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장동물 동물복지, 기준도 책임자도 없다
동물을위한행동 ‘한국 농장동물 동물복지 현황과 문제’ 보고서 발간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이 한국 농장동물 동물복지 현황과 문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보고서는 국내 축산업의 현황부터 동물복지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사육·운송·도축 단계별로 조명했다. EU, 미국, 영국의 농장동물 동물복지 평가 사례를 토대로 국내 농장동물복지 저변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보고서 발표 행사에서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국내 농장동물복지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회원국임에도 OIE가 제시하는 동물복지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농장 사육환경이나 운송 방식, 도축장 설비와 작업 형태에서 어떤 동물복지 문제가 있는지 평가할 기준도, 점검 주체도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EU나 미국은 위생당국이 식품위생과 동물복지 요소를 함께 평가하고 문서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도축장을 점검할 때 가축들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지, 전기봉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는지, 방혈 단계에 무의식이 유지되는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것이다.
전채은 대표는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한국형 점검 시스템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동물복지 문제가 심각한 기립불능소의 도축, 염소 등 도축기준이 없는 가축의 도축 관련 매뉴얼 마련과 현장 보급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들었다.
복지를 저해하는 구조적 원인을 가진 도축장이 바뀔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농장동물복지 변화는 소비자가 이끌어야
윤문석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수석은 “미국에서 맥도날드 등의 대기업이 자체적인 동물복지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소비자 때문”이라며 “윤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올라와야 기업도 정부도 움직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한진수 건국대 교수도 “농장동물(복지)은 관이나 생산자가 주도하기 어렵다. 시민들의 경제적 수준, 인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소비자가 바뀌지 않으면 농장동물의 복지가 바뀔 수 없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채은 대표도 업계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전 대표는 “도축장 분들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시더라. 세상에 돼지를 (전기봉으로) 때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농장동물복지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알릴 교육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