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물보호 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me Society International: HSI)이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식용견 농장에서 55마리의 식용견을 구조했다. 지하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농장이었으며, HSI가 우리나라에서 폐쇄시킨 7번째 개농장이었다. 농장을 운영하던 부부는 농장의 영구 폐쇄와 모든 개의 구조 및 입양에 동의했다.
이번에 폐쇄된 농장은 야외에서 운영되는 전형적인 식용견 농장과 달리 실내에서 운영되는 형태였으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개들이 극심한 악취에 시달리며 햇볕 한 번 보기 힘든 환경이었다. 또한, 다른 식용견 농장과 마찬가지로 진도믹스, 포인터, 그레이트 피레니즈 등 큰 개들뿐 아니라 미니핀, 미니핀 믹스, 시츄 믹스, 코기 믹스 등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발견됐다.
55마리 중 10마리는 어린 새끼였으며, 목에 전기충격 짖음 방지기가 채워져 있어서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말티즈 믹스견도 있었다.
HSI의 동물보호 및 재난구조 팀의 아담 패래스캔돌라 이사는 “이번 농장은 그동안 HSI에서 접했던 농장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농장으로 농장에 들어서는 순간 암모니아 가스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고 실내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도로 어두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의 몇몇 개들은 이미 인간에게 매우 친화적이며 얼마 전 새끼를 낳았던 어미 진도는 처음엔 우리 구조팀을 보고 굉장히 경계를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 품에서 벗어나려하지 않았다. 이제 이 어미 개도 남은 평생 동안 안락하고 따뜻한 곳에서 온전한 사랑을 받는 평범한 반려견으로써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장주, 은퇴 앞두고 HSI에 직접 연락
이번 농장주는 전업이 아닌 은퇴를 계획하고 개들을 좋은 사람들에게 보내기 위해 HSI에 직접 연락을 했다.
농장주 김씨는 “20년 넘게 식용견 농장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내손으로 개를 죽이거나 도살장으로 데려간 적은 없었고, 대부분 중간상들이 대신 해줬다. 개들을 중간상에게 보낼 때마다 그 개들의 결말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개들이 많아지고 나이가 드니, 돌보는 게 너무 힘들기도 하고 해서 완전히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농장 폐쇄 계기를 밝혔다.
이어 “식용견 사업은 이제 사향산업이라고 생각하며 HSI에서 하는 사육 농장 폐쇄 및 농장주 전업 지원 활동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SI 측은 “농장폐쇄 활동은 농장주의 전업을 지원하고 그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개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전략 중 하나”라며 “한국정부에서 개식용 산업의 금지를 위한 첫걸음으로 농장주와 협력하여 전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조활동에 동참한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작년 8월 동물단체 카라가 주최한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약속드린 것처럼 개식용의 단계적 해결과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더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HSI는 이번 농장까지 총 7개의 식용견 농장을 폐쇄했으며 총 800여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이번에 구조된 55마리의 개들은 모두 미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의 파트너 보호소로 이동되어 입양가족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