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사육곰 22마리가 동해시 농장을 떠나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떠났다. 화물기 2대에 실려 날아간 미국 LA공항에 도착해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의 생추어리로 향하는, 50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장정이다.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사육곰을 떠나기 전까지 관리하고, 차량에 실어 공항으로 옮기는데는 동물보호단체와 정부, 관계기관이 힘을 합쳤다.
사육곰들의 이송작업은 14일 시작됐다. 동물자유연대뿐만 아니라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충북대 수의대에서 다수의 인력이 참여했다.
100kg에 달하는 사육곰들을 한 마리씩 마취하여 철창 밖으로 꺼내고, 미리 준비한 크레이트에 넣고, 마취에서 깨어나는 것을 확인하며 무진동차량에 탑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마취 전날 금식한 곰들은 낯선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에 예민해지기도 했다. 마취 및 이송작업은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진행됐다.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충북대 수의대 인력이 마취·각성을 포함한 사육곰 건강 관련 작업을 맡았다. 다수의 인력이 참여해 현장을 누볐다.
5시간이 넘게 걸린 반복작업 끝에 사육곰 22마리 모두 무사히 차량으로 옮겨졌다. 무진동차량 4대가 동원됐다.
이들 차량은 이튿날 새벽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5시간여 이동 끝에 도착한 공항에서 하물항공기 2대에 나누어 실렸다.
15일 오후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국내 시간 기준 16일 오후 LA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위치한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는 다시 차량으로 이동한다.
동물자유연대는 곰들이 미국 TWAS 생추어리에 도착해 적응하는 모습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공유할 예정이다.
미국으로 떠날 준비도 녹록치 않았다. 국내 사육곰이 미국으로 떠나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환경부와 환경청, 검역본부는 부재한 규정을 고민하고 개발하여 이주가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등 관계 기관이 모두 사육곰 해방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발벗고 나선 이번 구호 활동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발전된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곰들이 가기 직전까지 건강 검진을 맡아준 연대 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무엇보다 사육곰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시민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사육곰 구조는 지난해 환경부의 사육곰 종식 선언 후 처음으로 거둔 실질적 성과다. 시민단체로는 최대 규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아직 국내에는 300마리가 넘는 사육곰이 남아있다”면서 “이번 구조가 정부의 사육곰 보호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