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종 이방원 낙마 촬영 동물학대 논란‥넘어뜨린 말 결국 사망
동물자유연대 낙마 촬영 장면 공개..KBS ‘책임 통감’ 사과
동물자유연대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의 동물학대를 고발했다. 낙마 장면을 촬영하면서 말 앞다리에 줄을 거는 방식으로 강제로 넘어뜨리면서, 말과 배우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KBS는 동물자유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인 20일 해당 말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며 공식 사과했다.
발목에 줄 걸어 강제로 넘어뜨려
머리부터 떨어지는 위험한 형태
몸값보다 유지비 비싼 퇴역마 ‘소품’ 취급?
동물자유연대가 지적한 장면은 ‘태종 이방원’ 제7화에서 이성계가 낙마하는 부분이다. 말의 몸체가 90도가량 들리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된 것이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촬영 현장 영상에는 말의 발목에 줄을 묶어 강제로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속도를 내며 달리던 말은 머리부터 떨어져 회전하는 형태로 과격하게 넘어졌다.
동물자유연대는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말의 발목을 낚시줄로 휘감아 채는 방법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동물에게 치명적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액션 배우 역시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 활용으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실제 동물을 사용해 위험한 장면을 촬영하면서 동물을 도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 측에서 사망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말 진료 경험이 있는 수의사들은 해당 장면을 보고 ‘큰 부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적으로 말이 달리다 넘어지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인 데다가, 화면 상에 보이는 바닥도 불규칙해 부상 위험이 더 높았을 것이란 얘기다.
부상으로 달릴 수 없게 된 말은 안락사되거나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촬영을 포함해 국내에서 경주 이외의 용도로 쓰이는 말들은 대부분 경주마였다가 은퇴한 퇴역마들인데, 퇴역마들은 몸값보다 유지비가 오히려 비싸다 보니 소모품처럼 취급받을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라며 “KBS 윤리 강령에 방송 촬영 시 동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규정을 마련하고, 동물이 등장하는 방송을 촬영할 때에는 반드시 동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 책임 깊이 통감..다른 촬영법 찾겠다
동물학대 의혹이 커지자 KBS는 20일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며칠 전부터 사고에 대비해 준비·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돌려보냈지만,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전했다.
KBS는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사죄했다.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고, 관련단체·전문가 조언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동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