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동물, 의생명과학 넘어 식탁으로..`수의사 대비해야`

대형동물 유전공학 연구 활발, GM연어 미국FDA 승인도..안전성 평가역량 갖춰야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151202lmoforum1

동물에서의 유전자변형(GM) 기술이 의생명과학을 너머 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GM동물에서 유래한 축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수의학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과 함께하는 GMO 이야기 : 유전자변형 동물’을 주제로 2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제18차 LMO포럼 국제세미나에서는 GM 동물의 다양한 활용 현황과 향후 발전방향을 전망했다.

이제껏 유전자변형 기술을 활용한 식품분야에 대한 관심은 식물에 치우쳐 있었다. 미국에서 제초제 내성을 가진 GM콩이 개발된 이래로 세계 각국의 소비자가 GMO를 섭취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반면 동물에서 GM기술은 질병모델 유전자변형마우스(GEM)나 복제동물 등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목적에 치중되어 왔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에 나선 장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유전공학 연구가 초파리나 예쁜꼬마선충 등의 전통적인 대상에서 소, 돼지, 염소, 개 등 대형동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의생명과학연구에서 대형동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며 수명을 다하는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은 당뇨나 암 등 주요 질환의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1997년 복제양 돌리 이후 12종 이상에서 1천마리 이상의 복제동물이 탄생했으며 동물복제 자체가 상용화되는 추세다.

GM 동물을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생물학적 공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2008년 미국의 GTC사가 GM염소의 젖으로 항응고제를 생산해 미국 FDA로부터 승인 받는 등 인체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GM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실험이 진행되는 등 이종장기 이식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151202lmoforum2
장구 서울대 수의대 교수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월 19일 미국FDA가 2배 빨리 자라도록 성장유전자를 조작한 GM연어를 식품용으로 승인하면서 GM 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아쿠아바운티(AquaBounty)사가 개발한 빨리 자라는 `아쿠아어드밴티지 GM연어`는 대서양연어에 태평양치누크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성장률과 사료효율을 증가시킨 LMO다.

. 캐나다에서 생산한 GM연어의 3배체 난을 파나마로 옮겨 키운 후 미국 등지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판매되며, 향후 2년 내에 시판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중국 연변대 윤희준 교수팀은 특정 DNA를 삭제하는 ‘유전자 가위’기술을 활용해 근육을 늘린 GM돼지를 생산하기도 했다. 돼지의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골격근 증가를 유도한 것이다.

이미 소에서는 마이오스타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큰 벨지언 블루 등이 품종화되어 있다. 연구진은 향후 F1세대 연구와 안전성평가를 거쳐 새로운 품종으로의 이용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151202lmoforum3

하지만 이러한 GM동물이 축산업에 적용될 경우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GM연어 연구의 권위자인 캐나다 해양수산부 로버트 데블린 박사는 이날 포럼에 내한해 “수산양식에서 GM동물의 활용성이 크지만,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 신중히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GM수생동물이 양식장을 빠져나가게 되면 이를 회수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후 벌어질 일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쿠아어드밴티지 GM연어도 1995년 FDA에 승인을 신청한 이후 20년의 위해성평가를 거쳤다. 3배체 난을 생산하고 성별을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생식능력을 제거하고, 육상의 양식시설을 활용하는 등 바다로의 누출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의도치 않게 방출될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3배체로 인한 불임효과도 100%는 아니기 때문에 대량으로 유출될 경우 자연환경에서 번식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LMO가 가진 각 유전형질이 특정환경에 반응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생태계를 제한된 실험실 환경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데블린 박사는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실험하지만, 거대한 자연 생태계에서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GM 축산물이 일반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질 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데블린 박사는 “세계연어양식자협회는 ‘규제당국과 시장이 GM어류가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리기 전까지는 GM연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GM동물이 생태계에 끼칠 영향과 GM축산물의 상용화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전자변형 기술을 활용한 축산물 생산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구 서울대 교수는 “미국에서 GM축산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담당한 부서가 FDA의 수의학센터(CVM)”라며 “국내에서 GM축산물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향후 도입 시 안전성 평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을 것인 만큼 축산물 안전을 책임진 수의사가 국민보건 및 식품안전 확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전자변형동물, 의생명과학 넘어 식탁으로..`수의사 대비해야`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