몇 년)마다 유지보수 비용이 생기기도 하고요.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사실 ‘수의사로서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휴식도 하고, 재충전도 해야 합니다. 수의사도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우리도 그저 인간일 뿐입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제가 ‘평점에 대한 조언’을 하나 하겠습니다.

동물병원 평점/동물병원 리뷰가 종종 수의사(원장) 개인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온라인 평점과 리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신경 쓰지 않길 바랍니다. 어떤 행동에는 반응이 따라오기 마련인데요, 모든 반응이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후기는 리뷰어들에게 유리한 측면을 강조하거나 과장·왜곡되어 있는 피드백일 뿐입니다. 부정적인 리뷰는 그냥 웃어 넘기고, 동물병원 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훈 정도로 삼으면 됩니다. 팀, 동료,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나쁜 평점/리뷰를 공유하고 웃어 넘기세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뭐 어때!”라고 외치세요(“WHATEVER! Ciao, Adios”).

최근 저희 병원에서는 전통수의학 및 침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컨설턴트인 Oh Soon Hock 박사님과 제 동료 수의사(Jean Sim)가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제한적으로 기본적인 침 치료만 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지속교육, 연수교육)은 수의사를 포함한 여러 직종에 필수입니다. 저희 병원도 다른 1차 동물병원과 마찬가지로 표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평생교육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치료에 자신감을 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와 치료는 동물병원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장비, 서비스, 치료는 당연히 동물 환자의 복지에 도움이 되어야겠지만, 동시에 경영적인 측면에서 ‘투자에 대한 수익’도 보장해야 합니다.

치료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케이스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다 귀중한 경험이죠.

아팠던 동물이 치료를 받고 회복되면서 활력과 식욕을 되찾고, 보호자분들이 고마워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니다. 무기력하고, 구토와 설사를 해서 입원했던 환자가 며칠 뒤 회복해서 활동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 자체로 기쁨과 보람이 되죠.

종양이나 장기부전 등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서 보호자가 마지막 며칠~몇 주를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축복입니다.

보호자에게 공감하고, 가능한 모든 치료 옵션(예후와 비용 포함)을 설명하고, 종종 반려동물을 안락사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호자의 슬픔과 안도감을 목격하는 것이 수의사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병의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방의학의 실천을 위해 수의사로부터 반려동물의 상태에 대한 시기적절하고 정확한 조언과 가이드를 구하시길 바랍니다.

적극적인 소통과 경청을 통해 수의사를 신뢰하시길 바랍니다. 수의사는 조언을 하고 교육함으로써 여러분의 신뢰를 얻기 위해 존재합니다. 신뢰와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수의사를 돕고, 당신 스스로를 돕고, 반려동물을 도와주세요.

나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동물진료비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단, 치료 옵션, 예후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과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동물진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많습니다. 임대료, 디지털화(자동화), 인건비, 의약품 및 수술 소모품 단가, 운송비, 컴퓨터 소프트웨어/앱, 마케팅비, 보험료, 전기 및 수도비,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의) 가전까지 모두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진단장비와 수술장비, 비싼 의약품과 재고부담(유효기간으로 인한 폐기 포함) 등이 종종 평가절하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동물병원을 운영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며, 어떤 형태로든 비용(동물진료비)에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상담료가 이러한 숨겨진 비용(hidden expenses)을 모두 커버하지 못합니다. 동물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용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고, 상쇄되어야 합니다.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 설렘을 너무 잘 압니다. 하지만, 새내기 수의사로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겁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5~6년의 힘든 수의대 과정을 마치면, 우선 신체적·정신적으로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선배로부터 임상의 기본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꼭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 혹은 프랜차이즈 동물병원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나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동물병원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과 비슷한 동물병원에서 경험을 쌓아도 됩니다.

경험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롭게 배운 경험은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합니다.

또한, 항상 열린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전통적인 스타일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도전하십시오(GO FOR IT!).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너무 주저하지도 마세요.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되, 내가 수의사가 된 이유와 내가 왜 임상수의사가 되고 싶었는지, 그리고 내가 왜 개원을 하기로 결정했는지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당신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 줄 동료들을 찾으세요!

눈과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마음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모든 것을 흡수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새로운 과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이미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길에 들어선 겁니다.

벳쇼에서의 경험과 싱가포르의 분위기를 즐기세요. 다양한 나라의 수의사·수의대생과 네트워킹하고 교류하는 것은 귀중한 경험입니다. 이러한 교류는 당신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어두운 면에 빠지지 말고 병원 악플은 그냥 웃어넘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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