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열쇠 `장내미생물` 반려견에서도 무얼 먹는지에 따라 다르다
서울대 조성범 교수팀 `생식 급여 반려견이 장내미생물총 다양성 높아`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보건 연구의 화두 중 하나다. 유전체 분석 기법의 발달로 장내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장내미생물이 숙주의 생체기능과 질병문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장내미생물의 구성이 비만 위험도나 당뇨, 염증성장질환, 자폐증 등 다양한 질환에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장내미생물은 유전, 식습관, 생활습관에 따라 다양한 군집 구조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에서도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핵심 장내미생물총(core gut microbiota)의 구성에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조성범 교수팀은 생식 혹은 일반사료를 급여하는 반려견 11마리의 장내미생물총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Gut Pathogens’에 지난달 발표했다.
11마리 모두 국내에서 흔히 기르는 미니어쳐 푸들, 비숑프리제, 말티즈, 포메라니안 등 건강한 소형견으로 구성했다.
6마리의 생식급여군은 익히지 않은 생고기와 야채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급여했다. 5마리의 사료급여군은 내추럴발란스, 라메르 등 시판되는 사료를 제공했다. 이들 모두 보호자에 의해 1년 이상 같은 식단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두 그룹의 개의 분변에서 메타게놈(metagenome)을 추출해 이를 일루미나社의 MiSeq 플랫폼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생식급여군과 사료급여군은 장내미생물총을 구성하는 주요 미생물의 종류와 상대적인 비율에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생식을 섭취하는 반려견들은 사료를 섭취하는 반려견들에 비해 장내미생물총의 다양성이 높게 관찰됐다.
연구진은 “개에서는 아직 장내미생물총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경우 비만과 소화기질환 환자에서 장내미생물총의 다양성이 낮게 관찰되었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본 연구는 건강한 개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된 만큼, 이번 실험결과 만으로는 장내미생물총의 다양성과 각종 질환과의 연관성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미생물 조성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생식급여군에서는 Clostridium perfringens 균이나 Fusobacterium varium 균이 상대적으로 높게 분포했다”며 “이 두 균은 장내 상재균이지만 숙주의 면역상태에 따라 건강에 영향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생식은 식재료 관리에 주의 필요..사료는 장내 미생물총의 다양성 고려해야
이 같은 장내미생물총의 차이가 식이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사료는 고온·고압의 가공과정을 거치므로 미생물과 영양소가 조절되는데 반해, 생식의 경우 미생물과 영양소가 자연상태 그대로 급여된다”면서 “단백질·지방 위주인 생식에 비해 사료의 탄수화물 비율이 높다는 점도 미생물총의 구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로 생식과 사료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생식의 경우 식재료의 신선한 취급 및 관리를, 사료의 경우 장내미생물총의 다양성 향상을 고려해볼 것을 조언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모두 건강한 개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장내 미생물총의 특성과 질병과의 연관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식이에 따른 장내미생물총의 변화와 질병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살펴보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Gut Pathogens’ 온라인판(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