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젖소 임상에도 동물복지 반영해야..생산성 향상에도 기여
국내에서도 동물복지형 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한국우병학회에서도 소 임상의 동물복지적 측면을 다뤘다.
10일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우병학회 제21차 학술대회에서 백명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가 ‘반추동물의 복지와 스트레스’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백명기 교수는 거세, 제각, 수송, 온도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반추동물의 반응을 다룬 국내외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거세, 제각, 더위·추위 등 스트레스, 복지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 위협
이날 강연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노출된 소는 사료섭취 감소와 같은 행동변화나 체내 스트레스지표물질의 증감을 보였다.
제각이나 거세 등 침습적인 행위를 겪은 소는 스트레스에 의해 면역이 저하되고 사료섭취량 및 성장도 지체된다. 거세보다 제각에 더 큰 스트레스반응을 보이며, 제각 및 거세시점이 늦어질수록 일당증체량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컸다.
백 교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국소마취제, 소염제를 사용하고 수의사에 의한 숙련된 시술을 권장했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한 소 임상수의사는 “아직 현장에서는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보다는 단순히 안전을 위해 보정하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선을 위해서는 농장주나 비수의사에 의한 시술도 만연해있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지나치게 덥거나 추울 때 받는 스트레스도 컸다. 특히 한국은 지구온난화현상에 의해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섭씨 1.7도 상승했다(지구의 평균상승폭은 0.74도).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고 있는 것이다.
백 교수는 “더위나 추위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항상성 유지에 소모되는 열량이 많아져 축산물의 생산량과 품질이 저하된다”면서 생산성 측면에서도 동물복지적 사양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계온도 이상의 고온에서 젖소의 유량은 감소하고 우유 내 체세포 숫자는 증가한다. 너무 추우면 한우의 근내지방이 분해되면서 육질등급이 떨어지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동물복지 축산, 소비자 및 정부 관심 늘어나..동물복지 고려한 수의사 컨설팅 필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부터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이미 73개 농장이 인증 받은 산란계를 중심으로 육계(5개소), 돼지(6개소)에서도 동물복지인증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
한우, 육우, 젖소에 대한 동물복지인증제도도 올해 1월 도입됐지만 아직 인증 받은 소 농장은 없다.
백 교수는 2013년 1%에 그친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의 비중이 2016년 4%, 2019년 8%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동물복지’ 요소가 고급 축산물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소비자와 정부 제도도 동물복지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한우 고급육 시장은 현재 육질등급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동물복지형 사육도 향후 고급화 전략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