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HCM, 진단부터 약물 처방·영양학적 관리 방법은?
송우진 제주대 교수, 2025 KSFM 컨퍼런스에서 고양이 심근질환 주제로 심화 강의

송우진 제주대 수의대 교수(사진)가 2일(일) 열린 제14회 KSFM 컨퍼런스(2025년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 고양이 심근질환을 주제로 강의했다.
‘고양이 심근질환 심화 토의’라는 부제에 맞게 다양한 논문을 바탕으로 고양이 심근질환의 진단, 치료, 관리법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아직 치료 컨센서스가 확립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각 방법의 장단점과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소개했다.
가장 많은 고양이 심근병증은 HCM..중요한 것은 심방의 크기
고양이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심근병증은 좌심실 내강이 좁아지는 HCM(비대성심근병증, 비대심장근육병증)이다. DCM(확장성심근병증)은 개에 많지만 고양이에서는 드물다. RCM(제한성심근병증), ARVC(부정맥유발성우심실심근병증)도 고양이에서는 드물게 발생한다.
고양이 HCM 진단의 골든스탠다드는 심장초음파 검사다. 이완기 심실벽 두께가 6mm를 넘으면 HCM으로 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심방의 크기도 중요하다. 심근병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심방이 괜찮으면 심장이 어느 정도 기능을 하지만, 심방이 두꺼워지기 시작하면 혈액이 저류하고, 예후도 좋지 않다. 따라서, 고양이 심근병증 진단에서는 반드시 심방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이 추천된다.
송우진 교수는 개인적으로 고양이의 좌심방 직경이 18mm 이상 되면 우려가 되는 상태고, 16mm 이상이 되면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개와 달리 고양이에서는 이뇨제를 투여하거나 탈수가 있으면 좌심방 크기가 작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고양이 심장 크기 평가 시에는 이뇨제 투약 여부와 탈수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폐쇄성 심근비대증도 예후가 특별히 더 나쁘지 않아..청진음 들려도 마취 가능
proBNP 검사도 활용
증상이 없는 B1, B2 단계 심근병증 고양이 1,008마리를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심장 질환으로 1년 이내 사망한 확률은 7%였고, 5년 생존율은 77%, 10년 생존율은 72%였다. 흥미로운 점은 승모판의 수축기전방운동(SAM)을 동반하는 폐쇄성 심근비대증(HOCM)도 예후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HOCM의 경우 청진음(murmur, 심잡음)이 92.9%에서 들리지만, 정상 고양이도 절반 가까이(46.4%)는 심잡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에서 청진음만으로 구분은 어렵고 심초음파를 봐야 한다.
스케일링이나 CT/MRI 촬영, 수술 전에 청진음이 들리면 마취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고양이는 정상이어도 청진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청진음이 있다고 무조건 마취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심장 바이오마커인 NT-proBNP를 참고하는 것이 추천된다. 송우진 교수는 개인적으로 청진음이 없더라도 흉부방사선과 pro-BNP 검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만약, 심장초음파는 정상인데 pro-BNP 수치가 높다면, proBNP 재검사를 하거나 초음파상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모니터링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양이에게 공격적인 수액 처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탈수로 인해 좌심방 크기가 과소평가된 상태였다가 수액 처치 후 폐수종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경우 개보다 스테로이드 투약 시 폐수종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무증상 HCM 환자에 스테로이드를 처방할 때는 모니터링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약물 처치 및 관리는 어떻게?
송우진 교수는 이날 이뇨제, β-blocker, ACEi, 피모벤단, 혈전예방제 및 영양학적 관리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뇨제는 고양이의 울혈성심부전(CHF) 관리에 꼭 필요한 약물로, 수액처치 또는 스테로이드 투여와 관련된 CHF, TMT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호흡개선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하다.
β-blocker는 SAM을 동반하는 HOCM에서 사용할 수 있다. atenolol 처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처방하자는 의견도 있고, 증상이 있을 때만 처방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송우진 교수는 개인적으로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편이라고 한다.
ACEi와 관련해서는 Benazepril 투여 여부에 따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만, 무증상 B2에서 ACE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수의사들도 있다. HCM 환자는 RAAS가 항진되어 있기 때문에 이뇨제 투여 시 RAAS 과항진에 주의를 해야 하고 ACEi를 함께 처방하는 것이 이점이 있다.
HCM으로 인한 동맥혈전색전증(FATE)이 생겼을 때는 혈전용해제(tPA)보다 혈전예방약 사용이 추천된다. 혈전이 추가로 쌓이지 않도록 하면서 혈전을 줄여나간다.
피모벤단의 경우, 모든 HCM 고양이에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고양이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어 보인다는 게 송우진 교수의 설명이었다. 송 교수는 개인적으로 C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피모벤단을 처방하는 편이라고 한다.
송우진 교수는 B1 단계일 때는 약물 처방을 하지 않고, B2 단계일 때는 혈전예방약을 주고 모니터링하면서 ACEi나 ARB 처방을 고려해 본다고 한다. 그리고, C 단계에서는 다양한 약물 처방과 함께 적극적인 관리를 한다고 한다.

고양이 HCM 환자, 영양학적 관리도 가능
HCM 고양이에게 유일하게 처방할 수 있는 펫푸드는 로얄캐닌 캣 카디악
송우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고양이 HCM 환자의 영양학적 관리 방법을 소개했다.
국내에서 지난해 원인불명의 고양이신경근육병증 사태의 원인으로 사료가 지목됐을 만큼, 고양이 보호자들의 펫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송 교수는 지난 2020년 미국수의내과학회지(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논문(Association of diet with left ventricular wall thickness, troponin I and IGF-1 in cats with subclinical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고단백, 저탄수화물, 오메가3로 만든 test 사료와 control 사료를 HCM을 가진 고양이 51마리에 나눠서 급여했다(test 그룹 27마리, control 그룹 24마리). 이중 사망 등의 개체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44마리(test 그룹 23마리, control 그룹 21마리)를 각각 6개월 후, 12개월 후 시점에 분석했다.
그 결과, 실험군(test) 고양이에서 이완기 좌심실벽 두께가 6개월 후와 12개월 후 시점에서 모두 개선됐다.
또한, 심장 세포 사멸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심장 Troponin I 수치가 6개월 후 실험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으며, 심근세포에서 인슐린과 결합해 단백질 합성을 유도하는 IGF-1 수치도 12개월 후 실험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 바로 로얄캐닌의 고양이 비대성심근병증(HCM) 처방식 ‘캣 카디악(Cat Cardiac)’이다. 연구에서 제품 출시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송우진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proBNP가 높은 환자 등에 적극적으로 처방한다”고 밝혔다. 단, 사료 처방 시 환자의 신장 수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성신장질환(CKD) 처방 사료와 구성이 반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송우진 교수는 “만성신장질환이 없다면 B1, B2단계 HCM 고양이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며 “subclinical HCM phenotype 고양이에게 처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