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축제 84%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 준다`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 2013~2015년 전국 동물축제 분석 결과
국내에서 벌어지는 동물축제 상당수가 단순한 행위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 안에서의 인간-동물에 대한 관점들(Perspectives on Human and Animals in Ecosystem)을 주제로 한 동물인간관계 세미나가 16일(토) 서울대 수의대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영장류 학자이자 작가인 김산하 박사(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사진)는 <동물축제 유감 : 생태학적 및 생태문화적 맥락>을 제목으로 우리나라 동물축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김산하 박사는 ‘동물 환경 생태계 이해’, ‘동물 행동 공부’, ‘동물의 건강과 질병’ 등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국내 축제 대부분은 단순한 행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지역 자연 생태계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김산하 박사에 따르면 화천 산천어 축제의 경우, 실제 화천에는 없는 산천어를 전국 각지에서 공수해서 축제에 동원한다(매년 약 180톤). 낚시를 쉽게 하려고, 하천 바닥을 긁어내고 물막이 공사를 하여 수중 생태계를 파괴했다. 축제 전에 산천어를 굶기기도 한다.
일부 부족한 산천어를 채우기 위해 해외 외래종을 대량으로 유입하기도 하는데, 이 외래종이 자연환경으로 탈출한 사례도 있다. 토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다.
김산하 박사는 “과연 이게 우리나라의 문화라고 볼 수 있고, 아이들에게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동물을 맨손으로 잡는 게 인간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열린 전국의 동물축제 86개를 조사한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 교실 자료에 따르면, 축제의 84%가 맨손 잡기, 낚시, 채집, 싸움, 경주, 쇼 및 전시 등 직접적이고 단순한 일차적 활동으로 구성됐다.
추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축제는 하나도 없었다.
동물축제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총 129개였는데, 그중 108개(약 84%) 프로그램이 동물에게 ‘죽거나 죽이는 것에 해당하는 고통’을 주고 있었다. 특별한 가해가 없는 프로그램은 7개에 불과했다.
129개 프로그램 중 60개가 ‘맨손으로 동물 잡기’였으며, 동물 이용 축제의 78.3%는 대상 동물을 먹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 생태 축제라고 하면서 축제에서 대상 동물을 먹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동물축제의 동물친화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동물축제의 80%가 2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50점 이상 축제는 단 11곳이었으며,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축제는 ▲시흥 갯골 축제 ▲군산 세계 철새 축제 ▲서천 철새 여행 등 3개뿐이었다.
‘생태’라는 이름이 붙은 동물축제는 총 21개였는데, 그 축제들의 동물친화성 평균 점수는 37.3점에 불과했다.
“동물축제, 고기를 넘어서자”
김산하 박사는 “동물이 가진 메시지와 콘텐츠가 많다”며 “동물축제가 할 수 있는 심오함과 풍부함을 생각했을 때 지금 축제들은 이러한 (동물의) 가치를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서 구워 먹지만 말고,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고 동물이 사는 환경 생태계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등 다양하고 의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생물다양성재단은 아름다운커피, 시셰퍼드코리아, 라온버스와 함께 지난해 7월 ‘동물축제반대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1차원적으로 동물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고도 축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축제였다.
‘동물축제반대축제(동축반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동물의 사육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