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에게 아직 동물복지형 축산은 생소하다. 동물복지인증 달걀 소비의 가장 큰 장벽은 가격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이 동물복지인증 달걀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를 8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성인여성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는 동물복지인증제도와 동물복지 달걀 구입의향, 일반 달걀과 동물복지 달걀의 비교관능검사 등을 실시했다.
조사결과 아직 달걀의 동물복지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안다는 응답이 62.4%에 달했던 것과 달리 동물복지인증제도(37.8%)나 동물복지인증 마크(23.3%)의 인지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물복지 달걀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방사형 사육을 꼽았다(98%).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활동하며 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동물복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되는 것으로 ‘사육 환경 개선(35.9%)’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생명체로서의 권리 보장(15.5%), 동물보호(14.5%)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동물복지 달걀의 구입 의향은 윤리적 소비보단 식품 안전성에 방점을 찍었다.
‘동물복지 공감 및 전파를 위해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2.2%에 그친데 반해 ‘식품 안전성이 높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63.4%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서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35.4%에 그쳤고, 인증 축산물 구매 이유도 ‘동물복지축산물의 품질이 우수할 것 같다(47.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동물복지 달걀 가격 제시하자 구입의향 약30%P 하락
동물복지 달걀 소비의 가장 큰 적은 역시 가격이었다. 동물복지 달걀 구입의향이 없는 이유로 ‘가격이 비쌀 것 같다’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42.5%).
동물복지 달걀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도 가격 정보를 듣고서 마음을 접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들 중 동물복지 달걀을 구입할 의향은 92%였지만, 동물복지 달걀의 가격 정보를 제시하자 62.7%로 하락했다.
일반적인 밀집형 사육에 비해 동물복지형 사육은 생산비용이 높고 생산량이 적어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 개당 200원 전후로 거래되는 일반 계란에 비해, 동물복지인증 계란은 400~600원대에 공급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동물복지 달걀과 일반 달걀 사이에 난각색이나 촉감, 비린내, 맛 등 관능검사상 유의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농가 사육환경의 동물복지 정도를 보증하는 ‘인증제도’가 필요하지만, 2012년 도입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에 참여한 산란계 농장은 95개소에 그친다.
보다 높은 가격을 부담하려는 윤리적 소비문화 없이는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상반기 추가 조사를 실시해 동물복지 관련 제도 지원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