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물농장 `학대로 실명한 개` 조금 더 일찍 구할 수는 없었다
절도죄 해당될까 피학대동물 구조 어려워..긴급격리 가능토록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
주인에게 구타당해 시력을 잃고 골반뼈가 골절된 개의 동물학대 사례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밤마다 이어진 개의 비명소리에도 불구하고 피학대동물의 구조가 어려운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방영된 SBS TV 동물농장에는 주인에게 학대 받아 실명에 이른 개의 사연이 실렸다. 한 남성이 자신의 개를 때리고 집어 던지는 충격적인 구타장면이 이어졌다.
학대증거영상을 확보한 동물농장 제작진이 주인의 행동을 제지하고 개를 구조하려 했지만, 발뺌하는 주인의 태도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현행법상 주인의 동의 없이는 피학대동물의 구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관할 지자체의 동물보호감시원(담당 공무원)이나 경찰의 출동 없이는 일반시민이 학대현장을 목격했다 하더라도 피학대동물을 학대자로부터 격리시킬 방법은 없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동물을 재물로 보는 현행법상, 주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피학대동물을 구조할 경우 절도로 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관할 경찰과 동물보호감시원이 출동해 주인으로부터 포기각서를 받은 후에야 피학대견을 구조해냈다. 하지만 이미 시력을 잃고 골반뼈가 부러져 제대로 걷기 힘든 후유증이 남겨진 상황이었다.
이처럼 학대행위자의 재산권을 명분으로 구조활동이 벽에 부딪히는 문제가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동물보호감시원에게만 구조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일선 담당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학대자로부터 피학대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학대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정기간의 격리 이후 되돌려줘야 한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일반시민도 학대동물을 긴급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학대동물을 학대자로부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표창원 의원(더민주)은 “누구든지 학대 받는 동물을 구조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민간인이 바로 피학대동물을 구조하고 신고해도 법적인 제제를 받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도 일반시민의 긴급격리조치,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 법원 청구 등이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19대 국회에서도 윤후덕, 민병주, 심상정, 진선미 의원이 관련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