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심인성 다음증, 세계 최초 확진…국제학술지에 보고

이승진동물의료센터 김지현 원장·제주대 수의내과학교실, 고양이 원발성 다음증 케이스 보고


2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고양이에서 심인성 다음증(psychogenic polydipsia)을 세계 최초로 확진한 사례가 국내에서 나와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지현 원장(사진)을 비롯한 이승진동물의료센터 마이캣클리닉 의료진과 제주대학교 수의내과학 교실(송우진·윤영민 교수)이 함께 보고한 이번 케이스는 최근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가 발간하는 JFMS(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게재됐다(Primary polydipsia in a cat).

고양이에서 다음(PD), 다뇨(PU)는 음수량이 체중 1kg당 하루에 100ml를 초과하고 뇨비중이 지속적으로 1.035 미만인 상태로 정의된다. 고양이의 PU/PD는 만성신장질환(CKD), 요로 감염, PSS 등 간 기능장애, 갑상샘기능항진증·쿠싱·애디슨병 등 내분비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흔한 원인을 배제하면 CDI(중추성 요붕증), NDI(신성 요붕증), 원발성 다뇨증(PP, Primary Polydipsia)을 감별해야 한다.

연구진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고양이에서 매우 드문 원발성 다뇨증 증례를 보고했다. 특히, 이번 케이스는 뇌하수체의 구조적 병리학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최초의 ‘고양이 원발성 다음증’ 사례다.

이승진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2살령 7kg 코리안숏헤어 고양이가 한 달간 지속된 다음다뇨 증상으로 내원했다고 한다. 해당 환자는 하루 평균 약 1L의 물을 마셨고(135ml/kg/day), 요비중 1.004로 매우 묽은 소변이 관찰됐다.

신체검사,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복부초음파에서 모두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UCCR(요 코르티솔 : 크레아티닌 비율), UPCR(요 단백 : 크레아티닌 비율), 소변 배양 검사도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이에 중추성 요붕증(Central Diabetes Insipidus), 신성 요붕증(Nephrogenic Diabetes Insipidus), 원발성 다음증(Primary Polydipsia)으로 감별진단 목록을 좁힌 뒤, 수분 제한 검사, 두부 MRI, 데스모프레신 반응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수분 제한 14시간 후 요비중이 1.035까지 상승하며 소변 농축 능력이 확인됐고, MRI 검사에서 뇌하수체에 구조적인 이상이 보이지 않았으며, 데스모프레신 투여 후 요비중의 변화가 없어 최종적으로 원발성 다음증(PP)으로 확진했다.

연구진은 “의학에서는 원발성 다음증을 체내 삼투질 조절 이상에 의한 ‘구갈성 요붕증(dipsogenic DI)’과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음수량이 증가하는 ‘심인성 다음증(psychogenic polydipsia)’으로 구분하지만, 수의학에서는 이 두 용어를 일반적으로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며 “본 증례는 고양이에서 심인성 다음증을 확진한 세계 최초 사례로, 고양이의학 전문 국제학술지인 JFMS에 게재됐다”고 설명했다.

이승진동물의료센터 마이캣클리닉 김지현 원장(제주대학교 수의내과학 박사과정)은 “이번 논문은 고양이에서 원발성 다음증을 최초로 확진한 사례로, 희귀 질환에 대한 진단적 접근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며 “쉽지 않았던 케이스였지만 끝까지 원인을 찾고 명확한 진단에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보호자분께도 정확한 진단과 향후 반려묘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점이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해당 환자는 약물치료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환경풍부화와 음수 제한(80ml/kg/day)을 병행한 결과 요비중이 1.025까지 개선되어 진단 후 1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고양이 심인성 다음증, 세계 최초 확진…국제학술지에 보고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