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수출국` 넘어 `유기견 수출국` 되어가는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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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리가 꽁꽁 묶여 국내 한 중소도시 정육시장 쓰레기 봉투에 담긴 채로 구조된 골든 리트리버 믹스견 ‘치치’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입양되어 새 가족을 만나 화제다. 발견 당시 네 다리가 단단히 묶여 힘줄과 뼈가 훤히 보일 만큼 큰 상처를 입었던 치치는 살기 위해 네 다리를 절단한 뒤 의족을 달았다.

치치는 구조단체와 동물병원의 꾸준한 노력과 관심으로 2개월 간 의족으로 걷는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LA에 기반한 동물구조단체 ‘동물 구조 미디어 교육(ARME)’을 통해 미국에 입양됐다(사진 ⓒARME).

입양자인 리처드 하웰 부부의 12살 딸인 메건은 “치치는 계단 오르기를 빼고 개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다 할 수 있다”며 “치치를 어린이병원이나 군인병원의 치료견(therapy dog)으로 키우고 싶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등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들에게 치치의 존재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치의 회복과정은 ‘ARME’에서 제공하는 페이스북(클릭)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아 수출국’에서 ‘유기견 수출국, 실험견 수출국’ 되어가는 한국

치치 입양 계기로 국내 유기견·실험견 해외입양 현실 돌아볼 필요있어

우니나라는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16만 명이 넘는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보내 한 때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썼다. 지금도 매년 수 백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있다(2013년 한 해 해외 입양자 : 약 5백 명).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고아 수출국’을 넘어 ‘유기견 수출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동물보호단체에서만 해외로 보내는 국내 유기견이 매주 10마리 이상이나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년 수 백 마리의 개가 해외로 입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입양되는 개는 비단 유기견 뿐만이 아니다. 개농장에서 식용목적으로 길러지던 개들과 각종 실험기관에서 실험견으로 활동했던 개들도 해외입양 대상이 된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지난해 9월 충청남도의 한 식용견 농장에서 103마리의 개를 구출해 미국으로 보내는 등 개 195마리를 미국으로 입양보냈다. 올해도 국내의 한 식용견 농장에서 개 30마리를 구출해 미국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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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과 ‘나비야-이리온 희망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실험견 가족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험에 사용된 뒤 안락사 될 위기에 처했던 비글 10마리를 받아서 미국과 국내 보호자에게 인도한 것이다. 미국 입양은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Beagle Freedom Project)가 적극 도왔다.

국내 입양의 경우, 관심을 보인 사람은 많았지만 그에 비해 실제 입양까지 연결된 경우는 적었다. 동행의 이정현 대표는 “불쌍하다는 생각에 관심을 보인 분들이 꽤 있었지만, 아무래도 실험견이다보니 사회화가 되어 있지 않고 덩치도 커서 실제로 아이들을 본 뒤 입양을 포기한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실험견으로는 대부분 비글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비글은 악마견’이라는 편견까지 자리잡고 있어 입양이 더 힘들다. 또한, 실험기관에서도 실험견을 동물보호단체에 인도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험 후 부검을 통해 실험결과를 확인해야 하거나, 실험내용에 따라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등 어쩔 수 없이 인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이미지를 걱정해서 인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험견 대부분을 안락사 시키는 국내 현실과 달리,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은 실험견 입양에 대한 각종 지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실험견 입양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영국실험동물의학협회의 경우 “실험동물의 입양을 통해 연구원들의 죄책감이 줄고 연구효율이 높아졌다”밝혔으며, 프랑스의 한 수의과대학은 “실험견으로 사용된 비글 191마리를 입양보낸 뒤 추적검사를 해본 결과, 파양율이 6%밖에 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기견·실험견 입양 활성화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유기견과 실험견의 국내 입양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인식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단순히 ‘안타까운 마음’에 섣불리 유기견·실험견 입양을 결정하는 경우가 줄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사회화가 덜 되어 있는 만큼 진정한 가족이 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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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견 가족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에 입양된 설악이. 극도로 소심했지만 2개월 이상 꾸준한 노력으로 마음을 열였다.

둘째,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기견 및 실험견을 사회화시키기까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동물보호단체 및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 혹은 지자체가 나서서 유기견·실험견의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반려동물입양센터,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가 좋은 예다. 이런 시설이 점차 늘어야 유기견·실험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줄어들고, 파양률도 감소할 것이다.

동행의 이정현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좋은 입양 선례를 만들고 이를 홍보하여,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식이 전환되면 국내 입양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아 수출국도 모자라 동물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아 수출국` 넘어 `유기견 수출국` 되어가는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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