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코넬대학교 동물보호소―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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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스 1 ‘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 코너에 게재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수년전 미국 코넬대학 내 동물보호소에 방문한 적 있다. 한참 ‘동물보호소 의학'(shelter medicine)에 대해 공부할 때라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미국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동물보호소 체계, 번식업 및 판매업 규제, 동물등록제, 동물학대 관련 정책 등 동물보호정책이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동물과 관련된 모든 정책이 잘 되어 있진 않다. 반려동물 정책과 관련해 문제점들도 많고 특히 산업동물과 관련된 부분은 공장식 축산과 관련해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동물보호 정책에 대하여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광견병이 발생하고 있다.

CDC(질병관리본부)에서 인수공통질병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다수 주에서 동물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위험한 개에 대한 기준, 공공장소에서의 기준 등 각 주마다 동물에 대한 조례가 만들어져 있다.

동물보호소는 주마다 운영체계가 다르며 주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민간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한다. ASPCA, HSUS 등 큰 동물보호단체가 각 지부 별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군소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곳도 있다.

주마다 운영자금에 대한 규모가 다르지만 주 직영 보호소를 제외한 대부분 동물보호단체는 자체 재원에 의해 운영된다.

지역마다 조례가 있거나, 아니면 단체별로 동물보호소 운영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보호소 운영 정책 역시 지역별, 단체별로 차이가 있다. 동물보호소 운영 수준은 일반적으로 높은 편이며 질병관리, 개체관리, 행동평가 등이 이루어진다.

동물보호소 운영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위해 구조인력, 행동평가인력, 관리인력, 진료인력에 대한 교육이 주기적으로 실시되며, 동물보호단체에서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일부 수의과대학에는 동물보호소 의학에 대한 과목이 개설되어 동물보호소 수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판매업, 번식업의 규제가 되지 않아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한 곳도 있는데 LA, 뉴욕 등은 일정기간 이후 도태가 일상화되고 있다.


코넬 대학교 동물보호소와 동물보호소 의학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이며 ‘동물보호소 의학’을 적용해 동물보호소 수의사 양성도 동시에 하고 있다. 학과 과목 중에도 동물보호소 의학이 있으며 동물보호소에서 1년 정도 인턴십을 받게 하여 동물보호소 업무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대학과 연계하여 동물보호소 의학에 대한 교류를 실시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예비수의사들도 많다. 역사는 길지 않으나 서서히 체계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내 유기동물 보호 관리와 사설 보호소 같은 입양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입소 시 건강 상태 및 행동 평가를 실시하여 개체 평가 및 개체 분류를 실시한다. 접종, 구충 등도 바로 실시한다.

입소 후 스케줄에 따라 중성화수술을 실시하며 기타 필요한 수술도 보호소에서 이루어진다. 마이크로칩 삽입 역시 입소 시 실시하고 있다.

동물보호소는 코넬대학교에서 차량으로 10분정도의 이동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호흡기질환 감염 개체만 따로 격리하며 보호실과 운동장이 연결이 되어 있고 베드, 식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모든 동물은 입소 시 검역기간 동안 케이지에 보호를 하며 더 넓은 입양 대기 공간으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하루에 2~3차례 산책을 실시하고 있다.

검역기간 이후 입양 대기실에서는 질병과 행동 등을 고려하여 그룹보호를 나누고 있다.

개체마다 급여하는 사료가 다르며 세탁물은 감염성과 비감염성을 구분해 세탁을 실시한다. 청소, 소독 프로토콜에 의해 움직이며 캣타워 등에서 곰팡이성 피부염 등이 발생하면 소독하지 않고 폐기처분한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소 의학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고시로 지정한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과 연관이 있지만 활성화 되지는 않았다. 또한 동물보호소에 수의사가 배치되지 않은 곳도 있어 꼭 활성화가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판단된다.

필자 역시 ‘임상수의사로서 잘 할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동물보호소 수의사가 되었는데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동물보호소가 체계화, 전문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보호소 의학을 접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꼭 대학에서 진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 대학 역시 생소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 정부에서 이와 관련된 동물보호센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다.

수년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보호소 운영자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두 해 교육이 전부였고 후속 교육은 이어지지 않았다. 교육 대상자인 위탁자가 계속 바뀌기도 하고 교육 주체의 의지도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유기동물 관리 주체는 지자체와 정부다. 여러 문제 때문에 발생한 유기동물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동물보호소가 더욱 인도적인 동물보호의 장이 되도록 체계화되고 전문화 되길 바란다.

[기고] 미국 코넬대학교 동물보호소―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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