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견 유래 대장균서 카바페넴 내성 검출률 0.13%..영국·미국과 유사
검역본부 세균질병과 임숙경 박사팀, 2018-2022 동물용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 활용 연구
국내 반려견의 카바페넴 내성 대장균 출현비율이 미국·영국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 연구진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동물용 항생제 내성균 감시체계를 통해 확보한 검체에서 분리한 대장균주를 대상으로 카바페넴 내성률을 조사한 결과 카바페넴 내성을 나타낸 비율은 0.13%로 나타났다.
베타락탐계 광범위 항생제인 카바페넴은 중증의 세균감염을 치료하는 최후의 항생제 중 하나로 활용된다.
이러한 카바페넴도 항생제 내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장내세균은 주로 카바페넴을 분해하는 효소(carbapenemase)를 생성해 카바페넴 내성을 발현한다.
특히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대장균 균주는 베타락탐계열이 아닌 다른 항생제에도 내성이 높아 치료옵션이 크게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동물용 항생제 내성균 감시체계를 통해 확보한 대장균주 9,098개(개7,800/고양이2,098)를 대상으로 카바페넴 내성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9개 동물병원과 2개 진단검사 실험실에서 확보된 반려견 유래 대장균 균주 13개(0.13%)가 카바페넴 내성균으로 확인됐다. 고양이에서 유래한 대장균에서는 카바페넴 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카바페넴 내성 대장균 13개 중 12개는 질병에 걸린 개의 검체에서 분리됐다. 소변에서 유래한 대장균 중 카바페넴 내성을 나타낸 비율이 0.54%로 가장 높았다. 호흡기(0.49%), 설사(0.39%)가 뒤를 이었다. 생식기나 피부·귀 검체에서 분리한 대장균에서는 카바페넴 내성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국내 반려견 유래 대장균의 카바페넴 내성률(0.13%)은 영국, 미국에서 조사된 것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영국 리버풀 대학 연구진이 2015~2016년 의뢰된 검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연구보고에서 분리비율은 0.6%로 확인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캔자스주립수의진단연구소(KSVDL)와 미주리대학수의진단연구소(MU-VMDL)에서 수집한 개 유래 대장균에서 카바페넴 내성 출현률은 0.2%로 보고됐다.
이번 검역본부 조사에서 분리된 개 유래 카바페넴 내성 대장균은 반려동물에 흔히 사용되는 아미노당화물(aminoglycoside), 플루오로퀴놀론, 페니콜, 테트라사이클린 등 다른 비(非)베타락탐계 항생제에도 내성을 나타냈다. 그만큼 심각한 다제내성으로 치료가 쉽지 않은 셈이다. 연구진은 “이는 한국, 중국의 다른 연구와도 일치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이 카바페넴 내성 유전자의 저장고 역할을 하며 잠재적으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수의사들의 경각심도 높다.
지난해 검역본부와 페토바이오가 실시한 ‘반려동물 항생제 사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에서 국내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36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다제내성균과 관련해 신중히 사용해야 할 항생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카바페넴(이미페넴/메로페넴)을 꼽았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논문인 ‘Prevalence and molecular characteristics of carbapenem-resistant Escherichia coli isolated from dogs in South Korea’는 대한수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nral of Veterinary Scienc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