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장 돼지의 동물복지, 100점 만점에 몇 점?

어웨어, 돼지 동물복지 평가도구 개발..소극적 도태가 오히려 동물복지 저해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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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돼지농장 임신돈·분만돈·포유자돈의 동물복지 수준을 점수화할 수 있는 평가도구를 개발했다. 지난해 육성·비육돈 평가도구를 선보인데 이어 사육돼지의 생애주기 전반에 대한 동물복지 평가도구를 갖춘 셈이다.

어웨어는 11월 27일(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농장동물복지 국회토론회에서 평가도구를 소개하고, 국내 돼지농장 8곳에 적용해본 결과도 소개했다.

평가 결과는 동물복지인증농장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했다. 먹이는 잘 주는데, 사육환경에서는 문제를 보였다. 포유자돈의 절치는 이미 시행하지 않는 곳들이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평가지표 외적으로는 ‘도태’가 문제로 지목됐다. 도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빠르고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나은데, 돼지가 고통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평가도구 개발 및 적용 결과를 전한 이형주 어웨어 대표(왼쪽)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수의사(오른쪽)

어웨어 연구진은 EU가 개발한 동물복지평가도구 Welfare Quality® assessment protocol를 기반으로 자가진단 기준을 수립했다.

지난해 발표한 육성·비육돈 평가도구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먹이 ▲적절한 사육환경 ▲양호한 건강 상태 ▲적절한 행동의 4대 원칙을 기반으로 임신돈·분만돈·포유자돈별로 조금씩 다른 20~25개 척도를 적용했다.

평가에 수 시간이 걸리고 교육도 필요한 Welfare Quality® 원본과 달리 농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가령 ‘적절한 사육환경’에서는 바닥재질, 깔짚사용여부, 어깨의 상처 여부, 조도, 암모니아 농도 등을 보고 돼지가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양호한 건강상태’에서는 기침·변비·유방염·직장탈·질탈·생식기질환 등이 있는지, 단미나 절치를 했는지 등을 본다.

연구진이 임신돈 1마리나 포유자돈 1배를 평가하는데 10~20분 정도가 소요됐는데, 돼지를 잘 아는 농장에서 자가진단할 경우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모돈과 포유자돈 동물복지 평가도구 개발과 적용)

연구진은 국내 돼지농장 8곳에 개발된 평가도구를 적용했다. 일관사육농장이 6곳, 자돈생산농장이 2곳이다. 이중 한 곳은 동물복지축산 인증을 획득한 농장이다. 수의사와 동물복지활동가, 연구자가 각각 독립적으로 점수를 내어 합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적절한 먹이’ 원칙은 평균 98.7점으로 대부분의 농장이 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반면 ‘적절한 사육환경’은 평균 67.2점으로 다소 낮았다. 깔짚을 제공한 동물복지인증농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슬러리돈사를 사용했고, 그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액낭염도 다수 관찰됐다.

8개 농장의 총점은 평균 76점을 기록했다. 동물복지인증농가(90.7점)를 제외하면 모두 74점 안팎에 모여 있었다.

먹이는 대체로 잘 주지만, 사육환경에서는 동물복지인증농장(H)을 제외하면 미흡점이 확인됐다.
(자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모돈과 포유자돈 동물복지 평가도구 개발과 적용)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스톨 일부를 철거해 반스톨로 활용하는 농장도 있었는데, 돼지간 투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시설이 바뀌면 사양관리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보였다”고 말했다.

돼지끼리 물어서 다치게 만드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단미·절치는 동물복지의 척도 중 하나다. 이번 평가에서 단미를 하지 않은 농장은 1곳에 불과했던 것에 반해, 포유자돈의 송곳니 절치는 절반 이상인 5개 농장에서 하지 않았다.

이형주 대표는 “기존에는 (절치를) 사육관행으로 여겼지만, 어쨌든 농장에서 절치를 하는 것도 일이다. 안 해도 생산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경험한 농장에서는 이미 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관행사육도 생산성과 큰 연관이 없다면 (절치 금지 등) 제도적 개선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환돈과 위축자돈의 도태 문제가 포착됐다.
(자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모돈과 포유자돈 동물복지 평가도구 개발과 적용)

연구에 참여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수의사는 돼지농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도태’ 문제를 지목했다.

경제적인 목적으로 기르는 가축인만큼 환돈이나 위축자돈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도태로 이어진다.

문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빠리 시행하는 것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차라리 낫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는 중병임에도 도태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면서 고통받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격리만 했을 뿐 도태작업 없이 방치된 환돈도 관찰됐다.

최태규 수의사는 “사체처리도 어렵고 죽이는 일 자체에 정신적 피로를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도태작업에 대한 교육도 잘 안 되다 보니 산채로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농장에 대한 수의학적 관리나 동물복지 연구를 실제로 적용하면서 농장 생산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복지와 생산성을 함께 올리는 것이 동물복지 연구의 주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농장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동물복지를 위한 규제를) 해야 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웨어가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돼지의 스톨사육 방식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70.4%로 전년대비 11.5%p 증가했다. 스톨사육을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 비용부담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76.6%로 전년보다 늘었다.

그래서 얼마나 더 낼 것인지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평균 16%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추가 지불 의향에 대한 응답은 대체로 15% 안팎을 보인다”면서도 “돈을 더 내겠다는 설문 응답과 실제의 소비는 다르다. 이를 어떻게 견인할지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물어보면 동물복지축산물이 필요하고 돈도 더 내겠다고 응답하지만, 실제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는 다른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병석 한돈미래연구소 부소장은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를 상품화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한 사례도 있다”면서 “실제로 동물복지 축산물을 비싸게 사줄거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영조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문제를 언급하며 “부정표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임영조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

임영조 과장은 농장동물복지 정책인 이제껏 소수의 앞서가는 농장 위주였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앞으로는 일반 농장으로 시각을 넓히겠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 동물복지축산인증을 획득한 돼지농장은 25개소다. 전체 돼지농장의 0.4%에 그친다.

임 과장은 “동물복지축산 인증을 받지 않는 일반농가에서도 동물복지 측면에서 한발짝이라도 진전이 있으면 한다”면서 국립축산과학원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농장이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실천 가능할 정도의 현실적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할 것”이라며 관련한 농가 교육도 확대할 계획임을 전했다.

우리 농장 돼지의 동물복지, 100점 만점에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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