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아닌 동물학대에도 동물보호법 위반 적용
기르던 풍산개를 풀어 길고양이를 물어죽이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이동호 판사(형사10단독)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박모씨는 지난해 12월 전남 담양에서 자신이 기르던 풍산개가 고양이를 물어죽이는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게재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영상에는 “물어! 옳지!” 등 풍산개의 공격을 부추기는 음성이 섞여 있어 동물보호가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5,136명의 인터넷 서명과 320명의 탄원서를 받아 박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광주지검 형사 2부는 박씨가 직접 학대행위를 하지 않고 개를 부추긴 점을 고려해 동물학대죄(동물보호법 제8조 위반)를 적용할 지 여부를 고심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지 못하도록 했지만, 자신이 키우던 동물로 하여금 다른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는 없기 때문. 검찰 시민위원회를 개최한 끝에 지난 7월 박씨를 벌금 70만형에 약식 기소했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누구든지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서는 안되고, 소유자는 동물을 동반하여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하지만 (피고인 박모씨는) 풍산개를 자유롭게 놓아줌으로써 고양이를 공격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박모씨의 행동이 간접적이지만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지 못하게 한 동물보호법 제8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고의가 아닌 행동에도 동물학대죄를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모씨가 애초에 고양이를 물어죽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외출할 당시 목줄을 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고양이를 잔인하게 물어죽이게 된 일에 대한 책임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