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농장?돼지 입장에서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며 완성도 높이는 것`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 `양돈 동물복지` 주제로 강의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가 ‘양돈 동물복지’에 대해 사람의 시각이 아닌 돼지의 시각에서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사)한국양돈연구회가 17일(수) 오후 1시 ‘분야별 최우수농장 현장 사례’를 주제로 제20회 양돈기술세미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더불어행복한농장의 김문조 대표가 ‘양돈 동물복지의 시행착오와 정착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동물복지 단어도 모르던 사람이, 주변 농가에 동물복지 권하는 사람으로..
영국 수의사 회고록 영향받아
“동물복지는 돼지 입장에서 돼지가 뭘 좋아하는지 질문해가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
2005년 50두 규모의 농장을 인수하며 독립한 김 대표는 원래 동물복지라는 단어도 몰랐다고 한다.
다양한 동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접한 김 대표는 2010년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농장에 동물복지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더불어행복한농장’은 지난 2016년 6월 30일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운송차량·도축장 인증까지 필요한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 국내 1호 농장이다.
김문조 대표는 “경제동물인 돼지와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동물복지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동료 농가들에 동물복지에 도전해보셔도 되지 않겠냐고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양돈 동물복지’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돼지의 입장’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영국의 수의사 한 분이 은퇴하며 작성한 회고록에 ‘조물주가 돼지를 완벽한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인간이 돼지 입장에서 접근하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가 따라온다’는 표현이 있다”며 “먹고 살기 위해 돼지를 키우지만, 과연 돼지의 입장에서 바라봤는지 생각해봤다”고 전했다.
이어 “동물복지는 돼지 입장에서 돼지가 뭘 좋아하는지 질문해가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개념”이라며 “사람이 억지스럽게 특별히 뭘 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돼지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본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복지인증제도 기준과 조건을 맞추는 등 ‘형식’도 중요하지만, 결국 ‘양돈 동물복지’의 주인공은 ‘돼지’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돼지 스스로 선택하게 하면 가축이 가지고 있는 본능과 습성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럼 인간이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것은 낮은 수준부터 단계를 하나씩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돼지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하면 돼지가 도망가지만, 등 긁어주기부터 시작해 조금씩 돼지와 친해지면 주사를 놓을 때도 돼지가 도망가지 않고 모이게 된다.
김 대표는 “초장기에 마음이 앞서서 의욕 있게 시작했지만, 기존에 돼지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 돼지의 본능·사회적 관계가 매우 달랐다”며 “모돈의 아이큐가 70~80이나 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과거에 나도 동물학대를 했었던 것”이라고 자신의 실수를 돌아봤다.
이어 덴마크 연수 경험, 농장에 직접 적용한 시설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김문조 대표는 “돼지의 사회적 관계, 모돈과 자돈의 교감 등에 대해 우리는 더 공부가 필요하다. 체계적으로 연구개발 한 나라는 축적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며 국내 현실에 맞는 동물복지 연구와 매뉴얼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직원 복지도 강조했다. 동물의 복지를 책임지는 건 결국 직원이기에, 직원에 대한 복지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돼지복지도 먼 얘기라는 것이다.
한편, 김문조 대표는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020 유기무항생제 축산대상’과 ‘2020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을 수상했다.
김문조 대표의 강의가 포함된 ‘제20회 양돈기술세미나’는 한국양돈연구회 유튜브 채널(클릭)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