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미래 60년 전망④] 동물복지와 수의사의 역할: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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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자리를 빌려 대한수의학회 창립 60주년을 축하드리며 동물복지를 4개 분야(반려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로 나누어 현실적인 문제부터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소견을 정리하고 이 분야에서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적기로 한다.

(2018년 작성된 글입니다. 편집자 주)

반려동물 복지 현황 및 전망

국내 반려동물 사육인구 및 산업의 증가가 괄목할 만한 상황에서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제도적 요구도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에 이어지는 여러 사건·사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2017년에는 다양한 동물 관련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소위 “개물림 사고”가 큰 주목을 받았다. 연예인의 강아지가 이웃 주민을 물고 얼마 후에 사망함에 따라 국민적 관심을 일으킨 것인데, 이로 인하여 애완견 목줄을 의무화하고 맹견에 대해서는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져서 금년 3월부터 “목줄 2미터 제한, 체고 40cm 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라는 행정 일방적인 법안추진도 있었으나,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가면서 많은 반대에 부딪혀 결국 보류된 상황이다.

이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과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려동물 사육 시민들 대상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의무화 및 동물행동의학에 근간한 동물행동 평가방법의 도입과 독일식 면허제도도 검토해 볼 시점이다.

아직 반려동물 관련한 법과 제도는 여러 가지로 미비한 상황이다. 그나마 반려견 등록제가 시행되어 유기견 발생 수가 2010년 10만 마리를 넘어선 것이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5년에는 8만 마리대로 감소하는 듯하였으나, 2016년에는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는데 반려동물 사육인구 및 사육두수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려 고양이의 증가는 괄목할만하다. 심지어 지난 정권에서는 반려동물산업을 차세대 국가 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안을 추진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려동물 및 사육인구의 증가와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복지실태는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국내 동물보호소는 시민단체가 유럽 수준의 보호소(카라의 파주 더봄센터)를 계획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이 지자체가 직영하지 않고 위탁 관리하고 있어서 보호소의 위생실태와 동물관리 수준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자체가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매년 시행되는 입찰방식으로 진행되어 간혹 운영예산을 줄이고자 불법적인 시도도 발생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비윤리적인 수의사의 비난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선진국 수준의 보호소 직영제가 해결방안이라고 본다. 이는 동물입양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호소 근무 수의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나 아직 국내에서는 전문화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선진국에서는 동물보호소의학(animal shelter medicine)으로 발전하여 교육 프로그램도 전문화되어 있다. 이 분야도 수의사의 중요한 개척 분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보호소에서 자연사하는 동물과 입양되지 못하고 대부분 안락사당하는 유기동물의 복지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본다.

그나마 지자체 중에서도 서울특별시가 가장 활발한 동물복지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에 국내 처음으로 ‘동물보호과’를 신설하고 2014년에는 “서울 동물복지 계획 2020”을 수립하기도 하였다(그림 1).

서울동물복지계획 2020 안내자료
그림1. 서울동물복지계획 2020 안내자료
<서울시 동물보호과 제공>

필자는 이를 위해 2013년도에 용역과제를 수행하여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동물 관련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선진국 수준의 대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에도 각종 위원으로 봉사하며 그 활동을 지켜보는 데 매우 긍정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의 관심과 지원이 반려동물 복지 수준의 제고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10월에 상암동 네스플렉스센터에 ‘동물복지지원센터’를 개장하였고, 금년 4월에는 구로구 구로동에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를 개장하였다. 그 외에도 2013년에 어린이대공원에 시범 설치한 ‘애견놀이터’를 시점으로 총 5개 놀이터를 확보하고, 2013년에 강동구가 시범적으로 시도한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서울시 전역에 보급하기도 하였다. 한편, 지난 5월에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로 경기도에서 도 동물보호과가 신설되었다.

2013년 필자가 직접 수행한 조사에서 서울시 길고양이가 최소 20만 마리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 대책으로 타이베이와 같이 지역별 집중적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의 시행을 제안하였는데, 서울시에서는 민원지역 중심으로 자치구 중성화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시민단체와의 민관협력 집중사업을 병행하면서 2년마다 길고양이 개체수 조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조사한바, 지난 2017년에는 14만 마리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금년에는 더욱 박차를 가하여 연간 9,700마리 길고양이의 중성화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근래에 수의사나 수의과대학의 봉사활동이 증가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중심으로 하던 동물복지 사업에서 수의사의 전문적인 활동이 증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이러한 차원에서 가능한 동물 관련한 지속적인 기고를 통하여 사회적인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 외에도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테마로 하는 경기도 여주, 연천 등의 지자체에 의한 사업계획도 활발하다. 시민단체들도 급성장하고 있어서 사업 규모도 매우 커졌고, 단군 이래 최고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급성장하고 있고, 그만큼 선진국형 동물보호 운동이 필요하며, 사업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수의사회나 수의사들과 일부 애증적인 면도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상호협조적인 단체가 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많이 늦었지만, 어느 정도 성장기를 거쳐서 성숙기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이제는 매스컴에 의존하는 캠페인 중심의 동물보호 운동에서 학술과 연구기반의 전문적인 복지 운동으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수의사가 중심이 되어 개시한 활동 중에는 대한수의사회 주관 ‘초등학교 전 학년 대상 동물복지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인정된다. 전 세계 처음으로 수의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며, 지금은 희망학교의 신청을 받고 찾아가는 사업이지만 향후 교육부에서 의무교육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많은 동물병원장이 참여하고 있어서 그 활약상이 대단하다. 수의사의 모범적인 사회참여 활동이며, 사회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도 근본적인 동물복지 교육이기도 하다.

실험동물 복지 현황 및 전망

국내에서는 2007년까지 실험동물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없었기에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우리나라를 “동물실험 천국”이라며 개선을 위한 항의를 지속해왔다. 또한, 많은 과학자와 수의사들은 끊임없이 1999년부터 ‘한국실험동물학회’를 통해 동물실험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시도한 바가 있다.

한국실험동물학회는 실험동물 및 동물실험에 관한 학술연구와 정보교환 등을 통하여 실험동물학 및 그 관련 학문영역의 발전과 국가의 학술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관련 산업의 발전 및 실험동물의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5년 5월에 설립되어 현재 정회원 1,600여 명, 인터넷 회원 3,400여 명, 학생회원 3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실험동물학회는 1999년에 ‘실험동물기술원’의 인증을 시작하여 1급과 2급 기술원의 인증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약 800여 명이 지원하여 약 40~50%의 합격률을 보이는데 현재까지 총 4,050명(1급 451명, 2급 3599명)이 인증을 취득하여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동물복지를 위한 기술원 인증과정은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실기시험을 허용하는데, 이들이 한국의 동물실험 분야에서 동물복지 환경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999년 이래 일부 주요 연구기관 및 대학에서 ‘국제실험동물평가인증협회(AAALAC)’의 평가 및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사업은 미국에서 시작했으나, 근래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국내에는 실험동물을 위한 지침뿐만 아니라 가이드가 일부 기관별로 자체적으로 규정해왔으나,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통일된 지침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식품의약품안전청 공동 동물실험 및/또는 실험동물 관련 위원회(IACUC) 표준운영 가이드라인(2011)」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것이 없고,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RC)’의 조직인 ‘실험동물자원협회(ILAR)’에서 발간한 「실험동물의 관리 및 사용에 관한 지침서(Guide for the Care and Use of Laboratory Animals; 일명 “the Guide”라고 함)」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다(그림 2).

The guide 한국어판 표지와 기관 내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전임수의사 간의 협력관계
그림2. The guide 한국어판 표지와 기관 내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전임수의사 간의 협력관계

이 가이드의 최신판인 제8판(2010) 24쪽에는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KCLAM)’를 ‘기관별동물관리사용위원회(IACUC; 소위,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필수적인 위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는 2006년에 창립하여 현재 약 300명의 회원과 42명의 인정수의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회공청회를 통하여 미국과 같이 동물실험기관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함께 ‘전임수의사(AV: Attending Veterinarian)’의 의무고용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필자는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하여 “지난 10년간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위하여 지대한 공헌을 하였지만, 여전히 불법적이고도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태생적인 문제로서 선진국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대부분 국가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전임수의사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역설한 바 있고 많은 참석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는 한국실험동물학회와 함께 국내 생의학연구 분야의 동물복지를 위한 중심기관으로 점점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KSAAE)’는 2007년 ‘국립독성연구원(NITR)’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식품 첨가물 및 약물 평가를 위한 독성시험 대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체법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FDA)’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국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는 2009년 11월에 설립되었다.

필자는 2008년에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의 지원을 받아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에 3R동물복지연구소(I3Rs: Institute for the 3Rs and Animal Welfare)를 설립하였다. 2008년 11월과 2010년 8월에 한국실험동물학회와 공동으로 동물실험 대안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을 서울에서 개최하였고, 이후 대체법과 3R 원칙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의 공식 보고에 따르면 2012년 전국에서 사용한 실험동물 수는 183만 4천 마리였으나, 2017년에는 308만 2천 마리를 넘어서 5년 만에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그림 3. 실험동물 사용실적 도표
그림 3. 실험동물 사용실적 도표

3R동물복지연구소는 2009년 국내 처음 ABBD(Animal Blood & Body Donation: 동물 헌혈 및 기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부속 동물병원에 시스템을 전수하였고, 2010년에는 미국 ‘동물복지정보센터(AWIC)’, ‘농무성(USDA)’ 및 ‘동물보호협회(Animal Learn)’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동물복지 정보자원의 교환 연구, 실험동물, 수의학 및 의학 교육에서 대체방법(3R)의 사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고, 2011년에 검역본부와 함께 ‘한국3R국가정보센터(KNI3Rs)’를 구축하는 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2012년 8월 ‘세계동물보호단체(WSPA)’의 지원을 받아 전국 8개의 수의과대학에서 참가한 18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동물복지 교수법 워크숍’도 개최하였다. 이로 인하여 전국의 수의과대학에서 동물복지학 강의가 개설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하였으나 아직도 동물복지학 강의가 개설되지 않은 대학도 있어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실험동물협회(KAFLA)’는 2010년에 설립되었으며 2009년 3월부터 시행된 ‘실험동물 관련 법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실험동물협회는 실험동물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동물실험의 과학성, 안전성, 윤리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동물실험의 신뢰성을 증진시켜 생명과학 발전과 국민보건 향상, 인류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회원의 권익을 신장하고 상호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설립되었고, 주로 교육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동물실험시설 실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이귀향 박사 주도로 ‘(재)생명과학연구윤리서재’도 발족하여 동물실험 윤리 및 대체 프로그램 보급과 확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산업동물 복지 현황 및 전망

동물복지를 공부하고 연구하며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동물복지상 가장 어려운 분야가 산업동물 복지수준이라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산업동물은 경제동물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도 경제여건이 중요한 관건이 되지만, 특히 산업동물의 복지 수준은 시장의 영향을 전면에서 받는 탓이다. 그래서 필자는 “소비자가 변하지 않으면 산업동물 복지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라고 항상 먼저 결론부터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광우병, AI,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의 인식이 많이 변화하였다. 작년에는 ‘살충제 계란’ 사태를 겪으면서 특히 소비형태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불과 2년 전에서야 비로소 매대 한쪽에 나타났던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계란이 지금은 한가운데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는 계란(2012년), 돼지(2013년), 육계(2014년), 한우·육우(2014년), 젖소(2015년), 오리(2016년) 순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한 제도이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상인데, 계란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주목되고 있어서 현재까지 160개의 인증 농장 중에서 대부분이 산란계(100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그림 4).

그림 4. 동물복지축산 농장 인증 마크
그림 4.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마크

하지만 아직도 동물복지 계란과 일반 계란과의 차이점에 대한 논란은 존재하고 있고, 방역 차단의 중요성이 무시될 수는 없으며, 여기에 동물복지 농장의 부가적인 중요성은 많은 분들이 인정하나, 경제성 논리에서 선택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

결국,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및 산업계 차원의 홍보와 계몽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인증기준도 단계적으로 보완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유럽의 기준과는 차이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 주도로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in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서 희망적인데, 한편으로는 채식문화도 확산되고 있어서 우려하는 축산인도 있지만 이로 인하여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경제수준 향상 및 식문화의 서구화로 인하여 축산식품의 수요와 공급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쌀 소비는 반으로 줄어서 시장이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축산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며, 품질의 고급화가 예상되므로 동물복지형 축산의 관심과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에 걸맞은 관련 부서의 정책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 농림축산식품부에는 지난해 축산정책국 산하에 축산환경복지과가 신설되었고, 여기에 반려동물산업, 동물복지 기획 및 업무, 동물보호복지대책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각각 배정되었지만, 작금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전향적인 시점에서 동물복지 선진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이 있고, 시민단체에서는 동물복지국의 독립적인 개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나마 이 글을 완고하고 나서 동물보호복지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는 보도자료를 접하여 살펴본바, 과 단위로 동물복지정책팀을 만든다고 하니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그림 5).

그림 7.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 직제 개편 내용
그림 5.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 직제 개편 내용

야생동물 복지 현황 및 전망

수의대생 중에는 야생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진학하는 학생이 매년 몇 명씩 존재한다. 그만큼 수의사의 역량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한데, 국내 현실로는 수의사가 진출하기에 산업 규모가 비교적 열악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의 희망을 포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게 지켜보기도 하였다.

안타깝지만 끈기 있게 이러한 길을 걷는 후배들을 보면서 큰 희망을 갖기도 한다. 국내에 10여 개의 야생동물보호소(일명 야생동물보호센터 또는 구조센터)도 있지만, 수의사가 더욱 왕성하게 활약할 수 있는 곳은 동물원이 적합할 것 같다. 그중 서울대공원(동물원)과 어린이대공원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각 시도 지자체나 공사가 운영하는 동물원도 유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국립생태원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수의사의 역할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동물복지 업무를 관장하는 큐레이터라는 직능을 가장 먼저 만들고도 초창기 수의사들이 퇴직하는 실정이다. 동물원 자체가 존재가치에 도전을 받은 만큼 그 미션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적어도 전시와 유원지 수준의 단순 기능으로부터 종보전을 넘어서 생명다양성 보전(Biodiversity conservation)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작년에 발효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여 꾸준히 의원입법 개정안이 제출되고 있고, 근본적인 개정안을 도출하기 위한 환경부의 용역과제가 추진되고 있어서 그 제안이 기대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는 전면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다른 동물과 달리 규제보다는 육성지원을 위한 법률을 원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 관리하기보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필자도 공청회에서 관련 의견을 피력한 바 있고, 환경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하여 앞으로 그 향방이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에서는 국제기준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비하여 국제인증(AZA,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을 취득하고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동물원 국제인증 기관 AZA 인증은 미국에서도 10%만이 인증받을 정도로 기준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AZA 인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일 조만간에 서울대공원이 AZA 인증을 획득할 수만 있다면 동물복지 중심 동물원으로 급승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구보다 동물복지를 위한 전문가로서 수의사의 역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타 동물원에서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광주광역시에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을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개원하는 목표로 건설 중이다(그림 6). 2023년까지 연구인력 150명을 계획하고 있어서 앞으로 야생동물에 관심을 가지는 수의대생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6. 광주광역시에 건립 중인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 조감도
그림 6. 광주광역시에 건립 중인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 조감도

동물복지와 수의사

우리 인간들이 동물을 사용한 역사는 인류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인류가 생존(식량공급 및 의복확보)을 위하여 사냥을 하였고, 동물로부터의 위협(포식공격)에서 자신과 가족의 보호를 위한 사냥을 통해서 생존기술을 익혔듯이 그 기술도 도구의 개발과 함께 발전하였으며, 이후 단순한 식량 공급이나 의복 제공만이 아닌 수송 및 농경 도구로써도 활용하게 되었으나, 점점 그 사용가치가 동료애(companionship)와 오락(entertainment) 및 연구로도 발전하게 된 것이다.

‘동물복지’는 ‘동물의 웰빙(well-being)’이라고도 한다. ACLAM은 “동물복지는 동물이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의 적정성과 관련되기도 하는 동물의 측정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이 말은 동물복지가 단순히 추상개념이나 개인의 느낌에 따라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결과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 10여 년간 ‘동물복지과학(Animal Welfare Science)’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Susan Gilbert는 “동물복지는 동물의 인도적인 처리를 보장하는 일에 관여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고, 통증과 같은 부정적인 상태를 최소화하며, 긍정적인 상태를 고취하고, 동물이 그 종에 자연적인 방법으로 행동하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도 있다.

한편, OIE 동물복지지침은 “복지는 많은 요소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인데 이는 동물의 삶의 질에 공헌하는 것으로, 소위 ‘5대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며, 미국수의사회(AVMA)에서도 공식 발표한 ‘동물복지원칙(Animal Welfare Principles)’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항들이 포함되었다. 이것은 수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동물복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각 분야별로 주요한 이슈에 따라 정리해 보았으나, 국내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물복지 수준이 다방면에서 선진국에 근접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복지와 수의사를 분리할 수 없으며, 수의사가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면 동물복지는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감상과 감정이입에 따른 비과학적인 동물보호 운동이 아닌, 의학자로서 수의학적 접근법에 따른 동물복지과학적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참고문헌

1. 농림축산검역본부: www.animal.go.kr/portal_rnl/farm_ani/certification_list.jsp

2. 뉴스1: http://news1.kr/articles/?770208

3. 데일리벳: www.dailyvet.co.kr/news/policy/93860

4. 생명과학연구윤리서재: www.bicstudy.org/main/main.php

5. 조선일보: http://news.tvchosun.com/mobile/svc/osmo_news_detail.html?contid=

2018041190112

6.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2691726

7. 투데이건국: www.konkuk.ac.kr/Administration/Pub/jsp/Today/today_01.jsp?src=http://

www.konkuk.ac.kr/do/MessageBoard/ArticleRead.do?forum=today&sort=6&id=5b2d-

23b&urlYn=Y 및 www.konkuk.ac.kr/Administration/Pub/jsp/Today/today_01.

jsp?src=http://www.konkuk.ac.kr/do/MessageBoard/ArticleRead.do?forum=today&

sort=6&id=550e8d3&urlYn=Y

8. 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 www.ksaae.org/

9. 한국실험동물기술원회: www.kalat.or.kr/

10. 한국실험동물학회: www.kalas.or.kr/

11. 한진수: 동물복지와 사육환경: 동물복지과학적 담론을 중심으로, 국회입법조사처보 겨

울호 46-49, 2017.

12. 한진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

421&aid=0002964470

13. AAALAC: www.aaalac.org/

14. ACLAM: Laboratory animal medicine, pp.1653-1654, 2015.

15. Guilbert S, Kaebnick GE, Murray TH: Animal research ethics: Evolving views and

practices. A Hastings Center Special Report, The Hastings Center, 2012.

16. OIE: Animal welfare guidelines, 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Section: Animal welfare,

Ch.7, 2015.

17. AVMA: AVMA Animal welfare principles, www.avma.org/KB/Policies/Pages/AVMA-

Animal-Welfare-Principles.aspx

18.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www.aza.org/

*이 글은 대한수의학회 60년사 제3장 ‘수의학 미래 60년을 전망하다’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흥식 대한수의학회 60년사 편집위원장님의 도움으로, 60년사 제3장에 담긴 글 10개를 데일리벳에 게재합니다.

수의학회 창립 60주년은 미래 수의학 60년을 준비하는 시작점이라는 견지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 주목이 되는 주제를 중진 학자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고, 이 주제와 수의학과 수의사는 어떻게 관련되며, 이들의 국내·외 현황과 전망은 어떠하며 그리고 이 분야에서 수의학과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과연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알아보는 글을 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집필자는 원로 학자나 신진 학자보다 당해 분야의 중견 학자와 벤처 기업 CEO가 현실을 직시하며 당해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합한 저자를 추천받아 원고를 청탁하고 이들의 글을 게재하기로 수의학회 60년사 편집위원회에서 결정하였습니다. 

1. 유전자 조절 연구와 수의사의 역할 _ 서울대 교수 한호재

2. 수의학 분야에서의 분자진단의 현황과 전망 _ ㈜메디안디노스틱 대표 오진식

3. 수의임상에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전망 _ 전북대 교수 김남수

4. 국내 동물복지 현황, 전망 및 수의사의 역할 _ 건국대 교수 한진수

5. 국가방역체계의 현황과 전망 및 수의학의 역할 _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장 정석찬

6.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과 수의사 _ ㈜마미닥터 수석연구원 이미진

7. 동물용의약품 시장 전망 및 신약개발 현황 _ 바이엘 코리아㈜ 동물의약사업부 대표 정현진

8.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발생 전망과 수의학의 역할 _ 서울대 교수 채준석

9. 줄기세포치료의 현황과 전망 및 수의학에서의 대응방안 _ 서울대 교수 강경선

10. 동물 복제의 역사와 인류역사에서의 의의 _ 충남대 교수 김민규

대한수의학회 60년, 수의학 미래 60년을 전망하다(클릭) 

[수의학 미래 60년 전망④] 동물복지와 수의사의 역할: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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