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물보호소 시설은 전반적으로 열악하며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년 2000두 이상 입소하는 대규모 보호시설과 년 500두 이하로 입소하는 소규모 보호시설까지 규모가 다양하기 때문에 비교도 쉽지 않습니다. 시설이 좋고 운영상황이 양호한 일부 보호소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상황은 비슷합니다.
규모별로 구분해보면 년 2000두 이상 입소하는 대규모 보호시설은 남양주에 위치한 동물구조관리협회,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보호소 등 10군데 가까이 되며, 년 1천두에서 1천5백두 사이로 입소하는 중규모 보호시설은 원주, 제주 등 5군데 정도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 및 광역지자체 제 2, 3도시에 년 1000두 이하, 500두 이하로 입소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운영 주체별로 구분해보면 지자체가 직영 운영하는 곳과 위탁단체가 운영하는 곳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자체 직영 보호시설 중 대규모 시설은 대전이 유일하며, 나머지는 중소규모 보호시설 등입니다. 직영 보호시설은 전체 보호시설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위탁 보호시설의 운영 주체로는 야생동물관련 단체,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 동물병원, 동물관련 단체, 개인 사업체 등 여러 단체가 있습니다.
위탁 보호시설은 대부분 노후하고 열악한 시설과 밀집수용 상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위탁을 받기 전에 시설을 제대로 갖추기가 어렵고 매년 입찰이 이루어지므로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 위탁업체의 의견이며, 대부분 임대 형태로 열악한 시설을 건축하거나 기존 건물을 용도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설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고 시설 자체에 대한 제한이 약하기 때문에 위탁시설은 열악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보조금에서 시설에 대한 임대료, 시설비 등을 충당하기 때문에 실제 동물관리에는 많은 예산이 사용되지 못합니다. 정부에서 광역 동물보호소 설치 지원을 하고 있으나 지자체 별로 소음, 악취 등의 민원과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부지선정이 쉽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위탁 계약 형태는 입찰계약과 수의계약의 형태로 나뉘는데, 소규모 보호시설의 수의계약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입찰계약이 이뤄집니다.
입찰계약의 경우 대부분 최저 단가에 의한 입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술력 등을 평가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지자체 별로 별도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따르긴 하지만 기준이 높지 않습니다. 동물보호소 지정위원회를 운영하는 곳도 일부 있는데, 이들은 ‘최저 단가에 의한 입찰은 문제가 되는 단체가 계속 입찰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생각 아래 기술력 평가를 통해 최저 단가에 의한 입찰이 최소화 되도록 합니다.
위탁 계약보다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동물보호소가 적합하나 상황이 여의찮을 경우 위탁 계약을 하게 됩니다. 위탁 계약을 하더라도 유기동물이 중규모 이상 발생되는 지자체에서는 최저 단가 입찰 비중을 낮추고 기술력 평가(인력, 시설, 운영 등)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법적인 조치를 받거나 부실관리 지적이 이어지는 곳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거나 기술력 평가를 통해 부적합한 곳을 누락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동물복지의 선진국인 영국, 독일 등은 민간단체(RSPCA, 독일동물보호연합 등)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도시(뉴욕, LA 등) 일부를 제외하고 민간단체(ASPCA, HSUS 등)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독일, 영국)은 정부 보조금이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직영보호소를 제외하고는 보조금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후원, 자체 수익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동물복지 선진국들은 동물보호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100년, 200년 이상 되었으며 민간단체의 역량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후원 및 자체 수익원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이며, 정부에서도 강력한 법제정 및 민간단체에 권한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아시아권 국가인 대만, 일본의 경우에는 동물보호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10~20년 빠르지만 민간단체의 역량은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모두 광역권 직영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보조금과 지자체 예산으로 시설지원, 운영비 지원이 이뤄집니다. 대만의 경우에는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입양 등 인도적인 처리 등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정부는 법정비 등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을 합니다.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정부보조 아래 지자체에서 동물보호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운영 주체는 되도록 직영으로 하되, 위탁운영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운영지침에 맞는 인력과 시설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위탁비용을 전액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하여 보호소를 수익사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위탁업체가 선정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지자체들이 운영의 어려움, 민원 발생 등으로 직영 보호소를 꺼려합니다.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