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토론회②] 퇴역경주마, 다른 나라에서는?
영국, 미국, 홍콩, 일본의 퇴역경주마 복지시스템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촬영에 동원됐다가 일주일 만에 사망한 말 ‘까미’가 경주퇴역마(은퇴한 경주마, 퇴역경주마)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주마의 ‘은퇴 후 삶’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9일(수) 열린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토론회’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는 퇴역경주마 복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아보자.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토론회①] 퇴역신청 말 30%만 승용마 전환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영국 퇴역경주마 재훈련 단체 ROR
영국에는 퇴역경주마 재훈련 단체 ROR(Retraining of Racehorses)이 있다. 2000년 4월 영국경마협회 기금으로 창설됐으며, 운영기금은 경마산업 수입과 후원으로 충당한다.
은퇴한 경주마가 목장·승마장·마주에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교육·훈련(Rehoming/Education) 시키는 등 퇴역경주마의 복지와 승용마 전환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ROR의 궁극적인 목표는 퇴역경주마 숫자와 건강하게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숫자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동물단체와 경마협회가 참여하는 미국
미국의 경우, PETA, Humane Society 등 여러 동물보호단체가 적극적인 경주마·퇴역경주마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뉴욕주경마협회(NYRA), 뉴욕더러브렛호스맨협회(NYTHA)는 퇴역경주마 복지를 위해 경마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형성된 기금은 퇴역경주마 인수 및 부상치료에 활용되는데, 연간 1백만 달러(약 12억원)의 기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승용마로 재사회화된 퇴역경주마만 참여할 수 있는 승마대회가 연 350회 정도 개최될 정도로 은퇴한 경주마의 승용마 전환이 자리잡혔다.
김정현 대한재활승마협회 이사는 “미국은 퇴역경주마의 삶을 지원하는 일이 경마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퇴역경주마의 천국, 홍콩 자키클럽(HKJC)
홍콩의 경마업체 자키클럽(HongKong Jockey Club, HKJC)은 세계 10대 기부단체에 포함될 정도로 엄청난 사회 기여를 하는 곳이다. 학교·병원·재단에 큰 기부를 하고, 연간 수백 개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낸다. 홍콩 정부의 세수확보에도 큰 역할을 한다.
자키클럽의 퇴역경주마 관리시설 BREC(Beas River Equestrian Centre)는 퇴역경주마의 천국으로 여겨진다. BREC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선진화된 관리시설이다.
은퇴한 말은 수의사의 건강검진을 통해 향후 재사회화 방향이 결정되며, 공인된 전문가 집단이 퇴역경주마의 정신적·신체적 재활을 단계적으로 수행해 승용마에 적합하게 만든다.
2018년 11월 한국을 찾아 말복지 증진 세미나를 했던 피터 컬 홍콩자키클럽 경마수의복지 부서장에 따르면, 홍콩자키클럽은 마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경주마 은퇴관리 프로그램(Retired Racehorse Program Contribution Scheme)’을 운영한다.
새로운 경주마가 클럽에 들어오면 마주로부터 66,000HKD(한화 1천만원 가량)의 기부금을 받고, 마주가 은퇴 후 직접 말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 주면 이 돈을 돌려주지만, 클럽에 관리를 위탁하면 이 기부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로 은퇴한 경주마의 소유권이 마주에서 자키클럽으로 이전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일본의 퇴역경주마를 위한 단체 RHA
일본은 연간 7천두의 경주마가 생산되고 6500두가 폐마한다. 우리나라처럼 경주마 도축장이 국제 동물보호단체에 고발당한 적도 있다.
일본중앙경마회가 퇴역경주마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퇴역경주마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민간단체·목장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RHA가 대표적이다.
비영리단체 RHA(the Retired Horse Association)는 퇴역경주마를 구조하고, 재교육 후 승용마로 활용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양부모(Foster-Parent) 시스템과 재교육·귀한 프로그램(Retraining and Rehoming Program)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