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복지 정책 어디로 가야 할까? 국회 좌담회 개최
문대림 국회의원·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 말복지 과제 좌담회 열어

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국회의원이 20일(목) 공동으로 말 복지의 현주소와 과제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에서 발생한 말 학대 방치 사건에 대한 대응 경과를 돌아보고 전반적인 말 복지 개선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동물권행동 카라 조현정 활동가는 공주시 말 학대 사건 대응 경과와 입양 현황을 전하고, 말 복지 개선을 위한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조현정 활동가는 “현장 발견 당시 대부분의 말이 후지 마비 증상을 보이고 영양상태가 불량했다. 대책위가 함께 15마리를 보호 시설로 이동했다”며 국내 말 보호시설의 부재로 말 구조, 보호를 민간에서 맡아야 했던 고충을 토로했다. 조 활동가는 “향후 입양 개체 모니터링과 학대자 엄중 처벌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안나현 변호사는 해외 말 복지 관련 법을 바탕으로 국내 법 개선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안 변호사는 “2024년 서울과 부산에서 퇴역한 1,201개체 중 524개체가 승용, 207개체가 용도 불명으로 기록되고 이후 이력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말 복지를 규정하는 법과 제도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뉴질랜드는 말 관리에 특화된 법 규정을 두고 있고, 미국은 퇴역마의 삶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말 복지 관할 정부기관(USDA)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마주 책임 강화를 위한 등록제 개선 ▲말 학대 감시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는 공주 말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말 입양자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좌장은 문대림 의원실 오옥만 보좌관이 맡았다.
말 산업 종사자로서 함께 노력할 일이 많다는 책임을 느껴 피학대 말 입양을 결정한 프리밀리선수단 강한별 코치는 “마사회나 농림축산식품부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말 등록제 의무화를 위한 입법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31살의 말 포세이돈을 입양한 JK호스트레이닝센터 이진경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30살 넘은 말은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며 “더 많은 말들이 갈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용도 다각화 지원사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산승마 마음치유&트레이닝센터 이수현 대표는 “해외에서는 많은 퇴역마가 재활 센터로 이동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며 “말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말에게 기회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김화태 사무관은 정부의 말 복지 개선 계획을 소개했다.
동물단체,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말 등록 의무제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복지 사각지대 예방, 퇴역경주마 승용 전환 사업 지원,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말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정부 방침이다.

한국마사회 유성언 말등록복지센터장은 “말 등록 의무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올해부터 한국마사회 말복지센터를 말등록복지센터로 통합해 운영 중”이라며 말 이력제가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말 생애주기별 복지지원, 말 복지 사각지대 해소, 말 복지 인식 개선 세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21개의 세부 과제를 설정했다”며 “그중에서도 말 이력 관리 강화와 보호시설 지원이 말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주시 말 학대 현장을 공동 대응한 동물단체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전략사업국장은 “마사회와 정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계획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 해결 수단일 뿐”이라면서 “근본적 문제는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퇴역마다. 생산 규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대표는 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당시 말 여러 마리가 굶어죽는 등 명백한 동물학대 사건이었음에도 공주시가 동물학대를 적용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김란영 대표는 “이미 제주에는 말 생츄어리(퇴역마 휴양 목장)가 준비되어 있음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운영이 안 되고 있다”며 퇴역마 보호 시설 설치·운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좌담회를 계기로 말 복지를 위한 법과 제도에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