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KBVP가 설립된지 약 반년이 지났다. 월례세미나, 웨비나 등 여러 활동이 있었지만 다가온 KBVP 포럼이 가장 큰 행사라고 볼 수 있는데.
KBVP의 설립 목적에 맞게 1~3년차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강의를 준비했다.
전국 10개의 수의과대학의 커리큘럼이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어떤 학교는 임상실습, 어떤 학교는 이와 더불어서 임상 심화실습까지 하고 나오는 실정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역량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단계, 초보적인 단계의 임상수의사에 해당하는 1~3년차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임상교육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런 부분은 수의과대학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인데 학술 단체가 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물론 이 부분을 대학에서 키워야할 역량이지만 수의과대학의 경우에는 그런 교육 여건을 만들기가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는 국립대학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10개 중 9개 대학이 국립대에 있는 수의과대학은 교육 강화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Q. 기존의 임상수의사 학술대회에 비해 독특한 강의가 많은 것 같다.
KBVP 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은 `통합강의`이다. 예를 들면 질병에 대해 주제로, 먼저 해부학 교수님의 강의, 생리학 교수님의 강의, 임상 교수님의 강의 등 기초부터 임상까지 어우러지는 강의다.
본과 3~4학년에서 임상과목을 배울 때, 1학년 때 배운 해부학을 다시 떠올리기 힘들지 않나. 그러다보니 다시 가르치는 수고가 더 들고 교육의 효율성, 통합적인 사고가 부족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기초, 임상과목 사이에서 뿐만 아니다. 내과, 외과 등 임상과목들 사이에서도 허다하다. 수의과대학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강의를 시도해보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다.
그래서 KBVP에서 “증례기반 심포지엄(case-based symposium)”이라는 이름의 통합강의를 통해 질병의 다각적 측면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이 강의는 여러 연자분들 뿐만 아니라 강의를 듣는 수의사들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방적인 강의보다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 깊게 배우는 효율적인 강의가 될 것이다.
wet-lab의 경우는 기존의 학회에서 많이 시도했고, 외국의 학회에서도 많이 시도한 강의 방법 중 하나이다. 한번 듣는 것보다 실제 해보는 것이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분명히 굉장히 좋은 툴인 것은 사실이다.
반면 초음파, 복강경 강의 등을 위해서는 동물과 장비가 필요하다보니 어려운 면이 있다. 때문에 연속성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KBVP에서 지속적으로 해보자라는 취지로 준비했다.
Q. 한국인 미국 수의전문의 초청강연도 눈에 띈다.
미국 수의전문의과정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임상 전문의의 경우 기초분야와는 조금은 떨어져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과정과 전문의 시험에서는 기초분야 또한 매우 자세히 다룬다.
수의피부전문의를 예로 든다면, 피부와 관련된 생화학, 생리학, 조직학, 분자생물학 그리고 이것이 임상적으로 가지는 연관성 등을 매우 심도있게 다룬다. 전문의 시험에서는 기초부분 시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이후에 임상분야 문제가 따로 있다.
따라서 미국수의전문의는 심도있는 기초지식, 임상지식, 경험이 모두 풍부하다. 때문에 미국수의전문의의 전문성을 대부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미국수의전문의 강의가 도움이 될까.
임상현장에서 어떠한 증상을 볼 때, 그러한 문제와 변화가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나 병리학적 기전을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것을 알려면 관련된 학술적 지식과 배경을 깊이 공부해야한다. 그런 공부를 한 사람들이 수의전문의다.
수의전문의 강의를 통해서 실제 임상에서 봉착했던 문제들이 왜 나타나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강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요즘 공중보건분야에서 대두되고 있는 One Health에 대한 세션을 따로 만들었다.
“One Health”는 “동물, 인간, 환경의 건강은 하나다”를 모토로 하는 패러다임이다. 이는 인수공통전염병 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까지 해당된다. 즉 인간에서 생기는 질병이 동물에서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학분야에는 아직 이 같은 개념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전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에서 학회지 편집장들의 모임이 있었다. 한국임상수의학회 편집장으로서 참가했을때 옆자리 앉은 치의학 학회지의 편집장이 임상수의학회지를 보면서 “우리분야와 똑같은 걸 하시네요”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이때에 수의분야가 하는 일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은 알기 쉽다. 이제는 각 분야의 연구집단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러한 연합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같은 연합이 앞으로 닥칠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이다. 점차 강화해나가면서 수의사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는데도 기여하고 싶다.
Q. 수의학 강의 뿐만 아니라 다양한 social program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회는 학술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수의사들이 만나는 교류의 장소이기도 하다.
수의사는 당연히 평생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학회에 참여했을 때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학회는 교류의 목적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동물병원에서 항상 공부를 하면서 쌓인 피로들로 인해서 휴식이 필요한데, 학회에서도 이런 교류이 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런 생각을 미국의 제약회사로부터 초청되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느꼈다. 플로리다에서 했던 이 세미나는 오후 일찍 강의가 끝나고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교류도 하고 충분한 휴식으로 다음날 세미나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많이 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회와는 조금은 다르다. 물론 학회에서 수의사들이 교류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학회에서 직접 제공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KBVP에서 수의사들의 교류를 위해서 직접 장소와 행사를 제공하려고 한다. 그리고 또한 참가하는 수의사의 가족들도 모두 어울릴 수 있도록 바비큐파티, 밴드 초청, 미술전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Q. KBVP는 창립 당시 ‘업체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번 행사 참가 업체에 대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성공적인 학회를 위해서는 좋은 장소와 좋은 연자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비용을 수의사들의 참가비로만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업체에게 일정 부분 비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해외 유명학회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KBVP는 가능한한 낮은 참가비로 업체 부담을 줄이고, 업체가 제공한 비용은 남김없이 포럼에 사용할 방침이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참가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앞으로의 행사에서도 유지될 것이다.
Q. 청년수의학 아카데미와 함께 개최한다고 들었다.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 “One Health” 강의를 제공하고, 포럼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해 취업박람회를 개최하여 학생들과 업체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려고한다.
참여 업체들은 대다수가 제약회사, 사료회사, 의료기기회사인데, 이 회사들은 수의사 인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알음알음 인재를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경력 수의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인력이 업계 내부에서 순환되고 새로운 인력을 뽑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수의대학생들 입장에서도 관련 업체들에 대해 정보는 부족하다보니 결국, 업계에서는 인력이 더욱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단순 취업박람회를 통해서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학생들에게는 진로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Q. KBVP 월례세미나는 학생은 불가, 본4는 제외. 그런데 왜 포럼은 왜 학생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가능한가
세미나의 경우 오로지 학술을 위한 행사다. 하지만 임상을 위해 배워야 할 기초적인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이 참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선행학습이 꼭 좋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막 졸업한 수의사가 처음으로 어떤 원장을 만나느냐와 비슷한 이치다. 어떤 원장을 만나냐에 따라 그 때 처음 배운 것들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잘못된 것이라도 좀처럼 고치거나 바뀌지 않는다.
아직 임상을 정확하게, 정통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배우지 않고 기초 과목조차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실제 필드에서 일어나는 변형되고 응용된 임상지식을 배울 경우, 모래위에 성 쌓기처럼 쉽게 무너지고, 왜곡된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고치거나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포럼의 경우는 단순 학술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학술에, 수의사들과 수의업계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의대 학생들도 포럼에 당연히 참여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이 섭섭해 하지 말았으면 한다. 학생들이 학년에 맞게 차근차근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 월례세미나 등에 참석하길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수의사 분들게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KBVP의 자문 위원 교수가 많다. 그래서 회의에서도 가장 언급을 많이 하는 것이 “교육”이다. 임상수의사와 자문 위원 교수들의 교육 회의를 통해서 학교에서 배워야할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교 교육에 적용시키고, 교육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KBVP가 보강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KBVP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려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분명히 귀 귀울여 듣고 있다. 향후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켜보신다면 그 우려가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