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토론회③] 퇴역마 복지에 경마상금 활용? 불가능한 제안
축발기금 중 말분야 지원액 늘리고, 온라인마권발매 등 허용해야
9일(수) 열린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퇴역경주마 복지를 위해 경마상금의 3%를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토론회②] 퇴역경주마, 다른 나라에서는?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말이 번 상금, 말을 위해 사용하자…경마상금 3% 퇴역마 복지 위해 할당해야” 주장
토론회 두 번째 발제를 맡은 Philip Schein PETA 수석연구원(사진)은 한국 말도축장의 실태를 고발했던 담당자 중 한 명이다. 이를 위해 4번이나 제주도를 방문했고, 영상은 K-Cruelty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Philip Schein 연구원은 “한국마사회의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은 도축률을 낮추는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며 연간 경마상금의 3%를 퇴역마 관리에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마상금의 3%만 사용하면 퇴역경주마 복지를 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고, 한국마사회가 국제적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상금 일부를 퇴역경주마 복지를 위해 지원해야 하는 이유로는 ‘경마 상금이 말들이 벌어들인 자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물이 번 돈이니까 동물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실제, Philip Schein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호주에서 상금의 1~2%를 퇴역마 관리에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이 번 돈, 동물에게 사용하자?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먼저
2018년, 1700여억원 한국마사회 축발기금 출원금 중 경마 분야 지원금은 단 17억원
사행산업 취급에 수익률 감소하는데 온라인마권발매 등 경마산업 활성화 입법은 기약 없어
하지만, Philip Schein 연구원의 주장은 국내 현실을 고려했을 때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현재 기금 지원 구조는 ‘동물이 번 돈을 동물에게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2018년 축산발전기금(축발기금) 약 1조원 중 한국마사회 출연금은 약 16.7%(1758억 4천만원)였는데, 이중 경마 분야에 지원된 금액은 17억 9200만원이었다. 동물이 번 돈의 ‘단 1%’만 다시 동물을 위해 사용된 셈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아예 말복지만을 위한 별도 기금(일명 말복지기금)을 조성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경마는 사행산업으로 분류되어 매출총량이 정해져 있으며, 매출액도 감소추세에 있다. 매출액은 줄어드는데, ‘마사회 돈을 빼다 쓰자’는 주장은 여기저기서 쉽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마중단으로 매출이익은 거의 없는데 경마산업을 지원하는 입법은 멈춰있다. 온라인마권발매법은 발의된 지 1년이 넘도록 국회 계류 중이다.
‘동물이 번 돈을 동물을 위해 사용하자’는 주장은 쉽게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퇴역경주마 복지를 위해 경마상금을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려면, 온라인마권발매 입법을 지지하고, 기금 개편을 요구하는 등 근본적인 구조개선에도 힘을 싣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그런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그럴싸한 비현실적 제안만 떠도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