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용어, 구 용어? 신 용어? 결국 영어?’ 그래도 우리말 용어는 필요하다

수의학용어집 최신 개정..디지털 용어사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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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용어집 제3판이 나온다. 2006년, 2018년에 이어 새롭게 개정된 수의학용어집은 최신 의학 용어를 반영했고 수생동물질병, 꿀벌질병 등을 추가했다.

수의사와 수의대생들이 손쉽게 최신 수의학용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애니답 플랫폼에 디지털 용어사전도 구축했다.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이 수행한 검역본부 ‘새로운 수의학용어집 개정 및 디지털 용어사전 구축’ 연구용역의 성과다.

수의학용어집 개정 및 디지털 용어사전 구축 심포지엄이 28일(수) 오후 3시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개최됐다.

첫 수의학용어집은 이흥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6년 집필했다. 이후 대한수의학회 수의학용어위원회가 김대중 위원장을 중심으로 2018년 개정판인 ‘새로운 수의학용어집’을 내놨다.

시간이 흐르며 재정비 필요성이 높아지며 개정 연구가 다시 추진됐다. 의사협회 의학용어집, 대한해부학회 용어위원회의 최신 개정 방향을 반영했다.

개정 연구를 이끈 김대중 충북대 교수는 “의학용어에는 많이 없는 각종 병원체 학명을 반영하고 수생동물질병, 꿀벌 관련 용어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최신 수의학용어집 제3판에는 44,843개 용어를 담았다. 여기에는 의학용어가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식 한자어는 가급적 우리말로 대체하되 순우리말만 고집하지 않고 익숙한 한자어나 외래어는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가령 pseudorabies는 한자용어인 ‘가성’광견병 대신 ‘거짓’광견병으로 표기한다. 허파염·폐렴을 병기하던 것 중 허파염은 삭제하고 ‘폐렴’만 남겼다. 복강경을 순우리말로 풀어 쓴 ‘배안보개’는 의학용어집에는 채택되어 있지만, 수의학계에서는 너무 생소하다는 의견이 나와 ‘-보개’ 표현을 삭제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공식 용어로 사용되는 것과 표준 수의학용어의 차이도 눈에 띈다.

가전법은 tuberculosis를 ‘결핵병’으로 표기하지만 의학용어집이나 질병관리청 공식 용어도 ‘결핵’이다. 수의학용어집도 ‘결핵’을 채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brucellosis는 현행 가전법상 ‘브루셀라병’이지만 의학과 수의학용어 모두 ‘브루셀라증’을 채택하고 있다. ‘-osis’와 ‘-asis’ 어미를 모두 ‘증’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인명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원칙도 차이를 보인다. 3종 가축전염병인 닭전염성F낭병은 수의학용어집에서 ‘닭전염배설강주머니병’으로 표기한다.

최신 수의학용어를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용어사전도 구축했다. 애니답 플랫폼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영한, 한영 용어 사전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유의어도 제시해준다.

나기정 충북대 수의대 학장은 “의료·학술 데이터를 축적해 빅데이터로 만들기 위해서 용어의 표준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활용을 당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의학용어의 실사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의과대학 내에서부터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는 문제를 지목하면서다.

해부학 등 기초과목에서 새 용어를 배워도, 예방·임상과목으로 진입하면 구 용어가 혼재되어 있다. ‘교수들이 자기가 배웠을 때 쓰던 단어를 그대로 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학생이 (순우리말) 새 용어로 질문하면 임상교수가 못 알아들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자어 위주의 구 용어에 익숙한 윗세대 수의사들과 순우리말 비중이 높아진 새 용어에 익숙한 젊은 수의사들은 결국 영어로 소통하게 된다.

수의사 연수교육이나 학회에서 내거는 발표자료나 논문도 보통 영어로 작성된다. 동물병원에서 진료기록을 작성할 때도 보호자의 주호소는 한글로 옮기지만, 자신이 보거나 내부 진료진끼리 소통하는 내용은 영어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이날 패널로 참가한 대한해부학회 이영일 용어위원장은 “우리나라 말로 된 의학·수의학용어가 필요하다는데 당위가 있다”면서 “의대 학생들도 너무 영어 용어만 쓴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우리말 용어도 자주 사용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윤영민 제주대 수의대 학장은 “자라나는 수의사가 우리말 용어를 일반인에게도 설명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면서도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 보단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흥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쓰지 않는 용어에는 의미가 없다”면서 수의사 국가시험에도, 수의사들이 작성하는 기록물에도, 연구개발하는 수의학 교육 지침서에도 표준 수의학용어를 빠짐없이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의학용어, 구 용어? 신 용어? 결국 영어?’ 그래도 우리말 용어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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