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70% `월 1회 이상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주변 동물병원은 덤핑, 보호자는 처치 거부..수의사 절반이 ‘윤리적 문제로 스트레스’
국내 수의사의 70%가 월 1회 이상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덤핑진료나 상호 비방 등 수의사 간의 갈등은 물론 처치가 필요한 동물을 방치하거나 통증관리 미흡 등 다양한 윤리문제에 노출되고 있다.
천명선 교수팀은 국내 수의사 1,818명을 대상으로 빈발하는 윤리 이슈와 윤리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 윤리 역량에 대한 자기 평가 수준 등을 조사했다.
2018년 11월 20일부터 열흘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수의사 1,818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동물진료와 관련된 윤리 이슈 중 덤핑진료(매우+자주 발생함 43.44%)와 과잉진료(23.86%), 능력을 넘어서는 진료(23.65%)를 가장 다발하는 문제로 꼽았다.
처치가 필요한 동물을 방치(46.23%)하거나 마취 없이 처치(25.74%), 통증 및 고통관리 미흡(25.64%)하는 등 동물과 보호자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전문가 품행과 관련해서는 후배 교육 소홀(25.42%), 수의사 상호비방(24.28%)이 가장 빈발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업무 중 윤리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도 일상적으로 직면했다. 설문에 참여한 수의사의 약 70%가 월 1회 이상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윤리적 문제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자는 51%를 기록했다.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수의사는 14%에 불과했다.
반면 동물복지나 수의 관련 윤리문제에 대한 자기평가는 대체로 보통 수준에 그쳤다. 수의관련 법규의 현장 적용이나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낮은 효능감을 보였다.
이는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수의윤리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응답자의 78.94%는 수의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65%는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부터 임상수의사 연수교육에 수의사 법제 및 윤리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아직 현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장기적으로는 10개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연구진은 연수교육 현장에서 단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기 강의의 표준교안과 함께 10강 분량의 강의안을 함께 제시했다.
단기 강의는 수의사가 처한 윤리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윤리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자기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단기 강의가 수의윤리 계속교육이나 자기학습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국내외 자료와 강좌를 소개하는 한편, 향후 워크숍이나 온라인 강의 형태의 중장기 강좌가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천명선 교수는 “반려동물 수의사나 농장동물 수의사 사이에서 윤리의식에 별다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며 “향후 추가 분석학 내용을 수의학계에 별도로 보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