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인천 개전기도살 사건’에 대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동물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19일 인천 개전기도살 사건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재판부는 “전살법을 사용할 경우 즉각적으로 무의식적 상태로 이르는 조치가 필요하나, 피고인은 위에 말한 인도적 도살방법에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개의 뇌 부분에 집중시켜 감전해야 한 것에 대한 아무런 고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방식은 국제협약 미국수의학 지침과 동떨어진 방식이고, 방혈 또한 이 시행규칙에 따른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방법은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L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경기도 김포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며 개 30마리를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에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하여,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동물학대행위)로 기소됐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12월 2일 약식명령에 대해 12월 12일 정식재판이 청구된 이후 2017년 6월 1심 선고, 항소, 2017년 9월 항소기각판결, 2017년 10월 검사상소, 2018년 9월 대법원 파기환송 끝에 이날 고등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동물단체들은 1심, 2심에서 연이어 무죄 판결이 나오자 “차라리 동물보호법을 폐기하라”며 대대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수의계도 힘을 보탰다. 대한수의사회와 경기도수의사회는 의견서를 통해 “전기도살은 명백한 동물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단체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개는 가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식용으로 도살할 수 없다는 점과 개의 도축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제작한 전기 꼬챙이를 이용하여 개를 도살하는 행위는 개를 강렬한 고통 속에서 감전사시키는 행위와 같다고 판단되므로 명백한 동물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버동수) 명보영 수의사는 ‘식용 목적의 개, 인도적인 도축 가능할까’ 기고문을 통해 동물의 인도적인 도축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감전사는 비인도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었다.
대법원 파기환송 끝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낸 동물단체는 환영 입장을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많은 시민과 단체들의 노력, 그리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이 오늘의 판결을 이끌었으며, 자신이 소유한 동물은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법원을 판단을 바로잡는 시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식용 목적의 개도살이 근절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루 전엔 12월 18일(수)에는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이 ‘개식용 산업 방치’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에 따른 조처를 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인해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환경권, 보건권을 침해한 것이 위헌임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카라와 피앤알은 지난 8월 12일부터 헌법소원 청구를 예고하고 피해를 입은 청구인 모집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1,018명이 개식용 산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참여했다.
카라에 따르면, 청구인 중에는 ‘반려견이 납치당해 인근 건강원에서 개소주로 만들어져 죽임을 당한 피해자’, ‘거주지 인근에 있는 개농장 및 개도살장로 인해 괴로움을 토로하는 피해자’, ‘개도살로 인한 울부짖음 소리, 냄새, 소음 등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아 5년째 치료를 받는 피해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카라 측은 “청구인들은 전국에 산재하는 불법 개농장과 보신탕집 등을 목격하고도 방임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일상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하며, 이로 인해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피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의해 축산물 위생관리법 및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개의 도살과 개고기 유통에 대한 제재나 단속이 적절히 이뤄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카라의 조현정 활동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개고기를 식품원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에 따른 단속도 전혀 없는 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