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정책연구소, 국가시험 개선·전문의제도 시행방안 연구
수의사 직업병 실태조사, 전국 수의사 조사문항 개발도 타진
대한수의사회 수의정책연구소가 20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올해 첫 연구기획위원회를 열고 연구사업 대상을 선발했다.
수의사 국가시험 개선방안과 전문의 제도 시행방안, 수의사 직업병 실태조사, 농장동물수의사와 동물복지, 전국 수의사 조사문항 개발 등이 도마에 올랐다.
국가시험 개선 필요 공감대..교육 연구와 보조 맞춰 단계적 추진
수의사 국가시험 개선은 최근 수의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역량중심 수의학교육으로의 변화에 방점을 찍을 과제다.
가령 수의과대학에서 동물진료에 필요한 핵심술기를 제대로 교육하도록 유도하려면,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접근법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수의과대학협회를 중심으로 수의학교육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수의과대학에 적용하려면 결국 국가시험의 포커스를 함께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획위는 수의계 전반에 국가시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보고, 그 방안에 대한 연구사업을 올해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개선방안 연구는 수의학교육 관련 연구와 보조를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남상섭 위원은 “국가시험의 변화가 수의과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변화의 필요성을 널리 인지시키는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수의학교육 학습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의 제도 검토 미룰 수 없다..수의사 직업병 문제도 조명
전문의 제도 시행방안도 올해 수의정책연구소가 진행할 연구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국내 반려동물 임상에서도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안과 등 전문의 제도 도입이 분과별로 추진되고 있다.
디팩토 전문의를 선정하거나 인증의 형식의 제도를 시작한 초기단계지만, 분과별 학술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도입 로드맵이나 운영기준이 제각각이다.
우연철 위원은 “올해 마련할 계획인 수의사법 전면 개정안에 전문의 제도 관련 조항을 포함시킬 지 여부를 검토하려 한다”며 필요성을 지적했다.
수의사의 직업병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천명선 위원은 “수의사의 트라우마나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수의사들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없다”며 “해외에서는 수의사의 직업병 문제가 심각하게 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모은 살처분 참여자의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동물진료 현장의 안락사로 인한 심리적 고통, 고객과의 다툼이나 폭력사태, 약품이나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안전문제 등이 함께 지목된다.
직업병 실태가 조사되면 향후 수의사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장동물 동물복지 이슈에서의 수의사의 역할 연구와 전국 수의사 총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조사문항 개발도 추진된다.
정현규 위원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수의사들이 농장동물의 동물복지 이슈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한 발 물러나 있다”며 “현장 수의사들도 관심은 많지만, 자칫 시민단체나 생산자 양쪽에게 모두 비난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문제가 아니더라도 농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도태나 사육환경의 동물복지 실태를 조사하고, 수의사의 역할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의정책연구소는 조만간 2차 기획위원회를 열고 위 연구사업들의 제안요청사항을 구체화할 계획이다.