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캣로드 사업단이 28일(일) 정식 출범했다.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구조하여 다른 지역으로 생태적 이주시키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활동 목표다.
사업단에는 캣맘 등 활동가와 동물보호단체, 수의계, 정계·지방정부, 산업계가 참여하며, 용품지원단, 이주지원단, 의료지원단, 구조지원단, 이주대책본부 등이 꾸려졌다.
1차 사업 예정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2차 사업 예정지 ‘안양’
캣로드 사업단의 1차 사업예정지는 서울 강동구 소재 둔춘 주공아파트다. 둔촌 주공아파트는 5930세대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로 이곳에 거주하는 길고양이는 파악된 것만 250여 마리다.
당초 올해 6~7월경 철거 예정이었으나 철거 일정이 3월로 앞당겨진다는 이야기가 나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둔촌 주공아파트에서 활동하는 한 캣맘은 “길고양이도 문제지만 길고양이를 두고 사람들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 더 문제”라며 “캣로드 사업이 공공의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함께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2차 사업 예정지는 경기도 안양시다.
안양의 경우, 재개발 지역이 9개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곳에 대규모 재건축이 이뤄지는 둔촌 주공아파트와 여건이 다르다. 이상경 캣로드 사업단 집행위원장은 “캣로드 사업단과 지역 활동가들과의 협력과 협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업단장은 하병길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사무총장이 맡았으며, 위혜진 원장이 사업단의 의료단장을 맡는다. 이주대책 공동본부장에는 유주연 나비야사랑해 이사장과 윤에스더 수의사가 임명됐다.
단순 이주뿐만 아니라 이주 후 모니터링에도 집중한다. 태주호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연구교수는 “처음 진행하는 일인 만큼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이주 후 모니터링을 통해 차후 이주 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길고양이 생태적 이주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석 동물복지표준협회 공동대표 역시 “이주 후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여, 이 사업의 실패뿐만 아니라 이 사업을 선례로 시행 될 이주 사업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며 “전국 길고양이 이주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표준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이 사업단의 핵심
하병길 사업단장은 “캣맘, 캣대디 등 활동가들이 길고양이 생태이주 사업단의 핵심”이라며 “활동가들이 하기 어려운 행정적 지원, 의료적 지원, 사료 지원 재정적 지원 등을 위해 사업단을 구성했다. 활동가들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둔촌 지역 길고양이 이주 방식을 투표를 통해 결정한 사업단은 의료지원 프로세스 및 이주 후 모니터링 방법의 큰 틀을 마련했다. 사업단은 시간이 부족하지만 2월 말까지 ‘길고양이 복지정책 매뉴얼’ 초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