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에서 허가까지’ 연구의 결과물을 만드는 수의사들
‘제3회 비임상 수의사 진로 세미나’ 성료..수의대생 참여 증가

제3회 비임상 수의사 진로 세미나가 지난 2월 22일(토) 동탄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에서 열렸다.
‘기초에서 허가까지-연구하는 수의사들’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104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2회차까지 현직 수의사의 비율이 높았던 것과 달리 올해 세미나 등록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을만큼 수의대생의 참여가 크게 증가했다.
행사가 열린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는 오픈 이노베이션 바이오 연구 플랫폼으로, 신약 연구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우정바이오는 2021년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설립 이후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 완전 인증을 획득한 공유 동물실험실과 효능평가센터, 안전성평가센터, 약물분석센터, 글로벌 CRO(SNBL) 등을 운영하며 신약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개방형 연구개발센터인 ‘LAB CLOUD’를 통해 초기 바이오 기업이 창업부터 상업화까지 필요한 연구시설과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참여자들은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의 동물실과 LAB CLOUD를 둘러봤다. 이후 본 세미나는 디티앤씨알오 안전성평가센터의 신수민 수의사가 좌장을 맡았다.
세미나 주최 간사진을 대표해 개회사를 전한 GC녹십자 RED본부 김소라 수의사는 “어떤 진로를 권하기 보다 개인의 적성과 형편에 맞게 비임상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어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행사”라고 밝혔다.

새로운 연구자의 탄생, 서울대 이한별 수의사의 대학원 이야기
가장 먼저 강단에 오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바이러스학실 이한별 수의사는 ‘청진기 대신 피펫을 든 대학원생 수의사’를 주제로 대학원생의 삶을 소개했다.
비임상 대학원생이 된 이유와 생활, 졸업 이후의 진로와 과거의 나를 위한 조언을 차례로 전했다.
많은 수의사들이 그러하듯 동물이 좋아서 수의사의 꿈을 꿨던 이 수의사는 반려묘의 죽음과 홍콩 SARS 유행을 계기로 비임상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학부생 때의 인턴 경험과 졸업 이후 취업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학부생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경험해볼 것을 조언했다.
“학부생과 회사원이 밑그림에 색칠을 하는 것이라면 대학원생은 하얀 캔버스에 처음부터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대학원생이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수의사는 “지나친 목표와 열정은 잠시 내려두고 물 흐르듯이 살아가되, 흘러가는 운을 붙잡기 위해서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며 “어느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최선일 것이니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전문성이 힘이다’ AAALAC International 인증위원 주영신 수의사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 실험동물센터의 주영신 수의사는 실험동물 수의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AAALAC International은 실험동물의 인도적인 관리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인증기관이다. 50개국 1,100개 이상의 기관들이 인증을 받았다.
주 수의사는 이 기구의 인증위원회(Council on Accreditation)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인증위원 70여명 가운데 국내에는 현재 단 2명뿐이다.
강연은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의사법 제17조를 바라보는 실험동물 수의사의 생각을 전하면서 실험동물 수의사를 정의해 나갔다.
2022년 전부개정 동물보호법으로 도입된 전임수의사(Attending Veterinarian, AV) 제도도 강조했다. 주 수의사는 전임수의사 제도를 통해 국내 실험동물 수의사 제도가 해외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 중인 AV(Attending Veterinarian)와 DV(Designated Veterinarian) 제도를 소개하면서 동물실험 전반에 실험동물 수의사가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했다.

수의사 면허로 도전하는 제약업계, 현대약품 김대훈 수의사
현대약품 김대훈 수의사는 수의사로서 근무할 수 있는 인의 제약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연구와 개발 분야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약 업계에 종사하는 비임상 연구자 수가 적은 상황 속에서 97년도부터 여러 제약회사에서 근무해온 김 수의사는 제약 연구 분야와 개발분야, 해외사업부로 나누어 설명했다.
임상과 비임상을 아울러 수의사 면허로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핵심 역량을 키워볼 것 또한 제안했다
이상적인 직종과 자격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김 수의사는 “회사에서도 처음부터 막중한 임무를 맡기지 않는다.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훈련시킬 것”이라며 “그 기간동안 기본적인 수의학적 지식과 주어진 정보가 더해지면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처음부터 100퍼센트 성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실패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자신감 있는 도전이 이어진다면 여러분들의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험동물과 CRO에서 수의사의 역할 조명한 김희진 수의사
이어 김희진 수의사는 실험동물과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서 실험동물 수의사의 역할을 소개했다. 김 수의사는 현재 우정바이오의 전임수의사를 맡고 있다.
전임수의사는 동물실험 시행기관에서 실험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전담하는 수의사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연간 1만마리 이상의 실험동물을 보유하는 기관은 반드시 전임수의사를 두어야 한다.
김 수의사는 임상에서 경험을 포함한 진로 히스토리와 함께 실험동물 수의사의 역할과 우정바이오에서 전임수의사로서 수행하는 업무를 소개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 강조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의 역할과 심의 후 감독(PAM)에 따른 실험동물 수의사의 임무도 함께 설명했다.
실험동물센터에서의 미생물 감염 확인 시 진행했던 성공적인 공간 멸균 사례를 공유하며 실험동물 수의사가 수행해야 할 다양한 업무 중 미생물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독성연구에서 실험동물의학까지, 충남대 이진수 교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독성연구’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 충남대학교 실험동물의학 이진수 교수는 “수의대 졸업 후에 일반적이진 않은 선택들을 하면서 고민이 있었는데, 그런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발표를 준비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학부생 시절 실험동물의학, 독성학과 같은 비임상 과목에서 흥미를 느끼고 실험실에 들어가면서 비임상으로 진로를 잡았다.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했던 연구 경험도 소개했다.
특히 실험동물을 이용한 독성 연구 경험이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여러 자격을 취득하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워라밸과 전문성은 상충하는 관계이지만 열심히 하더라도 생각을 많이 하면서 중요한 분야에 자기 자원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면서 “스스로를 낮추며 많이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많은 독서를 바탕으로 생각하며 행동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남들보다는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 동신대 전병석 교수
마지막 연자로 동신대학교 한의대 전병석 교수가 나섰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평가과에서 수의연구사로 활동한 바 있는 전 교수는 동물용의약품과 규제기관의 역할을 소개했다.
전 교수는 연구의 결과물인 ‘신약’에 주목했다. 먼저 주요 제약사의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 현황을 분석하며, 제약회사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전망했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인체 의약품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지만, R&D 투자 효율성이 높고 신약 개발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려동물 의약품 R&D 시장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인체 의약품 대비 규제 기준이 덜 까다롭고 개발 비용이 낮아 투자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동물용의약품 허가 절차와 규제기관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는 인체 안전성까지 검증해야 하는 농장동물용 의약품은 반려동물에 비해서 신약 개발이 더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또한 연구자로서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규제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며, 허가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6명의 연자가 강연을 마친 이후 진행된 Q&A에서는 공통 질문과 참가자들이 직접 남긴 질문에 대한 응답이 이어지며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는 우정바이오 외 한국비임상시험연구회, 차온, 바이오톡스텍이 후원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웅제약 김대근 수의사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동료 수의사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며 “아직 3회차밖에 안된 행사지만 지난 2회차동안 많은 수의사분들이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수의사들이 사회에 자리잡고 후배들을 응원하는 선순환이 될 수 있는 행사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소혜 기자 Sa07171@gmail.com
어승현 기자 ecc0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