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에서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 속 동물들은 사랑스러운 행동들을 하죠. 보호자들은 이 모습을 공유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은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동물들은 주로 이런 모습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 이면에는 버림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너무 크다는 이유로,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보호자로부터 버려집니다.
정부의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는 130,401마리, 2021년에는 118,273마리의 유실·유기 동물들이 구조·보호 조치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운이 좋아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되지 않는 이상 보호소에서 일생을 보내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여기 보호소 내 유기동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있습니다. 충남대학교 유기동물 봉사단체 Re:born입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Re:born 운영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Re:born은 충남대학교 유기동물 봉사단체예요. 충남대학교 이름을 달고 활동 중이긴 하지만 비영리단체입니다.
저희는 2기 운영진입니다. 1기 부단장을 했었고 현재 2기 단장을 맡은 성민경, 2기 연대 및 홍보 총괄을 맡고 있고 곧 3기 단장을 하게 될 김기평입니다. 둘 다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에 재학 중입니다.
운영진은 총 10명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여러 과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공과대학부터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등 다양합니다.
Q. Re:born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Re:born은 2021년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충남대학교 총학생회 구성원 3명이 일회성으로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갔다가 ‘우리 학교에 유기동물 봉사단체가 없으니 만들어 보자’ 해서 인원을 선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1기 운영진이 구성되고 Re:born이 만들어졌어요.
단체명 Re:born에는 ‘유기동물들에게 새 삶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Q. 동아리가 아닌 비영리단체로 설립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 단체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봉사활동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동아리는 부원이 정해져 있고 부원들끼리 활동하잖아요. 아무리 한 학기마다 새로 부원을 모집한다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 같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가게 되기 때문에 저희 단체의 설립 목적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봉사단체들처럼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Re:born은 10명 정도의 운영진으로만 구성이 되어 있고, 매번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새롭게 봉사자를 모집해요. 좋아서 몇 번씩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새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Q.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격주로 유기견, 유기묘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갑니다. 현재는 유기견 보호소인 ‘천사의 집‘과 유기묘 보호소 ‘냥블리네’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된 활동은 보호소 청소 및 주변 정돈입니다. 유기묘 보호소에서는 청소가 끝나고 아이들과 놀아 주기도 해요. 봉사자들이 자주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 기회가 많이 없거든요.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주로 청소만 했는데 이번에 산책 봉사도 새롭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Q. 보호소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일단 학교와 가까워야 하니 대전·공주 지역 위주로 조사해요. 인터넷으로 보호소를 찾은 후에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인지, 주말에 봉사활동이 가능한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지 등과 보호소 후기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영진들이 직접 가보고 결정을 내려요.
보호소 선정은 신중해야 합니다. 작년에 적당한 보호소를 찾았는데 직접 찾아가 보니까 신종 펫샵이 의심되는 곳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공지글을 올릴 때 보호소의 주소를 공개하지 않아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꽤 오래 해왔는데, 주소가 공개된 경우 종종 보호소에 택배로 동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한 주소는 기재하지 않고 근처 정류장 정도만 봉사자들에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Q. 봉사자는 어떻게 모집하나요? 봉사자분들로부터 후원도 모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에브리타임에 모집 공고를 올리고 네이버 폼을 이용해서 봉사자 지원을 받아요. ‘천사의 집’은 운영진 제외 5명, ‘냥블리네’는 8명 정도를 봉사마다 선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봉사를 인솔할 운영진 3명 정도가 추가되어 멤버가 구성돼요.
아직은 충남대학교 재학생·휴학생·졸업생에 한해서만 지원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 외부인도 참여 가능하도록 전환할 계획이에요.
봉사자는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요, 평균적으로 몇명은 선발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10명 이상 떨어지기도 하고요.
더불어 Re:born이 아무래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재정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아서 후원 계좌를 운영하고 있어요. 투명하게 매월 5일마다 내역을 공개합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4천원씩 후원을 받아서 방진복과 라텍스 장갑, 항균 패치 등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요. 많지는 않지만 1년에 4-5번 정도 자유 후원도 들어옵니다. 봉사활동에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명절이나 연말에 보호소에 기부해요.
Q. 봉사 외에 다른 활동도 하시나요?
작년 7월에는 대전시에서 주관하는 ‘달밤소풍‘ 행사에 Re:born이 부스로 참여했습니다.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를 이용한 보틀, 그립톡 같은 굿즈들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수익금을 보호소에 기부했어요.
유일한 유기동물 관련 부스이기도 했고 또 수익금이 좋은 데에 사용된다고 하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와서 구경도 많이 해주셨고 물건도 다 팔렸던 걸로 기억해요.
이외에도 인스타그램에 주기적으로 여러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어요. 충남대 학우분들의 반려동물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동물과 관련된 정보들을 카드 뉴스로 제작해서 업로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단순 미용 목적으로 동물의 꼬리와 귀를 자르는 단미와 단이, 검은색 털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하는 블랙독 증후군 같은 주제들을 다뤄요.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명절증후군이나 여름철 진드기 예방법과 같이 특정 시기에 이슈가 되는 것들을 카드뉴스로 제작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보호소가 잘 홍보가 되어 있지 않아요. 혹시나 입양문의가 들어올까 하는 마음에 주기적으로 보호소의 아이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Q. Re:born을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과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역시나 봉사자분들이 활동 후에 보람찼다고 말씀해 주실 때인 것 같아요.
봉사활동은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힘들거나 정보가 부족해서 못 가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또는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보람이 더 크다고 말씀해주시면 참 뿌듯해요.
힘들었던 점도 물론 있죠. 길고양이처럼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도 엄청 극과 극으로 나뉘더라고요. 에브리타임에 봉사자 모집 공지글을 올리면 댓글 창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트집 잡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상처가 돼요.
모든 유기동물 보호소가 그렇듯, 교통편이 좋지 않은 것도 어려운 점이에요. 시 보호소가 아닌 사설 보호소로 가다 보니 더더욱 그렇고요. 더 다양한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가고 싶은데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을까요?
올해에는 단체를 더 키워볼 생각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외부인 봉사자 지원도 받을 겁니다.
저희가 봉사활동을 가는 ‘냥블리네‘ 유기묘 보호소가 아무래도 지원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아픈 고양이들을 위한 병원비 마련이 힘드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Re:born과 냥블리네 보호소가 협업해서 고양이 그림이 들어간 상품을 제작·판매하고,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Q.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Re:born과 같은 단체들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도 사실 근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기동물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요. 독일처럼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의 정책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보호소에 예쁜 아이들이 잘 입양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가끔 힘이 빠지기도 하거든요.
유기동물 입양이 무겁게 인식되지 않고 유기동물 입양률이 앞으로 많이 증가했으면 좋겠네요.
홍진서 기자 vivian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