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더함노조 “어용노조요? 과반 활동가 모였는데 말도 안 되죠”

카라 더함노조 박광수 위원장, 윤성모 부위원장, 김태형 사무국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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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KARA) 내홍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활동가 2명에 대한 정직 처분과 노조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된 뒤, 현재는 횡령·배임·동물학대 등에 대한 진실 공방과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데일리벳을 창간한 2013년 이후 카라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봐 왔고, 카라를 정기후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카라의 내홍사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동물권행동 카라지회(민주노총 카라지회)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카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아는 분들이 꽤 있고, 카라 이사회에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이 있다 보니 현 사태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하루빨리 상황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양쪽의 얘기를 들으면서 사태를 지켜보던 중, 카라에 또 다른 노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월에 생긴 ‘카라 더함노조’가 그 주인공입니다. 카라 더함노조는 상위 기관 없이 활동가만으로 구성된 ‘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민주노총 소속인 카라지회와 차이가 있습니다.

카라지회와 공대위 측 관계자 일부는 카라 더함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비판하고 있기도 합니다. 더함노조가 노조이면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거죠.

카라 더함노조는 과연 어용노조일까요?

최근 임시총회를 개최한 뒤, 카라지회와 공대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더함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편집자 주 : 박광수 노조위원장, 윤성모 부위원장, 김태형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3명의 활동가는 각각 카라에서 동물돌봄·사회화, 동물학대 대응, 동물돌봄·사회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세 활동가의 답변을 정리해서 게재합니다. 인터뷰는 7월 9일 저녁에 진행됐습니다).

카라 더함노조는 활동가들로만 구성된 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쉽게 말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위단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활동가들이 스스로 모여서 ‘동물단체에 필요한 노조의 모습을 추구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노조입니다. 노조원은 모두 카라에 재직 중인 활동가입니다.

지난해 카라지회(민주노총 카라지회)가 생기면서 ‘활동가들이 부당징계를 받았다’, ‘(사측이) 노조를 탄압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카라지회 측과 카라 사측에 모두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양측이 다 참석하고 원하는 활동가라면 누구든지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랐는데, 카라지회가 사측의 참여를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사측과 카라지회가 각각 따로 두 번의 설명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측은 카라 더불어숨센터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모든 활동가가 참여할 수 있는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회와의 만남은 제약이 많았습니다. 장소도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고집했고, 스마트폰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으며, 여기에서 나온 얘기를 외부에 유출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문서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사측이 의견 청취와 해명에 더 적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카라지회는 대화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사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몰랐습니다. 당연히 징계 결과도 알 수 없었죠. 징계 당사자 중 한 명이 사내 메신저에 글을 올렸을 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내부에서 공론화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언론에 의혹을 제기하고, 카라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흘러갔습니다. 노동자의 권익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기보다는 전진경 대표를 향한 흠집내기식 공격이나 카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서 교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이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죠.

사내 메신저에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여러 활동가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카라 내부 분위기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치 카라지회의 주장이 전체 활동가들의 의견처럼 외부에 비치기 시작하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걱정을 하던 활동가들이 모여서 ‘우리가 진짜 활동가를 위한 노조를 만들어 보자, 모여서 영향력을 가지면 지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에서 더함노조를 만들게 됐습니다.

카라 더함노조는 확실히 노조 가입자가 과반입니다. 카라 전체 인원 70명 중에서 사용자 등 조합원 가입 조건이 안 되는 사람을 제외한 인원 중 과반이 더함노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카라지회의 주장(1월 4일 기준 39명 노조 가입)의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 카라지회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활동가가 있을 수도 있고요.

현재까지 총회를 총 3번 했습니다. 그리고 카라 집행부에 ▲비정규직 차별금지에 대한 추가 제안 ▲소수의견 제도 도입 ▲주4일 근무제 연구 제안 등을 담은 더함노조 3대 목표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조합원이 과반이 된 게 얼마 되지 않았고,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는 시간도 필요해서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교섭권이 있는 노조도 아니기도 하고요. 이제 하나씩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교섭권을 얻을 때까지 많은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카라를 위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카라를 흔들고 있는 카라지회 활동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많았습니다. 현재 사태를 고압적인 방법보다 건설적인 대화로 풀고자 하는 더함노조의 취지에 많이 공감해 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많이 힘듭니다.

동물학대 폭로 건이 가장 힘들었는데요, 동물학대를 줄이자는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카라지회에서는 사진 한 장으로 한 사람을 학대자로 여론몰이했습니다. 관련된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면서 카라가 하루아침에 ‘동물학대 단체’가 되어버렸죠.

실제로 내부에서 그런 일(동물폭행 사건)이 있었다면, 동물학대 사건 조사 및 현안 대응을 하는 활동가와 먼저 상의를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제보나 상의는 없었습니다. 이는 카라지회가 카라 활동가의 동물학대 대응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고, 카라의 활동 자체를 믿지 못한다는 방증입니다. 이런 불신에 괴로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카라에서 일하면서 (동물학대 의혹이 제기된) 이 모 국장의 대한 동물학대·동물폭행에 대한 제보나 소문, 심지어 이 모 국장에 대한 험담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과반 활동가들이 모인 노조가 어용노조일 수가 있을까요?

저희는 카라 사측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게 카라지회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사용자(운영진)도 책임 있는 대응을 했었어야 하는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습니다. 제기된 의혹 중에서 사측이 정말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밝혀서 카라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막았어야 합니다. 방식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것은 분명히 맞지만, 징계 과정이나 그동안 사측의 행동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카라지회도 계속해서 저렇게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는데 너무 방어적이고 소모적인 대응을 하면서 카라 전체 이미지가 손상을 입었습니다.

정관이나 내규를 봤을 때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부족하기도 합니다. 친 대표 성향으로 이사진이 구성되면 정말 대표를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카라지회 소속 활동가 2명에 대한) 부당징계 판단 사유에 대해서는 아직 판정문이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판정문을 살펴보고 부당한 부분이 있었다면 저희도 쇄신과 변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판정문이 나오기 전까지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에 기다리는 중입니다.

(편집자 주 :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동물권행동 카라 사태와 관련하여 활동가 2명에 대한 징계가 부당징계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카라 더함노조의 대자보

동물돌봄활동가를 뽑을 때 ‘3개월 초단기근로자’ 비정규직을 많이 뽑았던 부분은 저희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물단체인데 동물돌봄활동가 자리에 비정규직을 그렇게 많이 배치했는지 사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동물돌봄 업무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훈련이 되어야 하죠. 업무가 지속성과 전문성을 가지려면 활동가들이 정규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단체의 방향성이 정규직화로 가는 게 맞습니다.

다만, ‘비정규직 철폐’라는 큰 목표는 (카라지회와) 겹칠 수 있어도 저희의 요구사항은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비정규직 차별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특정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비정규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정규직을 채용했다면 차별을 없애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고용해야 한다면 오히려 임금을 정규직보다 더 주는 대안을 사측에 제안했습니다. 비정규직 활동가의 고용 불안정에 대한 보상이 될 수도 있고, 정규직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내부 구성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사실을 확인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일단 외부에 이슈화시키는 카라지회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인데, 정말 카라의 정상화를 원하는 행동인지 의문입니다.

카라지회는 ‘총회 선출 절차 과정을 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대표 연임을 결정했다’며 ‘셀프연임’이라고 전진경 대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카라지회는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임원 선출을 임원끼리의 밀실 회의에서 결정하며 총회를 무력화하고 독재체제를 공고히 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관에 따르면, 모든 임원은 이사회 전원의 동의로 연임을 할 수 있습니다. 정관*만 따지면, 이사회 의결로 연임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정말 셀프연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인데,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공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관 제12(선출) 임원의 선출은 이사회에서 추천하여 총회에서 선출한다.

*정관 제15(임기) 모든 임원은 이사회 전원의 동의가 있을 시 2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골드바 이슈의 경우에도, 정말 골드바를 왜 구매했는지 궁금했다면 구매 사유를 대표에게 먼저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배임’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면서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편집자 주 : 기자회견 이후 카라는 ‘권고사직한 활동가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골드바를 구입했다’며 골드바 증정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카라지회는 현재 시민단체에 맞지 않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라지회와 카라 사측이) 교섭할 때 카라지회가 제시한 단체협약 조항 중에는 시민단체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다고 봅니다. 공감이 안 되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카라지회가 카라의 인사권을 가지려는 의도로 보일만한 조항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민주노총 카라지회의 목적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직접 카라를 경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편집자 주 : 민주노총 카라지회의 제시안 중 ▲조합 간부와 조합원의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유급으로 인정할 것 ▲노동조합 전임자는 전임기간 중에도 4대 보험을 회사의 부담으로 유지할 것 ▲조합 간부 및 조합원의 인사이동, 배치전환은 반드시 조합과 사전에 합의할 것 ▲인사위원회는 회사와 조합원의 수를 동일하게 구성할 것 ▲1년 근속한 조합원이 퇴사할 때 26개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지급하고,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사하는 조합원에게 1년 이하의 기간에 대해서도 1년 근무 시 발생할 연차휴가 개수에 비례하여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할 것 등에 대해서는 사측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퇴를 하더라도 책임을 진 뒤에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에 따라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합리적인 요구에 응해서 사퇴해버리면 민주노총의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 됩니다. 내부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폭력적인 방식으로 흠집을 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는 방식이 시민단체에도 통한다는 메시지를 주게 될 겁니다. 이는 다른 시민단체에도 안 좋은 선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최소한 카라를 향한 민주노총 카라지회의 투쟁 방식이 옳은 방식인지 의문이에요. 목적이 정의롭다고 그 방법과 과정이 저절로 정의로워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한국 노동운동 역사에도 상당한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라 더함노조는 더 이상 현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절반 이상의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묻혀서는 안 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되, 카라지회처럼 선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더함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니 관심을 부탁드리며, 카라를 다시 신뢰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카라 더함노조 “어용노조요? 과반 활동가 모였는데 말도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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