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의 동물복지,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과정과 속도` 중요
한국유기농업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농장동물 복지' 특별세션 운영
한국유기농업학회(회장 윤주이)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생태·환경농업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2018년도 하계 학술대회를 26일(화)~27일(수) 이틀간 전북대에서 개최했다.
헌법 개정과 더불어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같은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주제선정이었다. 특히, 27일(수)에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동물복지형 축산발전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특별 세션이 운영됐다.
유기농업학회에서 농장동물의 복지를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농장동물의 복지는 필수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농장의 여건을 고려해 한 단계씩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복지는 계단…한 단계씩 가야 한다”
‘한돈 산업의 동물복지 현주소와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이득흔 돼지와 사람 편집국장은 “동물복지는 필수지만, 선택과 완급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며, 농장동물의 복지가 농장의 수익으로 이어져야 동물복지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득흔 편집국장(아래 사진)은 “동물복지는 계단”이라며 “한 단계식 가야 하지, 농장들을 계단 밖으로 밀어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축산물, 판로 확보 어려워”
토론자로 나선 선진(주) 홍진표 이사는 실제 동물복지 인증 농장 운영 및 동물복지 축산물 유통을 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소개했다.
홍진표 이사는 “현재 6개의 동물복지 농장을 인증받아,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을 생산·유통하고 있는데, 전국 수백 개의 대형마트 중 14개 마트에서만 초개 판매를 하고 있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고, 동물복지 축산물을 생산하려면 생산 단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은 일반 축산물보다 가격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홍진표 이사는 “소비자들의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에 대한) 전폭적인 소비가 있어야 한다.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동물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지만, 제대로 정착이 안 되면 사회적 난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2012년부터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가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인증받은 농장은 160여 개에 불과하며, 동물복지 달걀의 가격을 확인한 뒤 구매 의사가 30%p 가까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동물권행동 ‘카라’가 인증농장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축산의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설 지원이 부족하다 ▲복지 축산물 판로 개척이 어렵다는 응답이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동물복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도 중요”
토론자로 나선 김남수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동물복지가 동물은 물론 사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수 교수는 “사육환경이나 시설을 개선해서 동물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 동물복지의 한 측면일 수 있으나, 사람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농장동물 복지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협력 필요”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공통으로 단체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농장동물의 복지’라는 목표를 동일하나, 그 방법과 속도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만큼, 서로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협력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종혁 한경대 교수는 “소비자단체, 동물보호단체들과도 함께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유기농업학회 관계자는 “다음 토론회에서는 소비자단체 등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