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근로자 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를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열어 큰 박수를 받은 국회가 이번에는 동물복지 실천을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청소근로자 정규직 전환과 마찬가지로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급식소 설치를 허락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기념행사에는 우윤근 사무총장을 비롯해 홍영표 의원(환노위원장), 박홍근·이정미 의원(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그리고 급식소 설치를 처음 건의한 한정애 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동물보호단체들과 수의사단체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국회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있던 3마리의 길고양이를 구조하면서 시작됐다.
동물복지국회포럼 회원인 한정애 국회의원이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국회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 길고양이들이 있어 위험하다”며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를 요청하여 3마리 모두 구조된 뒤 입양을 보낸 것이다.
세 마리 고양이의 구조, 치료 및 입양 후에도 한정애 의원은 “이 아이들 말고도 국회에 3~4군데에 눈에 띄는 길고양이들이 있다”며 “이 고양이들을 위해서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달라”고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에게 직접 건의하여 정식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날 국회에 설치된 급식소 4개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동물유관단체 대표자 협의회(이하 동단협) 소속의 팅커벨프로젝트, 나비야사랑해,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한국동물보호교육재단 등 4개 단체에서 후원했다. 각 급식소에는 동단협과 4개 단체에 이름이 각각 새겨졌다.
우윤근 사무총장은 “국회도 이제 달라져야 되지 않겠냐?”며 “한정애 의원의 건의를 받고 국회 사무처에서 국회 관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관리해야 된다는 생각에 동물도 사람처럼 잘 대하자고 한 일이다. 사람에 대해서도 동물에 대해서도 이제는 차원을 달리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것이 측은지심”이라며 “국가적으로는 천연동물을 비롯해서 동물을 많이 보호를 하는데 오히려 가까이 있는 유기견이나 유기고양이에 대해서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측은지심을 옆에 놔두고 살겠다”고 말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의원은 “농해수위에서 동물보호법이 뜻대로 통과되지 않아 개탄스럽다”며 “이번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보면서 포럼 차원에서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동물보호법 개정을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역시 포럼의 공동대표인 이정미 의원은 “얼마 전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근로자들을 정식지원으로 만들어주셔서 온 국민들이 자기 일처럼 너무 기뻐했는데, 그 뒤 우윤근 사무총장님이 또 국회를 고양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주셨다. 이제 ‘캣 대디’라고 불러야겠다”며 “국회 안에서 하나씩 모범을 만들어가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회장은 “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가 별개의 것이 아니고, 하나가 잘 되어야 다른 하나도 잘 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계류중인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에 더 신경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동단협은 열악한 반려동물 생산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와 동물보호에 앞장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한정애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길고양이 급식소 4개는 각각 의원회관 뒤에 2개, 후생관 옆에 1개, 본청 뒤에 1개씩 설치됐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소속 의원실에서 돌아가면서 사료 채우기 등 급식소를 관리하기로 했으며, 기회가 되면 급식소 추가 설치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