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농장 그만두고 밭농사 짓는데 너무 좋아요”
HSI, 국회 토론회에서 개농장 전업 사례 소개...지원하면 그만둘 농장 많아
동물복지국회포럼이 18일(화) ‘개 식용 종식, 현재와 미래’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까지 국내 18개 개농장을 폐쇄한 HSI(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의 이상경 팀장이 개식용 농장 전업 지원 사례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전업한 농장주들은 공통으로 “지원이 있다면 많은 농장주가 개농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HSI는 2015년 1월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국내에서 총 18개 개농장을 폐쇄하고 2,700여 마리의 개들을 구조해 해외 입양을 도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농장의 전·폐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단순히 개 한 마리당 얼마의 돈을 지급하고 개만 구조하는 게 아니라, 전·폐업 계약 체결과 시설철거 및 전업 지원을 통해 향후 개식용 산업에 종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제 HSI가 폐쇄한 18개 개농장 중 5곳의 농장주는 폐업 후 은퇴했고, 나머지 13개 농장은 블루베리 농사, 미나리 농사, 약초 농사, 폐기물 처리업, 건물관리직, 철거업체 등 다른 농업이나 업종으로 전환했다.
이상경 한국 HSI 개식용반대캠페인 팀장은 “개만 구조하고 비용만 지급하면 또 개를 사서 개농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철거비용 및 전업비용까지 지원한다”며 “법적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통해 향후 개식용 산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두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다”
“가족한테 떳떳하다…전·폐업 지원은 개뿐만 아니라 사람도 살리는 일”
이상경 팀장에 따르면, 전·폐업 사례 대부분은 개농장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경우였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개농장을 시작했지만, 수요 감소 등으로 운영이 쉽지 않았고 가족한테도 부끄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개를 좋아하는 어린 막내딸에게 지금 하는 일이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농장주도 있었다.
전·폐업 농가들은 “개식용 산업이 환영받는 일이 아니었는데 (전업 후) 가족들 모두 잘했다고 해서 떳떳해졌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전·폐업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더 많은 농장주가 개농장을 그만둘 것이다”, “이런 지원은 개뿐만 아니라 사람도 살리는 일”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일부 개농장이 점차 대형화되는 가운데, 모든 농장에 철거 및 전업 비용까지 지원할 수는 없지만 전·폐업 지원이 개농장 운영을 포기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여야가 발의한 개식용금지법은 모두 개농장에 대한 전업·폐업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식용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개·고양이 도살 및 식용으로의 사용·판매를 금지하는 동시에 업자가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환할 경우 정부가 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식용금지특별법은 식용 목적의 개 사육·증식·도살과 개고기의 취득·운반·보관·판매·섭취 및 알선 행위를 금지했으며, 정부가 개농장의 폐쇄 및 폐업, 전업에 대한 지원 사항이 담긴 ‘개식용종식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